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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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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감성이 함께 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심인호충남

 



솔직히 고백하자면, 당원 성평등 필수교육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회의 일정 잡는 것도 만만치 않고, 논의할 내용도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성평등 필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다들 노동조합에서도 몇 번이나 성평등 예방교육을 받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그래서 염치없게도 강사에게 핵심만 간추려서교육해달라는 부탁까지 하게 마련이다. 어쩌면, 이런 사려 깊지 못한 행동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 싶다. 충남도당 서부분회에 여성 당원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나아졌겠지만, 이것이 지금의 냉정한 현실이다. 바로 이런 모습부터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알찬 내용과 감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교육은 강사의 열정과 최근 이슈에 대한 적절한 예시가 잘 버무려져서 재미있고 집중력 있게 진행되었다. 충남의 경우, ‘안희정 사건이 있어서 한동안 현장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피해자의 폭로를 믿지 못하다가, 급기야 음모론이 회자되기까지 했었다. 충청도 핫바지론', 지역 인물론'은 여전히 현장의 저변을 장악하고 있는 감성이다.

젊은 남성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메갈’, ‘워마드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팽배해 있다. 그래서 지금의 미투운동도 그 연장선에서 파악하기 일쑤다. 솔직히 말하자. 최근에는 여성운동 일반에 대한 비판이 횡행하기도 한다. 일시적 역풍이라고 하기엔 그 세기가 만만찮다. 생활을 같이 하는 대공장 남성노동자들의 현실이 이러하니, 성평등 문제로 다가서는 것 자체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부터 깨우치고 감성을 가다듬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교육은 미투운동부터 시작해서,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조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에 동조, 혹은 묵인하게 만드는 최근의 경향들을 짚어보았다. 성폭력 피해자가 감내해야 할 무거움을 감성적으로 느끼는 과정을 통해 한국 성폭력운동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고민해보게 되었다.

‘O/X 퀴즈함께 토론해보기’, 그리고 상황을 통한 나의 태도작은 실천계획 세우기까지 함께 진행했다. 이것은 앎을 감성과 실천으로 이어주기 위한 준비팀의 세심한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겠지만, 아는 것으로부터 행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게 핵심이고, 또 그것이 언제나 어려운 지점이다. 충남 서부분회 당원들은 그것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고, 나 또한 그 지점에 머물러 있다.

 

남성 현장노동자들의 고민 지점

노동현장의 당원들이 다수를 이루는 충남 서부분회의 특성에서 고민 지점을 생각해보았다. 여전히 우리는 중심과 주변, 그리고 운동의 효율성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대공장의 경우 조합주의적, 실리주의적 경향이 현장을 압도하고 있다. 우리 현장을 챙기기도 어려운데, 장사(?)도 잘 안 되는 지역운동? 지역은 이슈와 운동적 과제가 제기될 때 적당히 함께 해주면 되고, 우리 현장에서의 투쟁이 무엇보다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성평등의 문제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열심히 하는 동지들이 있으니까, 운동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니까, 도와주면(함께 하는 것도 아니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도 아직까지 이런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나의, 우리 현장의 운동과제로 사고하지 않는 것이다.

 

늘 부딪히는 현장의 정서가 이러함은 명확한 사실! 이 부분을 어떻게 돌파해내느냐가 앞으로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 뒤풀이 때 이런 고민들을 동지들과 비로소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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