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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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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이다

 

하계진부산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기치로 부산지역의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이다. 한 사업장 노동자가 평균 20명 정도이지만, 적은 경우 10여 명에 불과한 사업장들도 많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사업장에 문제가 생기면 전 조합원이 달라붙어 투쟁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간접고용 사업장 투쟁은 장기화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 양상도 파업, 집회, 점거농성, 단식, ‘생탁(부산지역일반노조 부산합동양조현장위원회)의 경우 고공농성까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부산지역일반노조의 사례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은 수시로 밀려드는 개별 자본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공세에 수년 째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최저임금 개악법안의 국회 통과는 이러한 현장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추진력을 제공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해서 저임금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때라고 주장하지만, 단언컨대 지금 민주노총에게 사활적으로 중요한 과제는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는 법제도 개악을 폐기하는 것이다. 다음에서 소개하는 부산지역 작은 사업장 세 곳의 사례는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현장에서 어떻게 반감되는지를 보여준다.

 

하나, 2014년의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4~50대 여성노동자들이 총장실 점거에, 학교옥상 점거농성 40여 일까지 치열한 투쟁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그 요구조건은 투쟁의 격렬한 양상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용역회사가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고용문제의 해결, 최저임금 보장과 수당 10여만 원 정도의 인상이 전부였다. 3개월 가까이 지속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학교와 합의에 이르렀지만, 이마저도 반쪽짜리에 그치고 말았다. 원청인 학교 측이 노동조합과 직접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한 까닭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학교가 합의하고 이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후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연간 수당 200만 원을 덧붙여, 매년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숨통을 틔울 만한 여지가 조금이나마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당장 2019년 임금협상이 이들 노동자들에게 큰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학교 측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수당을 포함하는 개악법안을 핑계로 용역단가를 결정한다면, 어렵게 쟁취한 10여만 원 수당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2017부산시관광협회 가이드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 노동자들은 부산시의 위탁을 받아 부산지역에 외국인이 많이 찾는 거점에서 통역과 안내업무를 맡고 있다. 대개 외국어 1개 이상은 능통한 노동자들이지만 이들이 받고 있는 임금은 최저임금이다. 그나마 단체협약을 통해 상여금과 일정 정도의 수당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인 기본급에 상여금 400%. 복리후생비 17만 원 정도로, 5~6년 근속자가 연간 2,70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수령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적용되는 2019년도에는 최저임금이 10%정도 인상되어도 이들의 임금은 한 푼도 오르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이 상여금과 수당의 최저임금 산입에 반대할 경우, 사측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 ‘()성진테크 사내하청노동자문제다. 이 사업장은 애초 부산지역일반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있었지만, 2013년 복수노조 허용 이후 어용노조의 등장과 함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상실했다. 150명 규모의 1차 하청업체로 수익구조도 탄탄하고 안정된 사업장이지만, 현장노동자들의 6~70%는 사내하청노동자다.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에서 결정되는데다가 노동강도도 높다 보니 젊은 노동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사업장이다.

2012년 성진테크 사측과 일반노조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으나, 회사 주도로 설립된 어용노조가 교섭권을 가져간 뒤로 이 합의사항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사측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그들 역시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부터 어용노조와 회사는 550%이던 상여금을 기본금으로 전환하기 시작해 이미 최저임금 인상은 무력화되었다. 사내하청의 경우 연장수당을 줄이기 위해 지급하던 100~150%의 상여금을 올해 들어 전부 기본급으로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동결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60세를 넘은 노동자들이다보니 회사 측의 일방적인 임금체계변경에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동결된 임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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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눈 뜨고 코 베일 건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은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제조업에 특히 치명적이다. 그동안 연장수당을 적게 줄 목적으로 최소한의 상여금만 지급해 오던 사업주 가운데 대다수가 이미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버렸다. 부산지역 중소제조업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된 지는 오래다. 오히려 월급제니, 포괄임금이니 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장도 부지기수이다. 겨우 10여 명이 일하는 사업장에도 사내하청이니, 도급이니 하는 형식으로 잘게 쪼개다보니 노동법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중소제조업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마저도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일반노조 활동을 하면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자주 확인한다. 작은 사업장도 노동조합이 있다면 최소한의 권리는 지켜낼 수 있다. 그럼에도 고용불안과 복잡한 고용체계, 2, 3중의 굴레와 장시간노동에 절어 허덕이는 중소제조업 노동자들이 자신의 힘을 모아낼 수 있을까?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인다고 한다. 하지만 5인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불법파견을 근절하지 않는 한, 5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이 보장되지 않는 한,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그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암울한 예감이 든다.

문재인 정부가 애써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만들지 않아도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상여금은 이미 최저임금에 산입되어 버렸다. 결국,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그나마 단결된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을 공격하겠다는 의도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2019, 중소사업장·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결과다. 싸움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법 개악폐기투쟁을 실기한 채 계속 머뭇대다가는, 대정부 투쟁전선은 각개로 흩어져 고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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