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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현장활동가 집담회


이중의 위기 속 자동차산업

공동의 대응 논의에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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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대구 소재 자동차 부품사 한국게이츠가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했다. 지속적인 경영위기에 시달리던 쌍용자동차도 모기업 마힌드라가 공식적으로 투자 중단 의사를 밝혔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전환, 그리고 전반적인 업황 부진이라는 이중의 위기는 완성차-부품사를 막론하고 닥쳐오고 있다. 이 파도를 맞닥뜨리는 현장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지금 당장 어떤 실천부터 나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자동차산업 현장의 당원들과 집담회를 마련했다.


<집담회 참석자>

-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공장

- 서영우: 현대차 전주공장

- 엄정흠: 두원정공

- 조남덕: 콘티넨탈

- 한정우: 갑을오토텍(현 KB오토텍)



Q: 직접 느낀 바를 토대로, 자동차산업의 불황이나 미래차 전환과 관련해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감지되는가?


김성민: 유성기업은 엔진 부품을 만드는 사업장이라 고민을 안 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노조파괴 사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조합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다른 걸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유성기업은 원래 공장이 네 군데였다. 아산, 영동, 인천, 대구공장까지. 그런데 대구공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인천 남동공장도 없어졌다. 이 두 곳이 규모는 작았지만, 저는 구조조정이었다고 본다. 회사가 공장 없애면서 해고는 못 하니, 사람들은 아산공장으로 이동시켰는데. 회사 관계자를 한번 만나서 물어본 적이 있다. ‘미래차 관련해서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느냐’고. 그랬더니 하나도 없어서 본인도 걱정이란다. 현재 아산공장은 물량이 없고, 영동공장은 현대차 GV80 같은 차가 많이 나가다 보니 일정하게 잔업‧특근이 있다. 원래 회사에서 휴업조치를 하려고 했는데 한번 뒤집혔다가, 이번에 다시 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엄정흠: 두원은 생산품 자체가 사양산업에 속하다 보니, 이미 예전부터 어려운 상황이 예견됐다. 기계식 엔진이 커먼레일 엔진으로 바뀌면서, 기계식을 생산하던 두원은 물량이 급감했다. 현재는 국내에서 쓰는 물량은 없고, 100% 수출용이다. 주로 제3세계 쪽으로 수출하는데, 요새는 이곳들도 커먼레일로 계속 변하고 있어서 물량은 더 줄어든다. 두원도 휴업‧휴무를 진행하고 있다. 9월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2주간 휴무하는 안을 가져왔다. 노동부에서 휴업수당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 외에 금속노조 경기지부 사업장에서도 휴업하는 곳들이 있다. 가령, 휴업한 역사가 없었다던 케피코가 처음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한정우: 갑을도 일단 물량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건 이전에 노조파괴 투쟁 때 대체생산이 진행되면서 발생한 문제고, 미래차 관련해서 조합원들이 실제로 느끼는 변화가 크진 않다. ‘미래차로 바뀌면 우리 사업장에서 없어지는 건 뭔지’ 정도 관심은 있지만, 아무래도 노조파괴 문제의 회복이 아직 안 된 상태라. 다만 저도 작년부터 관심 갖고 모니터링을 쭉 해봤는데, 실제 변화가 감지되더라. 갑을은 주로 상용차 에어컨 시스템을 만들어서 현대차 전주공장에 납품하는데, 노조파괴 투쟁 이후 작년부터 현대차가 갑을 비딩(입찰)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받은 물량이 전부 다 배터리차 또는 수소차였다. 작년에만 해도 미래차 전환은 ‘30년 정도 지난 뒤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속도가 갈수록 굉장히 빨라지더라.


