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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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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9.15 18:51

초등돌봄교실,

공공성에 기반한 사회화로!


강석도┃경기(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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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코로나 사태 내내, 자녀 돌봄 문제는 학부모들과 일선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런데 지난 8월 초, 기존에 학교에서 담당하던 초등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할 우려가 큰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에 대해 ‘돌봄 업무를 민간위탁으로 떠넘겨 민영화할 위험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돌봄교사 대부분이 여성 비정규직인 상황을 비롯해 초등돌봄의 현실은 어떻고 이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지, <변혁정치> 이번 호와 다음 호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IMF 정리해고와 ‘초등돌봄’의 도입


1990년대 말 IMF 위기를 겪으며 한국의 중산층 가정은 대거 해체됐고, 맞벌이나 한부모‧조부모 가정이 급증했다. 한편, 비정규직의 대규모 양산과 함께 여성의 노동시장 유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초등 방과 후 특별활동’과 ‘초등돌봄교실’ 제도를 도입했다. 2002년 ‘방과 후 보육시설’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2004년에는 ‘방과 후 보육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을 ‘초등돌봄교실’로 운영한 지 15년이 지난 오늘,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초등돌봄교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양적으로 급격히 확대됐지만, 그만큼 학부모들의 요구(수요)도 급증함에 따라 초등돌봄교실의 운영시간이 대폭 늘어나 학교 휴업일과 방학 중에도 운영되며,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초등돌봄교실이 끊임없이 신‧증설되고 있다.



돌봄교사의 현실


2010년대 들어 초등돌봄 정책이 급물살을 타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돌봄교사로 대거 학교 현장에 유입됐다. 돌봄교사는 거의 전적으로 여성이었고, 대부분 초단시간제 등 비정규‧불안정 일자리였다. 초등돌봄교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수요가 급증하며 확대를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이 경험하는 저임금과 차별은 계속됐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수많은 학생이 학교에 갈 수 없어 ‘긴급돌봄’이 더욱 필요하고 그 어느 때보다 맞벌이 학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적인 공공적 돌봄의 확대가 절실하지만, 초등돌봄교사의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나 돌봄교사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시‧도교육청은 말로는 ‘질 높고 안전한 돌봄서비스 제공’을 떠들면서도, ‘효율적 운영’을 앞세워 돌봄교사의 시간제‧계약직 고용과 돌봄교실의 외주위탁운영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애초에 ‘돌봄교실’로 바뀌기 전까지 돌봄노동자들은 ‘초등보육교사’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호칭이 ‘돌봄강사’로 바뀌었다. 이후 2014년 교육부 매뉴얼에는 ‘돌봄전담사’라는 새로운 호칭이 등장했는데, 이는 사실상 강등과 차별을 의미하는 것이다. ‘돌봄전담사’라는 호칭은 단순한 명칭의 문제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돌봄교사의 역할을 학교 교육의 ‘보조’업무 수행자로 규정한 것이다. 돌봄교사 노동에 대한 차별과 낮은 처우, 그리고 갈수록 더해가는 격무는 결국 돌봄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는 방과 후 생활에서 적절한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의 안정적이고 즐거운 삶과도 거리가 멀다.



초등돌봄, 

부모와 돌봄노동자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현행 초등돌봄의 정책적 도입은 IMF 위기를 전후한 구조조정과 대량해고의 결과로 자본과 국가의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돌봄을 개인이나 가정의 책임으로 뒤집어씌우지 않고 사회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초등돌봄은 더욱 안정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초등돌봄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 확보와 사회화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돌봄이 사회적 역량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동시에 학생들의 안정적이고 행복한 방과 후 생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돌봄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구조를 철폐하고, 나아가 학교와 국가가 돌봄을 직접 책임지는 사회를 쟁취하는 길은 순탄치 않은 투쟁의 과정일 것이다.


무엇보다 초등돌봄교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다음 두 가지가 시급히 필요하다.


첫째, 정부와 국회는 돌봄교사의 안정적인 고용과 노동조건을 보장함은 물론이고, 초등돌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운영주체가 되는 온종일돌봄 종합대책과 법제화를 마련해야 한다. 돌봄교사의 단시간근무제를 폐지하고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주어지는 전일제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초등돌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초등교사에게 부당하게 부과된 돌봄업무를 실질적으로 이관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초등학생들이 방과 전-후에 제대로 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즐거운 환경은 물론이고 이를 뒷받침할 돌봄의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이냐 보육이냐’라는 과거의 담론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처한 현실에 주목하고 초등교사와 돌봄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하여, 더 이상 학생들이 네모난 닫힌 공간에서 갑갑해 하고, 부모들은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만 구르거나 자기희생을 강요받으며, 돌봄노동자들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불안 속에 과로로 시달리는 이 모순을 끝내야 한다.



* 교육부가 발표한 “2020학년도 1학기 온종일돌봄(초등돌봄) 시설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학교 내 초등돌봄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290,358명(69.2%), 지역아동센터(보건복지부+지자체) 121,312명(28.8%), ‘다함께돌봄(지자체)’ 3,578명(0.8%),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여성가족부+지자체)’ 5,715명(1.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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