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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은 

재벌의 사유물이 아니다

 

 

바람┃서울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4월 15일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지분(33.47%)을 모두 처분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박삼구 회장이 3월 28일 경영실패 책임으로 물러난 후, 산업은행 자금 지원의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자구안을 결정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매각 결정을 환영하면서 아시아나항공에 1조 6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몰락은 필연이었다. 박삼구 회장은 부실 경영과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확장으로 위기를 초래했다. 인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끌어다 썼던 막대한 부채는 이자 부담 폭증으로 돌아왔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산업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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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주노총]

 

 

 

 

 

위기의 원인, 박삼구의 경영실패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를 부실로 몰아넣은 원인은 바로 박삼구 회장이다. 2002년 취임 당시 박삼구 회장은 “2010년 재계 5대 그룹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재계 순위 10위권 밖이었기 때문에 5위 안에 들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눈독을 들였고,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대우건설을 당시 평가액보다 2조 원이나 높은 6조 4천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박삼구 회장의 욕심 때문이었다. 박삼구는 인수자금 6조 4천억 원 가운데 2조 6천억 원을 금호산업‧금호타이어‧금호석유화학‧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동원해 차입으로 마련했다. 3조 5천억 원은 외부 투자자들에게 빌린다. 즉, 인수 자금 96%를 빚으로 조달한 것이다.

 

2년 후 박삼구는 또다시 무리한 확장에 나선다. 대한통운 인수에 4조 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자금동원방식도 대우건설 인수와 동일했다. 계열사 사채를 발행하고, 외부 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렇듯 대우건설‧대한통운 2개 회사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10조 원 대부분이 차입이었기 때문에, 그룹 전체가 자금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008년에는 세계 경제위기가 닥쳤다. 투자자들의 자금 상환 독촉이 이어졌고, 건설경기 둔화는 대우건설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결국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인수한 지 3년만인 2009년과 2011년에 재매각하게 된다. 더군다나 재무구조 악화 때문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박삼구 회장은 2009년 당시에도 경영실패 책임을 지고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지는 게 아니었다. 불과 1년만인 2010년 다시 회장으로 복귀했고, 2015년에는 워크아웃으로 넘어갔던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다시 장악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다. 이때 산업은행이 관리하던 금호산업을 매입하는 데 7,228억 원을 들인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도 박삼구는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부채를 늘려갔다. 1,521억 원은 박삼구 회장과 그 아들 박세창 부사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해 확보했지만, 남은 5,700억 원가량은 주식 발행 대금과 은행 차입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박삼구의 자금줄로 전락한 아시아나항공

 

결국 박삼구 회장의 부실경영과 경영권 회복에 금호아시아나 그룹 여러 계열사가 동원됐다. 그중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담당했던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의 자금줄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각각 2,500억 원과 1,500억 원을 부담했다. 나아가 금호산업 재무구조 악화를 막는 데에도 아시아나항공 자금 790억 원이 들어갔다.

 

작년 여름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도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회복을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터진 문제였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기내식 업체와 계약을 끊고, “게이트고메코리아”라는 회사와 기내식 공급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이 회사는 중국 HNA 그룹의 계열사인데, HNA 그룹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 회사채를 1,600억 원어치나 매입했다. 금리 0%에 만기 20년 조건이었는데, 사실상 무이자로 1,600억 원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결국 1,600억 원 차입의 대가로 기내식 공급 사업을 내준 셈인데, 이 새로운 업체의 생산시설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납품을 맞추지 못해 ‘기내식 대란’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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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을 노동조합에 전가하는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출처: 노동과세계]

 

 

 

 

 

자본의 충실한 파트너, 산업은행

 

박삼구 회장은 자신의 탐욕으로 그룹을 망치고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했다. 산업은행은 1조 6천억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부실을 극복하게끔 지원하려 한다. 문제는 대규모 공적 자금을 동원하면서도, 그 이익은 사회가 아니라 또다시 자본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손실의 사회화, 이윤의 사유화’는 산업은행의 전매특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도 13조 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손실을 메운 지금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강행하며 현대중공업 총수 정몽준 일가에 특혜를 줬다. GM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GM이 자초한 한국지엠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8천억 원의 공적 자금을 들였지만, 돌아온 것은 회사를 갈가리 찢는 끝없는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해고였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도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회생시켜 ‘매력적인 매물’로 만들고, CJ나 한화, 롯데 같은 재벌 그룹에 매각하려 한다. 재벌의 경영실패를 공적 자금으로 해결해준 뒤, 다시 재벌의 이윤창출 도구로 넘겨주는 것이다.

 

 

 

경영실패, 노동자가 독박 쓴다

 

박삼구의 경영실패가 불러온 피해는 고스란히 금호아시아나 그룹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10년 동안 4번이나 임금을 동결했고,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한 후에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국내외 지점 151곳을 106곳으로 축소했고, 예약‧발권 부서와 국내 공항 서비스 등을 외주화했다. 노동자들은 휴직과 퇴직을 강요당했다.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고 항공기 탑승 승무원을 전 노선에서 1~2명씩 감축하면서, 가뜩이나 과로에 내몰리던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였다.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금호타이어도 마찬가지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노동자 1,30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정리해고는 막았지만, 사측은 597개 직무를 외주화하고 임금 40%를 삭감했으며, 상여금 반납까지 강요했다.

 

매각이 결정된 아시아나항공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매각을 앞두고 39개 부문‧224개 팀을 38개 부문‧221개 팀 체제로 개편하고 비수익 노선을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또다시 인력 감축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영 공공 항공사, 얼마든지 가능하다

 

항공교통 이용객 수는 2008년 5,200만 명에서 2017년 1억 1천만 명으로 2배 증가했다. 2017년 고속철도 이용객이 1억 4천만 명이었으니, 항공교통 이용객 수와 차이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그만큼 비행기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항공교통을 2개의 항공재벌이 장악하고 있다. 그 결과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각종 범죄와 불법 경영,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의 경영 실패 등 잇따른 폐해로 드러났다.

 

하늘길을 장악한 항공재벌은 그간 국가적 지원과 혜택을 받으면서 막대한 이윤을 누렸다. 한국의 첫 민간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애초에 국영항공사를 인수하며 시작했고, 법적‧제도적 지원을 받아 대형 항공기를 도입하는 부담도 덜었다. 항공재벌 설립 때부터 시작한 지원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987년부터 항공재벌은 항공기 도입 시 막대한 세금 혜택을 받았는데, 2015년~2017년 3년간 그 금액이 1,500억 원에 달한다. 매년 5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감면받은 것이다. 또한 공무원 해외출장 시 국적 항공기를 이용하는 제도GTR 덕분에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797억 원과 425억 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항공사는 국가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운영된다. 더군다나 재벌의 경영실패로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공적 자금까지 받게 된 지금, 왜 또다시 재벌에게 항공사를 넘겨줘야 한단 말인가? 국영 공공 항공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벌 총수일가와 경영진이 누려온 막대한 이윤을 양질의 항공서비스 구축에 활용한다면, 항공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훨씬 더 증진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권리를 박탈당한 채 갑질과 과로에 시달렸던 노동자들의 생존과 노동권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늘길은 자본의 사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 모두를 위한 공공 비행기는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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