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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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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탈자 GM

지배권을 박탈해야 한다

 이주용정책선전위원장


 

한국지엠 구조조정에 대해 GM과 정부가 모종의 합의에 도달하고 있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황은 GM의 전략대로 흘러가고 있다. 각종 수탈로 대규모 경영부실을 초래한 GM은 책임을 회피하고,* 도리어 정부의 자금 지원과 노동자들의 희생을 뜯어내 GM의 이익만 뽑아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GM본사의 수탈을 규명하는 데 필수적이었던 한국지엠 실사는 졸속으로 끝날 태세다. 산업은행은 노동조합의 실사참여 요구는 단칼에 거부한 반면, 부실의 주범 GM에게는 실사기간, 내용, 범위까지 허락을 구하려 했다. GM은 끝내 실사합의서에 자료제공협조명시를 거부해 “GM이 내주는 자료만 받으라고 한다.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해온 GM이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실사는 무의미함에도, 314일 산업은행은 이대로 실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실사기간조차 GM의 요구대로 1~2개월 내 빠르게 끝낸다고 했다. GM의 편의를 보장하며 졸속, 깜깜이로 진행하는 실사가 어떻게 GM의 책임을 밝힐 수 있겠는가?

 

GM에 끌려 다니는 정부

아직 실사결과도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정부 주요 인사들은 GM을 두둔하거나 GM자본에 대한 지원을 정당화하면서 실사결과가 GM자본에 유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위원장 최종구는 314일 기자간담회에서 “GM이 한국에서 생산을 계속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GM이 우리에게 바라는 바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나아가 GM의 핵심 부실의혹 중 하나인 높은 매출원가율과 이전가격 문제에 대해 오히려 GM을 변호했다.** GM본사의 수탈 때문이 아니라 매출이 하락해 원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2년 한국지엠이 연간 200만 대를 판매한 전성기에도 매출원가율은 90%를 상회하며 국내 완성차업체들보다 훨씬 높았다. , 한국지엠 매출원가율은 특정 시기 매출감소 때문이 아니라 생산과정 자체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정부 책임자가 빤한 거짓말까지 하면서 GM의 수탈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아예 GM자본에 대한 자금지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GM의 실사협조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4월경 긴급자금 일부(800억 원)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은 320<한겨레> 인터뷰에서 한국지엠에 5,000억 원을 들여서 일자리 10만 개를 5년이라도 유지한다면 그게 나쁜 장사인가?”라며 GM의 자금제공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음을 드러냈다. 마치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GM의 축소구조조정 전략을 살펴보면 이는 일자리 보장이 아니라 GM에게 돈을 퍼주는 것일 뿐이다. 물론 언론에서도 드러난 GM의 전략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지금 정부는 단기간 철수를 지연시키기 위해 GM자본의 요구대로 축소구조조정을 용인하고 자금까지 지원하려는 것이다.

 

GM의 전략에 한국지엠의 미래는 없다

GM본사는 북미중국시장과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미래차 부문에 집중하고 나머지 해외 자회사들은 전면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지엠 역시 축소대상에 속하며 실제로 GM2013년부터 한국지엠 생산을 계속 축소했다. 유럽시장 철수로 한국지엠 수출물량은 2012년 이후 반토막 났으며, 전기차 역시 개발은 한국지엠에서 하고도 생산은 미국에서 한다.

일각에서는 브라질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도 정부와 GM이 고강도 구조조정과 정부지원에 합의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희생과 국가재정으로 GM자본의 배를 불리는 근본적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브라질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GM본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브라질이 속한 남미시장은 점유율 잠재력이 높아 투자확대 대상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기타 해외사업부문은 투자축소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GM은 한국지엠에 신차 2종을 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흘리며 정부지원과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종은 기존 생산차량의 후속물량으로서 원래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과거에 합의했던 것이고, 나머지 1종은 개발 중인 차량으로서 생산이 가능할지 확실치도 않다. , GM이 거론한 신차 2종은 한국지엠의 미래를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유럽에 수출하던 오펠 칼, 모카(각각 쉐보레 스파크, 트랙스)2020년경 물량이 끊겨 해당 차종을 생산하는 창원과 부평공장도 군산에 이어 추가 구조조정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나아가 한국지엠은 지금 거점 정비사업소 축소외주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GM의 전략은 명확하다. 물량과 사업전반을 계속 축소하면서 잠깐씩의 사업연장을 미끼로 정부와 노동자들을 압박해 양보를 뜯어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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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지배권 박탈, 필요하고 가능하다

