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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 중앙당사에서 #MeToo운동 당원집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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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규정된 존재들이 그간 겪어 온 성폭력의 구조가 미투 운동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했다. 견고해 보이던 억압의 세상에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지지와 공감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함께 실천의 방향을 모색해 보기 위해 #MeToo 당원 집담회에 모여든 당원들은, 담아 두었던 문제의식을 하나하나 꺼내 놓기 시작했다.

 

반성폭력 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소희 지금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권력형 성폭력 개념이 미투 운동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과연 유리할까? 아니면 역공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아닌가?

초라 저는 권력형 성폭력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법적으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을 권력형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호명이 우려되는 건, ‘가공된 욕망이 이미 자본주의적으로 주입된 개념이기에 그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남성으로 명명된 이들의) 성적권력이 이미 구조 속에 배태되어 있기에, 권력자의 도의적 문제 혹은 남성 성욕의 문제라고 개체 환원시켜 오히려 구조를 지울 우려가 있다. 권력형 성폭력보다는 성구조적 폭력이라고 명명하는 게 맞지 않을까.

호숙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폭로했을 때, 권력이 있는 사람인데도 당했다는 인식이 컸다. 그동안 성별 관계나 위계에 따른 성폭력 사건이 미투 운동을 통해 광범위하게 폭로된 것은 사실이다. 단어를 어떻게 바꾸자는 데 초점을 둘 게 아니라, 실제 운동이 전개되는 복잡다단한 양상을 잘 살피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제기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미투 운동의 의의와 한계

동진 트위터에 올라온 미투 운동의 의미에 공감한다. “미투 운동은 당한 사람으로서의 피해자 고백이 전부가 아닙니다. 연대의 의미가 우선이죠. 남자든, 여자든, 피해자이든 아니든 미투나도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당신과 연대하겠다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행동의 의미입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 주요한 맥락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래 지향적 의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일종의 자발적인 사회 공동 선언이죠.” 여기서도 나는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본다. 언론과 SNS를 통해 미투 운동이 대단한 사회적 파급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조직적인 운동의 힘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소희 해시태그 달기 등 온라인을 통한 공동행동도 일종의 작은 실천일 수 있다. 더 많은 곳에서 피해자의 폭로와 호소가 이어지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 선언이 조직돼야 한다. 지금 미투 운동은 유명인 위주의 성폭력과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 본다.

장호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피해는 특정 여성들만 당하는 거라는 종래의 인식들은 많이 불식된 것 같다. 예전에는 유명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기사로 나오면, 가장 많이 달리는 댓글 반응들이 꽃뱀이야기였다. 어떻든간에 지금은 이런 부분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고, 2차가해에 대한 단호한 대처들이 공론화되고 있다. 2차가해 담론은 피해자 보호라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여성주의운동의 반동적 경향에 대한 투쟁이기도 했다. 지금은 2차가해를 통한 악의적인 피해자 낙인찍기나 미투 운동에 대한 훼방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만 미투 운동이 지속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도 든다. 피해자가 마음 놓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지원을 받는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용현 한국사회에서 미투 운동의 전개 양상은 주로 대중의 인기나 존경을 먹고 사는 직업에 한정돼 있다. 여기에 기반해 기득권을 획득한 가해자들에게 대중적 신뢰의 손상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계나 정치권, 대학사회 등 일정하게 미투 운동이 확장하고 있음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공간에서 무수히 겪는 성폭력 피해 사실은 도드라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범시민행동이 꾸려지는 등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미투가 확장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성실 발제문에서도 강조했지만, /가해자의 공고한 구도에서 좀체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함께 싸우고 조직적(공동체적)인 방식으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하자. 특히,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여성비정규직의 성폭력 피해를 진단하고 고발하는 운동을 시작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숙 노동조합도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알려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촛불항쟁처럼 거리에서 미투 운동을 확산하기 위한 실천을 노조가 앞장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지수 그런 의미에서 학생사회에서 사건 해결을 담당하는 인권센터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과거에는 학생자치단위가 사건해결의 주체였는데, 대학당국으로부터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인권센터가 어떻게 문제를 왜곡하는지 폭로하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게 만드는 실천도 중요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일터의 문제로 접근해보면, 노동자들이 얼마나 성폭력 문제에 접근하고 개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앞서 말씀하신 대로, 무엇보다도 노동조합 주체들의 고민이 깊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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