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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과 일터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미투 운동으로 나아가자

 

지수사회운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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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투 운동(#MeToo)은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던 반성폭력 운동의 지형 위에 있으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여성혐오 반대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의 양적 성장, 이를 통한 여성들의 주체화에 기반해 있다. 여성주의적 의식의 성장과 새로운 주체 형성 과정은 새로운 운동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피해여성들은 자신의 피해를 자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반성폭력 대중운동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그녀들의 용기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

2016#문단__성폭력 반대 운동, 2017년 한샘 직장 내 성폭력 문제 등을 거치며 폭로로써 피해를 호소한 이들의 용기는, 20182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청 내 안태근 성폭력 사건 폭로로 비로소 전면화되었다. 현직 검사라는 피해자의 위치는 이 사회에서 누구도 성폭력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고, 언론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까지 불사한 피해자의 용기는 숨어있는 많은 피해자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샘솟게 했다.

그녀들의 폭로는 그동안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피해를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이들에게 과거의 피해사실을 재정의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인식과 가해자의 권력이 두려워, 혹은 내가 잘못해서 그런 일이 발생된 것은 아닐까 자책하며 묻어두었던 경험들을 이제는 성폭력 사건으로 명명하며 해결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벼랑 끝에 선 그녀들은 이제 잃었던 스스로를 다시 세우며 사건 해결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녀들의 목소리에, 삶의 모든 것을 건 그녀들의 용기에 우리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이다.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 가해자의 처벌, 2차가해와 가해자 역고소에 맞서는 것을 시작으로, 미투 운동의 성과를 어떤 법제도적 변화, 이데올로기의 변화, 사회구조의 변화로 만들어 갈 것인지를 결정지을 그 기로에 서 있다.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권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미투운동은 성폭력이 성욕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기반해서 발생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정계와 검찰, 그리고 대학, 문화예술계 고위층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업무상의 위계와 위력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성폭력을 저질렀는지 낱낱이 드러났다. 가해자에게 주어진 권력은 자신의 성욕을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했고, 사건을 은폐하고 자기합리화할 무기를 제공했으며,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는 가해자의 경각심을 무장해제시켰다.

성차별적 사회구조, 권위적인 조직문화, 성폭력 문제 해결의 인식과 구조 미비, 온정주의적 가해자 처벌, 성희롱을 유머코드로 용인하는 문화 등이 성폭력을 관습과 관행으로 용인하게 만들었다. 피해자에 대한 입막음과 고립을 강요한 동조자와 방조자들은 성폭력이 만연할 수 있는 두터운 공기층을 형성하면서 가해자의 가해행위를 강화시켰고, 피해자를 고립시켰다.

보다 근본적으로 여성노동을 부차적으로 취급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성별 노동 분업은 여성을 비정규직으로, 하위직으로 저평가된 노동의 영역으로 내몰았다. 관리자인 남성과 관리 받는 여성이라는 위치는 성별권력구조가 조직 내 직접적 권력과 위계로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여성의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고용상의 차별적인 요소로 작동했고, 입직차별과 성별분업, 승진구조의 배제라는 성차별적 노동구조는 고위직에 남성을, 하위직에 여성을 위치시켰다. 이렇듯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적 구조는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권력구조를 낳았다.

성폭력이 마치 권력의 정점에 있는 몇몇의 특수한 사례인 듯한 해석은 그 권력구조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성차별적 권력구조 - 여성노동은 왜 항상 평가절하되고 부차화되는지, 왜 고위직은 남성으로, 하위직은 여성으로 채워지는지, 여성은 왜 항상 성적으로 대상화되며 성적욕망의 대상이 되는지, 왜 대다수의 가해자가 남성이고 대다수의 여성이 피해자인지 - 를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가해자에게 부여된 권력이 어디에서 연유하고 있는지 그 뿌리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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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여성노동자회 누리집]  


일상의 공간에서부터 여성억압적 사회구조를 바꾸는 투쟁으로 나아가자

이제 더 이상 고발자를 기다리지 말자. 피해자의 용기 있는 폭로는 이제 언론의 무분별한 특종경쟁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 선정적인 보도와 함께 대문짝만하게 박힌 피해자의 사진과 이름, 신상노출에 초점을 맞춘 언론의 행태 속에 피해자의 인격은 다시 한 번 살해된다.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묘사하는 언론의 시각 속에서 그녀들의 용기와 주체성은 가려진다. 미투 운동에 대한 김어준의 일명 공작예언으로 인해 형성된 프레임은 미투 운동에 동참한 성폭력 피해자들을 일명 진보세력(민주당 친노계 친문계 인사들)들을 공격하는 세력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다. 정파적 의도, 일명 공작정치로 조작되는 프레임은 미투 운동을 순수한 미투 운동불순한 미투 운동으로 나누고 그 기준에 따라 피해자들을 분류하고 공격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제 피해자들의 용기에 우리가 연대와 실천으로 화답해야 할 때다. 미투 운동은 폭로된 사건의 피해자 보호와 연대, 가해자 처벌, 법제도적 변화, 사법부 개혁, 성폭력 지원기구의 권한 강화 등을 실물화하기 위한 계획과 실천으로 나아가고 있다. 각자 일상의 공간을 성평등하게 바꾸는 운동, 나아가 성차별적 억압구조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제도와 이데올로기를 바꿔나가는 움직임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미투 운동을 각자 일상의 공간에서 변화를 추동하는 운동으로 만들어가자. 직장 내대학 내 성폭력 사건의 실질적 해결구조를 만들고, 성차별적 문화와 구조를 변화시키는 운동을 전개하자. 제대로 된 사건 해결을 시작으로, 전문가가 참여하는 직장과 대학 내 성폭력 고충처리기구를 만들어내고, 가해자 처벌과 공간분리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르도록 하자. 미투 운동 관련 토론과 교육사업을 배치하고 성희롱 예방교육의 내용과 형식에 노조와 학생주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가면서 위계와 성별권력을 기반으로 한 폭력이 발붙일 수 없는 현장과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315,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이 출범했다. 323일~2412일간 미투 필리버스터와 집중문화제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법제도적 변화를 추동해내고 피해자들의 용기에 거리의 실천으로 화답하는 운동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지금, 미투 운동으로 확장된 반성폭력 운동에 적극 결합하고, 각자의 일상에서 성평등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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