조남덕: 세종에 있는 부품사인 보쉬전장의 경우 보쉬 지분이 100%인데, 여기서 작년에 별도 합작회사를 대구에 만들었다. 그 대구공장에서 전기차 구동 모듈을 양산한다더라. 지난주쯤에 보쉬전장 노조와 얘기를 잠깐 나눈 적이 있는데, 노조도 고민이라고 한다. 정부도 ‘그린뉴딜’ 내세우면서 전기차‧수소차로 가고 있는데, 그 주도권과 물량 배정을 현대차가 쥐고 있고, ‘노조가 속을 썩이는 사업장’들에 대해서는 물량을 안 주고 노조 몰래 별도 법인이나 공장을 짓는 식으로 가는 거다. 남 얘긴 줄 알았는데, 당장 우리 지역의 보쉬전장 사례도 있어 심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영우: 현대차 전주공장은 상용차, 즉 2.5톤 트럭부터 버스까지 만든다. 그런데 6년 전쯤부터 물량이 쭉 줄었다. 엔진은 당연히 별로 못 만드는 상황이고. 관광버스는 4년 전쯤부터 진작 물량이 줄었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아예 안 나가고 있다. 그나마 좀 나간 게 일반버스와 시내버스 정도다. 그것도 수출이 안 나가는 바람에 지난달에도 1주일 쉬었다. 유럽에서 수소차 46대 주문을 받아 선적해서 보냈는데, 아직도 명확히 수소차를 언제부터 라인에 태우겠다는 계획인지 나오지 않고 있다. 울산공장은 제가 아는 대로만 말씀드리면, 지금까지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혼류생산했는데, 1공장에서 내년 1월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완전전기차를 양산한다고 한다. 그 공사가 올여름에 끝난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내연기관 공정을 외주화로 돌리려 하면서 현장과 마찰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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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러한 산업적 변화와 위기에 대해, 함께 일하는 동료(조합원)들의 인식은 어떤가?


김성민: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고령화도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최소한 10년은 가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변화에 대응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다른 사업이나 주식, 부동산을 알아보는 등 다른 방법을 찾기도 한다. 한번은 ‘전기차로 바뀌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으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시대적 흐름이니 답이 없는 거지, 이미 10년 전에 해야 했는데 우리는 노조파괴 때문에 이러고 있으니 안 되는 거 아니겠냐’고 답하더라.


조남덕: 제가 일하는 콘티넨탈은 자동차 계기판을 만드는 사업장인데, 앞으로 계기판이 없어진다고 하더라. 본사에서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는데, 회사가 구체적인 걸 얘기해주지 않는다. 현장의 분위기는 ‘당장 큰 변화가 오진 않을 거다, 우리도 막내가 마흔이 넘었으니 나 회사 다니는 동안은 별일 없지 않겠나’ 하는 식이다. 문제는, 현재 콘티넨탈의 전세계 고용 인원이 26만 명인데, 작년에 본사에서 앞으로 10년간 2만 명가량을 구조조정하고 몇몇 공장은 문을 닫으면서 그 대신 미래차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거다. 어느 나라 공장이 폐업 대상으로 걸릴지 모르고, 교섭 때마다 사측은 그 얘기를 꺼낸다. ‘임금 인상이 과도하면 문 닫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노조를 압박한다. 며칠 전 복수노조 사업장 회의에 갔는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아마 내연기관 관련 사업장인 것 같은데, 빤히 물량이 없어지는 게 보이니 사측에 ‘물량 따오라’고 얘기한다는 거다. 피부로 와 닿는 사업장들은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노조가 양보를 강요받는 지형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엄정흠: 우리도 마찬가지로 고령화되다 보니, 평균연령이 54세 정도 될 거다. 올해도 20명이 정년퇴직하고, 5년이면 100명이 넘는다. 그러면서 막연한 두려움은 있다. 그런데 대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두원은 이미 사양산업이라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금도 거의 1/4토막이 났다. 그러다 보니 투잡들을 많이 뛴다. 물류센터 일을 많이 하던데, 오후 4시에 퇴근하고 야간 뛰는 거다. 그리고 두원에선 휴업이 많은데, 물류센터는 근무시간 조절이 가능하니 그럴 때마다 가서 일하는 거다. 대리운전하는 분, 건설현장 나가는 분들도 있다. 우리 같이 여기에 목매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다. 맞벌이해도 대부분 배우자가 비정규직이라 수입이 얼마 안 되는데, 또 돈은 제일 많이 나가는 시기다. 저도 대학생 애가 둘인데, 1년에 학비에 방값, 용돈까지 하면 최소 3천만 원이 든다. 맞벌이해도 힘들다.


한정우: 갑을도 두원과 연령대가 비슷하다. 53~·54세 정도.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해 작년부터 준비해서 사업계획과 보고서도 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차원의 교육도 하고, 작년에 사업을 몇 개 펼쳤다. 그런데 이런 걸 최일선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간부들의 경우, 이게 30~40년 후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나와는 상관없네’ 이렇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뜻도 되는데 말이다. 제일 걱정스러운 건, ‘내가 안 해도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10년, 20년 뒤의 일은 후배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태도다. 다만 젊은 층이 대거 핵심 간부들로 올라왔는데, 이들은 당장 자신들이 부닥칠 문제이기도 한 만큼 걱정도 크고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서영우: 완성차에서는 정년퇴직 예정자들이 많다 보니, 내년부터 2천 명씩 10년간 인원이 빠진다. 심지어 현대차 윤여철 부회장이 ‘신규채용 요구하지 마라, 현재 정규직은 정년까지 보장하겠다’고 얘기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내 자리는 있겠다’고 안도하는 심리가 있다. 하지만 울산 1공장의 경우 전기차가 들어오면서 조합원 동지들이 싸우고 있는데, 원래 900명 정도가 코나를 만들던 라인에 대해 회사가 ‘200~300명 정도는 빠져야 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당장 내년에 전기차가 들어오니 싸움이 벌어졌다. 이런 싸움이 완성차에서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활동가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확대하는 데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현대차 사측은 2년짜리 촉탁계약직을 계속 쓰겠다는 계획이지만, 정규직 정년퇴직 자리에 정규직 신규채용을 요구하는 싸움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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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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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우]