GM3월 말까지 노동조합의 희생이 없으면 한국지엠이 망할 것처럼 위협한다. 노동조합이 임금삭감을 제시했으나 사측은 추가희생을 요구한다. 적자를 메울 비용을 전부 노동자를 쥐어짜 해결한다는 것인데, GM이 부채와 비용 전가로 적자를 유도한 점에서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이번에 GM의 요구대로 노동조합이 다 양보하고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도, GM이 지배하는 한 지속적 수탈로 곧 또다시 구조조정이 닥칠 수밖에 없다. 앞서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도 암시했듯 5년 후(혹은 그보다 더 일찍) GM은 다시 청구서를 내밀 게 뻔하다.

GM의 현금인출기 신세를 벗어나려면 위기의 책임을 물어 GM의 지배권을 박탈해야 한다. GM은 한국지엠에 대한 3조 원 규모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겠다며 선심 쓰듯 말하지만 이는 오히려 GM의 지분율을 높여 지배권을 강화한다. 애초 이 차입금은 GM본사가 대우차 인수대금으로 산업은행에 갚아야 했던 것을 한국지엠에 고리대로 떠넘긴 부당 채무다. 부실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출자전환이 아니라 마땅히 전액 탕감하고 소각해야 한다.

GM의 지배권을 보장하는 자금지원은 세금으로 수탈자의 배를 불릴 뿐이며, 노동자들을 지속적 구조조정에 희생시킨다. GM3월 말이 시한이라며 압박하지만 오히려 급한 것은 GM 자신이다. 한국지엠에 부채를 뒤집어씌워 가장 큰 채권을 보유한 것이 바로 GM본사다. 따라서 설령 법정관리에 돌입해도 채권동결로 가장 불리해지는 것 역시 GM본사다. 정부는 GM에 추가 특혜를 제공할 것이 아니라, 법정관리를 불사하더라도 GM의 수탈분을 환수하고 부실책임에 따라 GM의 지분을 소각해야 한다. 진정 일자리를 지키려면 이를 통한 공기업화로 얼마든지 GM자본의 배를 불리지 않고도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물론 어떤 대안이라도 현장노동자들의 투쟁 없이는 결코 생존권을 지킬 수 없다. 가령 법정관리로 GM의 지분을 소각하더라도, 현장의 힘이 없으면 정부가 직접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것이다. 잘못한 것도 없는 노동자들이 GM의 부실책임을 떠안고 희생당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GM의 지배권을 박탈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현장에서부터 싸움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 GM의 수탈내역에 대해서는 <변혁정치> 61호 특집 한국지엠 구조조정, 어떻게 맞설 것인가와 변혁당 한국지엠분회가 발간한 소책자 <양보로 강도를 막을 수 없다-GM철수설에 대한 노동자의 자세>(변혁당 홈페이지rp.jinbo.net 자료실 게시판에 게재) 참조.

**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매출액 대비 비용원가 비중)2016년 기준 93%를 상회하여 국내 완성차업체들(70~80% 초반)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인건비 비중은 타 업체들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라, 다른 곳으로 비용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 한국지엠이 글로벌GM의 공급망에 종속되면서 부품은 비싸게 들여오고 제품은 싸게 공급하여 한국지엠의 수익은 줄어드는 대신 GM본사가 이 수익을 가져가는 이전가격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GM본사와 한국지엠은 경영기밀을 핑계로 이전가격 문제를 규명할 회계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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