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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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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30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2.09 16:12

교육비 국가책임 요구해야


2015년 1월,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정부는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이 완성되는 첫 해라며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고, 등록금 부담 경감 성과를 자찬했다. 물론 통계에 장난질을 한 것도 감안해서 해석해야 하지만 여하튼 2011년 반값등록금 투쟁 이래 국가장학금 예산을 2012년 1조7,500억원에서 2015년 3조6천억원까지 확대했으니, 만약 이 추세로 더욱 노력하면 박근혜식 복지로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은 물론 무상교육까지 달성할 기세다.

그러나 연이은 장학금 확대의 결과, 근 몇 년간 적막해진 등록금 인상 시도는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며 두 가지 단서에서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로 대학들의 자구 노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 등록금 인하율은 2012년 3.9%에서 2014년 0.3%로 몇 년째 줄어들고 있다. 2015년에는 소폭인하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들은 이미 예산을 줄일 만큼 줄였고, 저금리로 적립금이나 발전기금과 같이 쟁여둔 돈들의 증식도 어려워 등록금 인하요인이 더 이상 없다며 하소연한다. 이 돈들을 자본금삼아 다른 대학과 경쟁할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이를 깎아먹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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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정부도 등록금 추가 인하 의지가 없다. 대학의 등록금 인하 노력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유형2의 규모는 2012년 1조원에서 2015년 4천억원으로 해마다 감액되었으며, 이제 대학 구조조정 평가지표에도 등록금 인하 노력을 반영하지 않게 되었다. 등록금 인하를 유도해온 기제를 점차 포기하는 것이다. 법원 판결로 등록금의 70% 가량을 인하할 위기에 놓인 국립대학과 정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에 직면한 사립대학의 몸 사리기가 아니었더라면 등록금은 이미 조금씩 인상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대중투쟁 사라진 등심위 논의는 한계 분명

대부분의 학생회들은 여전히 등록금이 비싸다는 기본 입장 하에 4년 전 도입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제도를 활용해 등록금 인하를 대학에 요구해왔다. 등심위는 대학이 숨겨둔 정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대학 재정의 불투명성과 뻥튀기 예산편성을 폭로할 수 있는 장이며, 이를 십분 활용하는 것 자체는 무의미한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성과 전문성의 차이로 인해 지엽적인 논리 싸움에서는 학생들이 밀릴 수밖에 없다.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자기 주관과 근거가 없다면 대중들을 조직할 수 없고, 등심위는 그저 그런 대화 자리로 전락하고 만다.

실제로 대중투쟁은 사라지고 등심위만 남은 학생회의 등록금 대응은 합리적인 논리와 명분을 마련하는 데 매몰되는 경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등심위에서 정부와 대학이 수치를 열거하면서 “할 만큼 했으며 더 이상은 한계”라고 말하는데, 학생회는 등록금이 인하될 가능성도 합리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니 논리를 이것저것 마련해본다. 그러다가 등록금이 소폭 인하되면 더 밀고나갈 명분이 줄어들어 꺼림칙하지만 만족할 수밖에 없고, 동결되거나 소폭 인상되더라도 딱히 대책 없이 끝나는 것이 등심위 전개의 통례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등록금은 추가 인하 없이 물가상승률에 따라 매년 소폭 인상되는 선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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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하는 끝났다, 새로운 투쟁 시작할 때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완성’이라는 선언은 등록금 투쟁의 한 국면이 소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수혜자부담원칙과 기존의 대학체제를 온존한 채 대통령의 공약 이행 약속과 가계 부담 완화를 구심점 삼아 이어진 반값등록금 투쟁은 소득수준연계 반값등록금과 장학금·학자금대출제도 개선으로 귀결되었다. 수혜자부담원칙과 대학 간 자율적 경쟁을 빙자한 학벌체제가 유지되는 한 추가로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주장은 무책임한 떼쓰기로 전락한다. 등록금 부담을 느끼면서도 등록금을 인하할 재원도, 근거도 없다는 생각부터 든다면 누가 쉽사리 등록금 투쟁에 나설까?

정부는 외려 빠르게 대학 재정과 운영원리를 기업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교육비를 수혜자부담원칙에 보다 철저하게 종속시키려 하고 있다. 현재의 등록금과 장학금 체계는 그 체제에서 딱 적정한 수준의 등록금인 셈이다. 만약 학생들이 대학교육에 관한 큰 그림 그리기를 주저한다면 여기서 고착된 등록금 투쟁은 이전보다도 못한 ‘등심위 협상’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 국가의 책임성을 대폭 강화하고, 사학의 적립금을 환수하는 강도 높은 재편 없이는 재원이 나올 구석도, 명분도 없다.

이제는 등록금을 인하할 것이 아니라 아예 국가가 책임지라는 요구를 현실화할 대안과 투쟁의 구심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교육비와 대학재정문제의 대안으로 대학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것처럼, 학생들도 이에 대응하여 교육비 국가책임을 요구하려면 개별 대학의 국립대 전환과 고등교육 국가책임을 골자로 하는 공공적 대학체제개편을 당면한 투쟁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등록금 투쟁을 해서 개량적 조치를 얻어내도 별 소용이 없더라”는 한탄에서 그칠 것인지, 개량적 조치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 한계지점을 극복할 새로운 투쟁의 그림을 그릴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정주희┃학생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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