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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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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요구하자,

최저임금 인상은 

재벌 사내유보금으로!


백종성┃조직‧투쟁연대위원장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결정구조 개악, 1만 원 공약 파기…

최저임금이 ‘만악의 근원’?


2019년에도 최저임금 투쟁을 둘러싼 지형은 험난하다. 정부는 연초부터 최저임금제도 개악을 추진해왔다. 이른바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고, 결정기준에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 상황’을 포함하겠다고 한다. 결정구조 이원화는 ‘전문성’의 외피를 빌려 최저임금 현실화 요구를 원천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나아가 결정기준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 상황’을 포함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자본의 전제를 명문화한 것이다. 이는 자본 측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결정기준, 즉 ‘기업 지불능력’을 일정하게 완화시킨 표현으로 삽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 트랙을 둘러싼 국회 공전으로 제도 개악 입법은 잠시 중단된 상황이지만, 자본은 ‘더 낮은 최저임금’을 위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9일, 문재인은 취임 2주년 특별대담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대선 공약에 얽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자본 측 공세에 힘을 실었다.



‘한국 최저임금이 OECD 1위’라고? 

재벌 단체가 양산하는 가짜 뉴스


올해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재벌 이익을 비호하는 단체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가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그 특징 중 하나는 ‘국가 간 상대적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최저임금 절대 액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할 경우 동결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허위를 뒤섞어 ‘상대 비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5월 2일,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주휴수당 포함 시 OECD 1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5월 9일에는 ‘최저임금 1만원 시행 시 예상 고용감소는 62만 9천 명이나,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4년간 일자리 54만 1천 개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의 경우, ‘국민총소득’은 자영업 소득까지 포함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민총소득 대비 최저임금’은 국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준이다. 즉, 억지 기준을 만들어 끼워 맞춘 허위 주장인 것이다. 후자는 추산방법과 전제, 보고서 전문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로 급조한 주장일 뿐이다.


5월 12일에는 경총도 나서서 2019년 ‘한국 최저임금이 OECD 최상위권’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64.5%, 평균임금 대비 50.3%로 각각 OECD 6위와 4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필요한 수치가 없어서 “2013~2017년 최근 5년간 각국 중위·평균임금 평균 상승률을 적용해 추정했다”고 밝혔다. 즉, 이 주장은 OECD가 아직 추산하지도 않은 2018~2019년 각국 중위․평균임금을 멋대로 ‘가정’해놓고 제 입맛대로 결과를 도출한 것에 불과하다.


경총의 이런 행위는 물론 의도적이다. 경총의 추산은 △2019년 미국 전역에서 최저임금 15달러가 자리 잡은 현실, △스페인이 2019년 최저임금을 월 735.9유로에서 900유로로 22%나 인상한 현실,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가 최저임금을 11.6달러에서 14달러로 21% 인상한 현실 등 각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높아지는 현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전형적인 가짜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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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주노총]



최저임금 인상은 재벌 사내유보금으로, 

강탈당한 우리 몫을 되찾아야 한다


운동진영에도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는 있다. 당장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조건 속에서, ‘최저임금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선동에 맞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2015년 이후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운동이 만들어온 성과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가, 아닌가의 갈림길에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촛불 항쟁에 나섰던 대중의 요구 중 하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생활임금화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권리를 쟁취하고, ‘경제’의 목적을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대중의 필요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투쟁이다. 앞서 살폈듯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최저임금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기도 하다. 다시, 공세적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자본의 이윤축적과 대중수탈 구조, 그 정점인 재벌체제에 맞선 최저임금 투쟁이 필요하다. 2019년 재벌 사내유보금이 950조 원으로 집계되었다. 2018년 883조 원에서 무려 67조 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재벌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라가 망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재벌체제 아래 자본은 부를, 대중은 빈곤을 쌓고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은 민중공동행동 재벌체제청산특별위원회(재벌특위)를 중심으로 재벌체제에 맞선 최저임금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이 양산하는 가짜 뉴스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재벌 책임론을 전면화하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당신들이 강탈한 우리의 몫을 내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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