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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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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재편, 

노동의 대응에 대해 고민하다


심인호┃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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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역 금속 사업장은 2008년 경제 공황 이후 투기자본에 의한 매각, 구조조정-유연화 공세, 자본의 사활을 건 노조 파괴에 맞서 왔다. 그 과정에서 노동 주도의 선제적 고민과 대응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리고 임단협 중심의 노조활동을 넘어서는 현장과 지역에서의 활동을 고민 중이다.


변혁당 충남도당의 이런 문제의식은 노동안전을 중심으로 '나의 노동 돌아보기', 그리고 산업재편에 대한 '우리 현장 분석하기'로 모아졌다. 지난 3월 지역총회에서 현장 및 유관 당원들이 각각 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활동하고 있다. '자동차 구조조정 대응팀'은 지금까지 세 차례 모임을 진행하면서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자본 주도의 산업 재편이 불러올 쓰나미


먼저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 담론의 실체, 부품사에 대한 영향 등이 짧게 논의되었다. SUV 라인업의 부재와 중국전략의 실패, 세타Ⅱ 엔진 리콜 사태(소위, 800만대의 저주), 3세 경영 승계에 따른 문제,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25%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이 이야기되었다. 현재 지적되는 원인들이 곧 닥칠 수 있는 경제 위기와 맞물려, 단기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위기' 국면이 도래할 수도 있겠다. 이에 산업재편에 대한 대응 역시 경제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국면과 함께 고려되어할 부분이다.


미래차를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재편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근본적이다. 거대한 자동차 산업이 우마차 → 내연기관 → 전기·수소차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부품사(벤더) 노동자 포함 40만 명이 자동차 산업에 직접 종사하고 있다. 간단하게는 완성차에서 공정이 30%가 사라지고 내연기관 관련 부품사들이 퇴출될 수 있다.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블록화를 통한 노동의 축소, 공유경제(우버 등)에 따른 수요 감소, 밧데리(전기차)와 전기통신(커넥티드 시스템) 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부품사 재편 과정에서 고용 문제는 심각할 수 있다.


산업 재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들도 의미심장하다. (1) 공유경제라는 것은 이윤 추구를 위한 노동 유연화의 극단이라는 것. (2) 자본의 미래차에 대한 전망은 전세계적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3) 현대차는 엔진, 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은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과거 현대파워텍) 등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으로 재편 중. (4) 수소차 관련 사업은 현대모비스로 이관하고 확대 중(비정규직화, 3세 경영 승계의 일환). (5) 전기차 부품단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전동기, 밧데리, 전장업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무노조 사업장. (6)현대차 계획에 따르면 기존 부품사의 절반 가까이를 퇴출. (7) 전기차 생산의 특징인 블록화는 자동화와 기존의 모듈화를 통한 외주화의 극단적 형태라는 점.


이런 과정들이 자본 주도의 산업 재편으로 귀결될 경우, 우리 노동자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다. 이런 거대한 지각변동이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것은 정보통신 혁명의 급격한 고도화, 전면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유기적 구성을 넘어서는 어떤 새로운 단계나 국면이 아님은 명확하다. 이런 근본적 관점이 전제될 때, 노동-자본의 관계가 제대로 분석되고 그 대안도 마련될 수 있다.



산업 재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전망의 필요성


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나오는 고민과 전망이 다분히 자의적이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먼저, 산업 재편의 양상을 부풀리는 경우다. 극단적으로는 미래차가 현실화되면서 기존의 내연기관 관련 업종과 컨베이어 시스템의 소멸이 회자되기도 한다. 초기 연구기관, 각종 언론, 증권사 보고서에는 다분히 이런 의도적이고 과장된 분석이 담겼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운동진영에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런 자료들이 활용되기도 했다. 자본은 이를 활용해 위기를 과장하여 구조조정-유연화를 정당화하는데 이용하려 한다.


한편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보수적인 전망도 있다. 전기 생산을 위한 환경 파괴의 역설, 충전 인프라와 시간의 문제, 전기·수소 차량의 생산단가, 밧데리 무게와 주행거리 등의 제약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탄소저감 기술 등이 발전되어 여전히 클린디젤 등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하이브리드(엔진·변속기 장착) 차량이 공존할 것이라는 것이다. 즉 순수 전기·수소차는 10%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입장은 자본의 위기 조장을 통한 공격을 방어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거대한 산업 재편의 흐름을 빗겨가는 전망이다.


우리는 2025년∼2030년까지의 과도기를 거치면서, 장기적으로는 수소차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 진단했다. 물론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와 엔진·변속기가 장착되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공존할 것임은 명확하다. 그러나 미국, 일본, 독일, 특히 중국이 강력하게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수소차 주도 성장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발맞추어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천명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에서 부품사들은 현대차그룹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수소차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아이템이 없을 경우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여전히 공존하겠지만, 순수 전기·수소차의 비중이 늘어날 경우 수익성 하락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올바르고 현실적 대응을 위한 여정을 시작해야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안은 미흡하다. 현재 금속노조는 독일 금속노조의 산업정책 개입 전략을 중심으로 하는 ‘공정한 전환’ 모델에 대한 차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기업 지배구조와 종업원 경영참여가 제도화되어 코포라티즘적 특징을 가진 독일과 한국의 상황은 차이가 크다. 노조가 산업 재편 과정에서 정책적 개입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산별 교섭을 강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정 교섭과 특별법 제정은 결국 힘의 문제이며, 자칫 자본 주도의 산업 재편에 들러리서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또 교섭틀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대표성의 문제, 즉 조직 확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030년에는 내연기관 30%, 전기차 40%, 수소차 30%(현대차는 50만 대 생산)로 재편될 것이라고 못을 박고 있다. 즉 엔진·변속기 부문의 70%가 사라지고, 다른 공정의 경우에도 30%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노사 모두 공멸이라는 인식 아래, ‘자본은 정보 공유와 고용 유지에 화답하고 노조는 생산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는 7,000명의 인원을 줄여야 하고 그 인원은 자연감소 인원으로 대체한다는 것인데, 노조가 어느 정도 용인하는 모양새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사 노동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산업재편에 대한 대응은 한 사업장만의 대응을 넘어서는 것이다. 전국-지역(업종)-단위사업장을 아우르는 대응과 대안-조직-투쟁이 총체적이고 일관되게 이뤄져야 한다. 독일 금속노조를 넘어서는 ‘노동 주도의 산업재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독일 금속노조의 대응방식과 다른 결을 찾기 어렵고, 솔직히 따라가기도 벅찰 것이다. 우리는 현대차그룹과 계열사는 국유화(공기업화), 부품사는 지역공사 화하는 전망을 논의하였다. 현장에서 실질적인 노동자 주도권(자주관리나 노동자통제)을 실현하자는 고민도 하였다. 그러나 그 구체적 경로 설정도 만만치 않아 연구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여전히 고민 수준이고 구체적으로 내용과 실천을 채워가야 할 부분이 많다.


이제 시작이니만큼 지역에서 더욱 많은 동지들과 깊이 있는 고민과 실천을 해나가려고 한다.



* 자동차 산업 재편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규제(파리기후협약)가 기술발전과 맞물리면서 본격화되었다. 순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환경에 대한 정치적 문제를 포괄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대체하는 재생 에너지는 한계가 있으며, 그것을 수소에너지가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자동차만이 아니라 수소 발전과 가정용 전지 등 수소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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