Q. 현장에서 대응을 모색할 때 가장 답답하거나 딜레마를 겪는 지점이 있다면?


서영우: 현대차는 계속 공정을 모듈화‧외주화하고 있다. 그런데 개발을 마치고 업체까지 선정해서 오더를 다 준 다음에야 조합원들에게 얘기한다. 설명회를 할 땐 이미 이런 모듈화‧외주화 계약이 끝난 뒤다. 조합원들이 어떻게 해볼 여지를 없애는 건데,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이 상당히 밀리고 있다. 가령 GV80 6기통 엔진을 울산에서 생산하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현대위아에 외주화했더라. 사실상 집행부도 묵인한 거다. 그 작업을 하고 있던 사람들 고용 문제도 있는 건데, 집행부나 대의원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들이 앞장서서 브레이크도 걸고 적극 대응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완성차 공장을 단순 조립공장으로 바꾸려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에 대한 싸움을 제대로 못 하면, 앞으로 인원이 10년 새 2만 명 넘게 줄어드는데 그만큼 노조의 힘은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 심각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얘기를 많이 못 하는 게 사실이다.


한정우: 갑을의 경우, 회사가 저희보다 더 모른다. 저희는 연구도 하고, 토론도 하고, 관련 정보도 입수해서 미래차에 관해 완성차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려 하는데, 사측은 노조파괴 이후 자금 유동성 문제에 골몰할 뿐이다. 대안을 내고 요구를 만들려면 근거와 정보가 필요한데, 그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지도부와 활동가들이 전망과 대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다. 가령 변혁당 충남도당 차원에서 이 문제에 관해 작년부터 논의를 쭉 했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사업장 중 부품사 노조들을 모아서 사업장 특성이나 제품에 따라 디테일하게 토론도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제일 약한 게, 실제 각자 현장에서 만드는 제품이 어떻고 기술 수준이 어떤지 잘 모른다. 그래서 각자 사업장부터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뭐가 문제인지 명확히 파악해보려 했는데, 올해 들어 코로나에다 선제적 구조조정 문제로 싸움에 들어가 있으니 수순에서 계속 밀린다.


김성민: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노동운동, 노조운동이 경제투쟁과 소위 현장권력 쟁취투쟁에 익숙해 있지 않나. 80년대 후반부터 노조파괴 전까지는 그 투쟁만 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문제에 맞닥뜨린 거라고 본다.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고민해본 사람이 없다. 사실 노조파괴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었고, 이런 문제는 생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가 미래 산업을 고민했어야 하는 건가?’하는 딜레마가 있다. 한편으로는 미래 노동에 대해 그 조건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도 드는데, 그간 우리는 임단협 잘해서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쟁취하는 정도였고, 그 수준을 넘어서는 걸 우리가 해봤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남덕: 지금 금속노조에서 ‘자동차 포럼’을 만들어서 산업부와 금속노조, 자동차 사측이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걸 통해 산업 변화 과정에서의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고민이 있다. 한편으론 이걸 반대한다고 해서 이 변화가 과연 거스를 수 있는 문제일지에 대해서도 고민이다. 요구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문제다. 사업장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요구를 어떻게 만들고 싸움은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게다가 개별 사업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는 것 같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 건지 갑갑한 지점이 있다.


엄정흠: 제일 답답한 게, 산업 차원의 문제다 보니 개별 사업장에서 대응을 제대로 못 한다. 주도권을 현대차가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개발 단계부터 물량을 어느 사업장에 얼마나 배정할지 그 모든 걸 현대차가 관리한다. 사전에 노조도 모르게 진행된다. 지금 사업장들의 상황이 제각각이라 대응이 쉽지 않은데, 아마 구조조정이 닥쳐오는 시기도 다 다를 거다. 예전에도 경험했듯, 절대로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모이지 못하게끔 하는 방법을 아는 거다. 그 방식을 똑같이 쓰지 않을까. 까딱하면 오히려 노동자 사이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물량 배정을 놓고 사업장 간에 싸움을 붙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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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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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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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덕]



Q.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으려면 현장 투쟁동력을 구축해야 하는데, 각자 사업장 차원에서는 어떤 실천이나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가?


