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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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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 화학사고,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의 정비가 시급하다


이백윤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운영위원, 충남



삼성토탈에서 한화토탈로 넘어간 이후 한화토탈 노동자들은 “삼성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이는 화학 사업장에서 유례가 없는 한 달간의 장기 파업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 화학 사업장은 4년에 한 번씩 셧다운 기간이라는 공장 대정비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동안 설비 점검과 교체, 각종 안전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한다. 이 기간 동안 한화토탈 노동조합은 파업을 했고 사측은 파업을 대비해 올해 81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또 파업 당시 사무직을 현장에 투입하였고, 이 대체 인력들이 많게는 주당 100시간씩 초과 노동을 하면서 공장을 가동했다.


화학사업장은 특성상 수십 년 된 숙련 노동자들이 작업을 수행해도 사고가 발생한다. 비숙련자가 설비를 가동하면 사고 위험은 훨씬 증가한다. 4월 26일 잔여가스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설비를 가동했다가 큰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은 사고 위험성에 대해 누차 경고했지만, 사측은 셧다운 기간 동안 부분적 설비 가동을 진행했다. 심지어 스타트업(전면 재가동)까지 하려 했다.



모두의 우려, 대형사고로 터져


모두가 우려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5월 17일 SM(스틸렌 모노머) 물질이 가열되어 탱크에 설치된 안전 밸브를 뚫고 약 1시간 동안 100톤 가량이 대기 중으로 유출되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현상으로 SM탱크 내에 불량이 다수 발생(현장 노동자들은 이 역시 비숙련 작업자 투입으로 인해 생겼다고 말함)하여 필터가 막혔다. 당황한 비숙련 작업자가 SM을 60도 이상으로 관리되는 중질유가 보관되어 있는 잔여물 보관 탱크로 이동시켰다. 걸국 화학반응을 일으켜 10도 미만으로 유지되어야 할 SM이 100도 넘게 과열되면서 유출되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 심지어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서산 시내까지 악취가 퍼졌다. 노출된 시민들은 구토, 호흡 곤란, 두통 증세를 호소했다. 27일 현재 병원진료를 받은 노동자, 시민들이 2,080명이고 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산 화학물질안전관리 조례를 만들고 조례 안착화를 위해 활동해온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와 노동단체들, 지역 주민들은 사고 발생 직후 집회를 열고 한화토탈 사측에 공장 재가동 시도 중단울 요구했다. 그러나 한화토탈은 공장재가동을 멈출 생각이 없음을 표명했다. 또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에 주민,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민간 3주체가 참여하는 사고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기업의 자체 조사와 관계기관의 조사를 못믿겠다, 우리가 함께 참여해야 겠다’고 요구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적당히 수습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해서 한번 세게 욕먹고 끝나는 방식을 막아야 했다. 한화토탈은 작년 4월에도 공장 내 폭발 사고를 은폐했다가 인근 주민의 제보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환경부, 서산시, 충남도, 노동부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에 시민단체와 주민단체가 참여해 현재 사고 원인 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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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과제


그러나 사고 조사부터 남아있는 숙제가 있다. 첫째, 플랜트 노동자들을 사고 조사에 참여시켜야 한다. 실제 공장 대정비 기간 동안 한화토탈 공장 안에는 2,300여 명의 플랜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한 플랜트 노동자들이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데 노동부는 당해 사업장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플랜트노동조합은 전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플랜트 노동자의 참여를 꼭 이뤄내야 한다.


둘째, ‘사고 직후 관계기관의 초동 대처’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주민고지 부분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사고 사실이 제대로 알려졌다면 수많은 시민들이 유해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토탈은 17일 사고 당시 40여 분이 넘도록 신고하지 않고 자체 수습하여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따라서 사고 접수 후 환경부, 서산시 등이 어떻게 사건을 판단하고 주민들에게 고지했는지 따져야 한다.


다른 과제도 있다. 대산의 화학 사업장들이 안전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신규시설 투자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화학사업장 설비의 내구 연한이 다하는 30년을 기점으로 노후 설비로 인한 사고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산 석유화학 단지는 90년대 초반 유치되었고 여수에 이어 국내 생산량 2위 규모다. 화학물질 유출사고,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화학회사들은 노후시설 교체와 미흡한 안전시스템 개선을 등한시하면서 신규 확장에 여념이 없다. 실제 충남도 등과 MOU를 체결하고 서산석유화학 특화단지를 조성하면서 총 1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 진행 중인 상황이다.


화학사고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의 정비가 시급하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관계기관의 협력체계는 발전할 기미가 없다.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사고예방, 사고 발생 시 대응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실질적 사고 예방의 첫걸음인 ‘주민감시권’ 보장을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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