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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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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막걸리법 혹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김정희경기


 

2017518. 경찰이 히로시마시에서 2명을 체포한다. 그 중 한 사람은 67세의 노인이었다. 이 노인은 며칠 동안 묵비권을 행사했고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급기야 옛 기록까지 뒤지게 된다. 결국 46년 전 시부야 폭동투쟁의 지명수배자 사진과 닮았다고 판단, DNA검사를 실시했고(일본은 주민등록증이 없고 따라서 지문날인도 없다) 그 사건의 당사자라 발표한다. 19711114일 오후 3시경. 도쿄의 시부야에서 기동대원들에게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 1명을 살해, 다른 2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 자체가 날조된 사건이었고 이 때문에 노인은 46년간 수배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일본사회가 발칵 뒤집히다

615일 오전 746. 조직적범죄처벌법 개정안(일명 공모죄)이 일본 상원인 참의원에서 통과되었다. 2006년도부터 추진해오던 법을 개정안이라는 이름으로 여당 및 우익야당을 동원, 통과시킨 것이다. 아베정권의 주장은 국내법을 정비, TOC조약(국제적 조직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 국제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 주로 마피아에 의한 마약 및 총기 범죄 등의 단속이 목적)을 체결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 장애인올림픽을 열 수 없다는 것이었다.

615일 국회 앞. 법안이 통과되는 당일 국회 주변에서는 수많은 시민들, 시민단체들, 종교단체들, 노동조합 등이 밤을 지새우며 공모죄 법안통과 반대집회를 열었다. “법안통과 결사반대! 공모죄 NO! STOP 아베개헌!”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명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결국 법안은 통과되었고 분노한 시민들은 표결무효를 외치며 투쟁을 이어나갔다.

한편 일본의 공산당은 신주쿠의 한 집회에서 공안경찰이 감시하고 있는 단체의 보고서입니다. 우선은 우익과 폭력단, 다음으로 카쿠마루파와 중핵파. 이런 단체는 명백히 범죄행위를 해왔습니다. 확실하게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며 공안경찰의 일상적인 사찰을 사실상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공산당이 공안경찰의 위법, 부당한 행위에 찬동하는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국민연합정부실현을 위해 자위대 전쟁을 지지하고 일본 민중에 대한 국가권력의 탄압을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일명 공모죄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테러리즘 집단과 그 외 조직적범죄집단을 대상으로 하며

중대한 범죄를 기획한 조직적범죄집단이 역할을 분담해서 범죄에 합의하고, 범죄행위를 위해 준비행위를 한 경우

물품이나 자금의 준비, 관계장소 사전답사 등 구체적으로는 흉기를 살 돈을 찾거나 항공기 납치를 위해 비행기를 예약, 범행장소를 사전답사하는 경우 등

무엇이 준비행위가 되는지는 우선은 조사당국의 판단에 따른다.

대상이 되는 죄는 277개의 죄에 적용된다(이 안에는 문화제보호법, 종묘법, 멸종 위험이 있는 야생동물의 보존에 관한 법률, 모터보트경쟁법, 저작권법등 테러대책과 상관없는 법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이제 가정해보자. 아니 이게 현실이 된다.

2명 이상이 모여 국회에 폭탄이라도 던져야 제대로 정치할런가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지면범죄에 합의한 것으로 간주되고, 이 중 누군가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고기 구워먹으려고 부탄가스라도 사면 범죄행위를 위한 준비행위를 한 것으로 규정된다.

그 중 누군가가 장난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그 글을 읽은 누군가가 좋아요를 누르면 공범’, 이 상황을 옆에서 우연히 들어서 혹은 인터넷 글을 읽어서 이 농담을 알고 있었다묵시적 공모가 된다. 읽고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도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묵시적 공모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가 준비행위에 해당하는가는 조사당국의 판단에 따르게 되어있고 사전범죄예방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시민의 메일, 전화 등을 감시, 도청하는 것이 합법화되는 것이다.

  48-국제_일본 공모죄 법안통과.jpg


범죄예방이라는 이름으로 전방위 감시

더 많은 비정규직, 더 낮은 임금, 노조파괴, 무너지는 사회안전망, 후쿠시마 원전, 오키나와 미군기지, 나리타 공항 군사기지화,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평화헌법(2차대전 후 승전국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의 전력 보유 금지와 국가교전권 불인정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 움직임 등. 이같은 재난 자본주의의 역습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의 손발을 묶고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는 것이 일본 자본가, 정권의 진정한 목적이며, 공모죄는 이를 현실화할 수단이다. 앞서 말한 67세의 저 힘없는 노인은 공모죄가 왜 필요한지 알리는 본보기로 내세워질 것이다. “이런 위험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67살이든 뭐든 중요치 않아. 죽을 때까지 뒤를 쫓겠어. 물론 미리 알았다면 이런 위험인물을 사전에 검거할 수 있었겠지. 그러니 도청, 감시가 필요한 거야. 예외는 없어. 너희 모두 감시의 대상이야.”

과거 한국의 막걸리법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다. 그나마 한국 민중들은 자신의 힘으로 정권을 끌어내렸고 아직 그 힘이 남아있으니 일본보다는 사정이 나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저들의 본질을 잊고 그 외양에만 현혹되는 순간 일본의 상황은 언제든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한일, 일한 그리고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이 함께 투쟁할 때에만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저들의 계략은 폐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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