김성민: 일단 조합원들이 먼저 이 상황과 변화의 흐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자본의 전략은 무엇인지, 이런 걸 알려줘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이런 변화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가령 최소한 기본적인 소득 보장에 대한 투쟁이라거나,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투쟁이 굉장히 어려운 점이 많아 보이긴 하지만, 그런 것들을 요구하며 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서영우: 조합원 교육이라든지 유인물이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조합원 의식을 계속 바꿔내려는 실천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 또한,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건 직접적인 투쟁이다. 회사의 외주화에 맞서 직접 그 안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피부로 빨리 느낀다. 현장 투쟁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건 또한 활동가들의 몫이다. 그런 것들이 계속 필요하다.


한정우: 갑을은 산업재편 문제 이전에, 노조파괴 후유증으로 물량이 굉장히 축소된 상태다. 게다가 2016년부터 누적 적자가 거의 1천억 원이다. 사측이 노조파괴에 쏟아 부은 간접비용까지 1천억 원이 넘는다. 결국 작년엔 자본잠식에 들어갔고, 올해는 코로나로 자금 사정이 더 악화했다. 지금 부도가 나도 이상할 게 없다. 우리가 양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거다. 그래서 부도까지 전제하고 어떻게 싸울지 고민하고 있다. 기존 단협상 모든 노동조건 양보 없이 싸운다는 기조를 세우고, 부도 대응 매뉴얼을 준비 중이다. 산업재편과 구조조정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대신 그 싸움을 위한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정리해고 금지 협약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퇴직금 보전 조치에 관한 사항은 단협으로 정해놔야 최소한 퇴직금 받으려고 투쟁 포기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거다. 지금은 싸움을 준비하는 게 더 확실하고 우선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야 한다. 내연기관 부품사나 저희처럼 부도 임박한 곳들은 그렇게 싸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현재 자동차산업 관련 각 사업장의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전반의 위기와 변화라는 점에서, 개별 사업장 차원의 대응으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기도 하다. 

향후 부품사-완성차 노동자 상호 간 어떤 공동의 실천이나 사업을 벌여볼 수 있을지 제안해주신다면?


김성민: 앞으로 부품사 노조들끼리 집담회뿐만 아니라 자료를 만들어서 토론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이게 좀 더 확장되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런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경험상 이게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인데. 예전에 제가 금속노조 중집에 두 번인가 상복을 입고 가서 현대차 본점 앞에서의 전국 일인시위를 제안한 적이 있는데, 두 번 모두 묵살됐다.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 예민해지고, 연대가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들끼리의 연대를 어떻게든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영우: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도 오늘 이 자리에 와서 동지들 얘기를 듣고서야 부품사 상황이 어떤지를 대략으로라도 알게 됐다. 활동가로서 이런 얘기를 듣는 자리들이 많이 있었으면 하고, 당에서도 이런 내용을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이 알 수 있을 테니까. 저도 현장조직에 몸담고 있는데, 현장 유인물 같은 걸 통해서 부품사의 상황과 산업 변화 과정에서의 문제 등 조합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것들을 홍보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우: 미래차 관련해서는 완성차 활동가들이 모여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그런 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여기서 구체적인 대안이나 근본적인 해결이 나오진 않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변혁당도 그렇게 각 사업장을 모으는 시도를 했으면 한다. 이 분야에 대한 정책적 역량 강화와 모니터링도 필요하고, 학습해야 할 소재이기도 하다.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렇게 학습 겸 정보교류 차원의 네트워크 속에서 토론하면서 요구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엄정흠: 예전에는 자동차 활동가들과 부품사 활동가들이 모여서 정말 얘기 많이 했다. 밤을 새우면서 토론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단절되기 시작하더라. 명맥은 유지하지만, 이제 자동차 활동가 가운데 아는 동지가 많지 않다. 그런 게 복원돼야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부품사 활동가들끼리도 이게 잘 안 되고 있다. 처한 여건이 다르니 뭉치기 어려운 건지. 그렇게 모였을 때 뭘 논의하고 토론할지도 중요하다. 활동가들이 모이면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투쟁이 아니라 선거 얘기만 하면서 ‘내가 여기 왜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정말 치열하게 어떻게 투쟁을 준비할지 토론해야 한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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