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과오를 딛고 계급적 단결의

구심으로 바로 서자!

 

윤영균경기

 


기아차 지부의 사내하청분리 총회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많이 망설였다. 공개적인 반대와 행동에 나섰음에도, 나 역시 책임과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아차 집행조직의 조직원이다.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을 떠올리며, 조직의 강령에 걸맞는 <금속노동자의 힘>(이하 금속힘)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2017427일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노동조합 사무실. 나는 몇몇의 동지들과 스크럼을 짜고 이 총회는 열려서는 안 된다. 총회를 막는 것이 우리 모두가 사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총회를 저지하는 활동가보다 강행하려는 간부의 숫자가 많았고, 결국 투표마감 1시간 전 스크럼을 짠 대오는 뚫렸고, 투표는 진행되었다. 모두가 예상한대로, 기아차 정규직노조와 사내하청 노조로 갈라서는 결과가 나왔다.

10년전 조직을 통합할 때에도, 그리고 10년 후 다시 갈라칠 때에도 정규직노조의 이해에 따른 일방적 결정이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는 무시당했다.

사내하청지회를 분리하겠다고 나선 노동조합 간부들, 그리고 이를 막겠다고 나선 이들이 누구였던가? 14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기아차 사내하청투쟁의 선봉에서 금속힘 깃발 아래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이었다. “금속힘은 비정규직조직이다", “정규직보다도 비정규직을 위해 활동한다"는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과 보수진영의 비난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던 동지들이었다. 이렇게 계급적 대의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분투했던 현장 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완성차공장 최초로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현장조직도 출범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집행부에 당선되더니 어느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물론, 금속힘은 공식적으로는 기관지를 통해 지부장의 총회 강행을 반대했다. 하지만, 선언적 반대를 넘어서는 직접적 반대를 조직해내지 못했고, 내부적으로도 찬반이 엇갈려 선언적 수준의 반대 입장을 내기까지 많은 논란과 갈등이 있었다.

이제는 금속힘에 대해 예전과는 다르게 투쟁은 뒷전이고 임원선거 당락에만 신경쓰는 선거조직으로 전락했다는 현장의 우려섞인 비판에도 그렇지 않다고 변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황망하고 창피해서 5.1절 집회에도 나갈 수 없었다.

 

어쩌다 기아차노동조합이, 금속힘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 먼저 금속힘을 포함한 조직은 학습하지 않았고, 주요 사안에 대한 토론은 있으되 실천을 해내지 못했다. 집행조직의 결정 또한 상명하달식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탈피하지 못했다. 이처럼 조직 내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예의 모범적인 토론과 실천의 기풍은 금속힘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번 11노조를 파기하는 결정에서도 내부의 치열한 토론과 설득보다는 지부장과 몇몇 간부들의 독단적인 판단이 우선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화성지회와 사내하청분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예정된 파국을 막아내지 못했다. 기아자동차 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위원장, 지부장, 지회장, 대부분의 현장조직 의장이 노조분리 시도에 대한 중단을 촉구했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까지 이구동성으로 총회를 중지하고 대의원대회를 통해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자"고도 제의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비현실적이고 무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묵살하고, 심지어 사내하청분회를 기아차 노조에서 배제하는 일을 회사도 아닌 노조 집행부가 자행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현장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라는 계급적 가치보다 다른 무엇이 우선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민주노조 운동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게도 기아차 지부와 조합원들은 그러한 민주노조운동의 큰 흐름에 거꾸로 가는 선택을 하였다

당장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사내하청동지들과 어깨걸고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시점에...

 

평균근속이 20년이 넘고, 어느덧 퇴직 준비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된 활동가. 공장 밖의 연대는 노동조합이 주관하는 집회 참석으로 갈음하는 활동가. 조직의 모든 결정을 선거지형의 유불리 문제로 환원하는 활동가.

510년후 민주노조의 밑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당장의 실리를 요구하는 조합원을 설득하고, 함께 사는 전망을 내기보다는 실리적 요구를 쫓아가는 집행활동과 조직 활동이 지지받는 문화와 분위기.

이처럼 실리주의와 타협의 문화에 물든 조직의 모습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총회결과가 나오고 공장은 조용하고 평온하기까지 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기아차 활동가들에게 던져진 과제이다. 지금부터라도 고민하는 동지들과 기아차 민주노조운동과 현장조직운동을 다시 돌아보고 길을 찾아야겠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우린 항상 전진하고 있다"는 말을 되뇌이며.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