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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삶터에 뿌리박은

동자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백종성정책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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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며 이 세상에 나온다는 맑스의 서술이 드러내듯, 또한 자본가가 노동력의 온전한 시장가치를 지불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그의 눈앞에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공포뿐이라는 엥겔스의 서술이 드러내듯, 자본축적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느냐의 선험적 한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착취율의 한계는 힘과 힘의 대립이 결정할 뿐이다. 한 사회가 규정하는 노동시간의 준수와 적정임금의 지급, 그 조차도 힘의 강제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명목 법정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한국에서, 40시간 노동으로 살아가는 노동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 노동운동사는 바로 그 투쟁의 기록이다.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인 188651, 미국 전역에서 40만 여 노동자들이 주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경찰은 이틀 후 총기발포로 시카고에서 6명을 살해하는 등 이 투쟁을 가혹하게 진압했고, 이에 분노해 광장에 모인 노동자들 또한 무차별적으로 유혈 진압하는 한편, 그 지도자들을 폭탄테러의 주모자로 몰아 사형에 처했다. 3년 후인 1889,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맞이해 창립된 국제사회주의운동의 구심 제2인터내셔널은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을 기리며 189051일을 국제노동절로 선포해 국제적 총파업을 조직했다.

그렇게 시작된 노동절이 127주년에 이르렀다. 그 역사에는 노동계급의 피와 땀은 물론, 노동자 자신의 대중운동인 국제 사회주의운동의 역사가 묻어있음이다. 반공주의로 점철된 이 땅이 아무리 그 역사를 가리려고 해도, 피로 쓴 진실을 먹으로 쓴 거짓이 가릴 수는 없었다. 이승만 정권이 만든 관제노조, 대한노총 창립기념일인 310일에서 다시 51일로 그 날짜를 바꾸어내기까지 36년의 세월이 걸렸다. 127주년 노동절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지금, 우리의 노동현실

2017, ‘민주노조라는 고유명사를 전 세계가 주목하게 한 877·8·9 노동자 대투쟁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재벌체제와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는 견고하다. 헌법 위반을 근거로 박근혜를 끌어낸 이 와중에도, 정작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은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이 땅 노동자에게는 일상이 농단이다.

노동자 대투쟁의 진원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진 식칼테러로 노동운동사에 악명을 남긴 노조파괴 전문가, ‘제임스 리의 후예들이 여전히 성업하는 나라에서 법이 보장하는 결사권을 실제로 행사한다는 것, 곧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것은 투사의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그 결과 2016,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 조직률은 도합 10.2%에 지나지 않는다. 매년 모든 자본가단체가 단 한 푼의 최저임금도 올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 나라에서 월 200만 원 이하 소득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전체 노동자의 45%에 달한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연장노동포함 최대 주 52시간이지만, 저임금을 만회하기 위한 잔업 철야가 일상인 이 나라에서 주 40시간 노동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는 아무도 없다. 비정규직은 특수고용노동자와 사내하청노동자를 제외한 정부추산으로만 839만에 달하지만, 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한 자본가들은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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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전투적이되 일터 담장에 갇히지 않는 운동을

노동조합 조직률 10%라는 수치 뒤에는 더욱 쓰라린 진실이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은 62.9%에 달하나 3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은 고작 0.1%에 불과하다. 자본의 노골적 폭력 앞에, 해당 사업장이 대규모 노동력을 집약하고 있지 않다면 노동조합을 지키기조차 힘든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통계이자, 한국 노동운동이 그토록 연대성을 강조해온 이유를 드러내는 통계다. IMF 구제금융 이후 고용형태, 노조유무, 임금수준에 따라 분열이 고착화한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에서, 이는 조직노동운동의 계급대표성 위기와 직결된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조합은 무언가 그나마 살만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미 민주노총이라는 조직노동자 운동이 존재하는 지금, 87년 대투쟁과 같은 자연발생적 폭발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2017, 노동운동은 일터에서 전투적이되 일터 담벼락에 갇히지 않는 운동이어야 한다. 조직노동자운동은 거대한 미조직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제 천만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철폐, ‘최저임금 1만원슬로건이 표상하는 생활임금의 쟁취, 노동3권의 현실화는 더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조직된 노동자들은 개별사업장의 분배 문제를 넘어서 나아가야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대중적·연대적 계급의식이다. 민주노조의 투쟁은 곧 정치적 투쟁이어야 한다. 조직노동자운동이 운동이기 위해, 정치적 계급의식은 그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일터와 삶터에 뿌리박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제기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현장에서 정치적 노동운동을 구축하기 위한 투쟁이다. 현장에서 추방된 정치를 노동의 공간에 되살려야 한다. 그것은 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계급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뒤로 숨지 않는 공개적 정치운동의 형성, 그리고 정치에 근거한 대중운동의 형성이 필요하다. 대중운동의 정치화를 목표하자.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를 대중화하자. 그 경로는 노동자 계급의 이해에 근거한 운동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대중적 자신감을 형성해야 한다.

 

2017,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 청산 위한 총파업으로

대선이 끝나면 무엇이 달라질까. 30대 재벌이 쌓은 사내유보금이 807조 원에 달하는 현실이지만, 그 누구도 자본의 이윤을 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상정이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을 통해 정의당이 반기업 정당이라는 오해를 적극 해명하는 대선 판이다. 안철수는 최저임금 1만원 시행은 임기 말인 2022년에야 가능하다고 밝혔고, 문재인은 현행 노동법만 지켜도 가능한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를 무려 노동시간 단축공약이랍시고 내걸었다. 애꿎은 정규직을 물고 늘어질 것이 아니라 파견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 노조파괴를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 모든 국민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삶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선 대중에 대한 농단이다.

박근혜 파면 이후 맞이하는 127주년 노동절이지만, 우리는 삶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 배신당하는 현실을 똑똑히 보고 있다. 노동자가 상황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한, 자신의 요구를 정세에 새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87년 대투쟁 이후 30, 96-97 총파업 이후 20년이 흐른 지금, 노동의 대반격을 준비하자. 모든 재벌총수의 구속처벌은 물론 재벌체제 그 자체를 청산하는 투쟁을,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를 청산할 총파업 투쟁을 결의하자. 변혁당이 강조해왔듯 이는 연대적 투쟁이며, 목적의식적 투쟁이다. 이는 대중적 정치투쟁이며, 바로 그렇기에 사업장별 임단투를 조합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아래로부터 현실화에 나서는 것이다. 일터와 공단, 지역에서부터 그 실천을 시작하자. 그 시작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상관없다. 바로 지금, 모든 운동세력이 이 과제에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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