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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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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30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2.09 16:13

국공립시설 확충·보육교사 노동조건 개선이 핵심


성화┃공공운수노조 비정규전략조직국장


최근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한국사회를 분노로 들끓게 했다. 4세 아동에게 보육교사가 보인 행동은 상식적인 모습이라 보기 어려웠고, 아동의 반응 또한 학대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야를 막론하고 학대 교사에 대한 성토가 이뤄졌고, 여론은 아직까지도 매일같이 보도하고 있다. 1월16일 보건복지부에 이어 1월27일 당․정의 대책이 발 빠르게 발표되고, 2월 임시국회 첫 쟁점 또한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 등 아동학대 예방·근절 대책 관련법 개정안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를 비롯한 보육교사 단체들은 이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현재의 여론으로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감내하는 고통만큼 보장받지 못하는 돌봄노동

CCTV 의무 설치가 정말 대안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우선 던져야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유독 어린이집 학대는 이토록 자주 발생하는가? 그리고, 정말로 어린이집에서만 그런가?

학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집, 요양병원, 장애인복지관 모두 노인과 아동,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모두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세 곳의 공통점은 정부가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한다는 것, 대부분이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요구한다는 것, 모두가 돌봄노동이라는 것이다. 집에서 아픈 환자를 돌보거나 아이를 양육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돌봄노동은 고강도의 정신·육체노동을 요구한다. 때문에 돌봄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높은 도덕적 사명감을 가지고 이용자를 대면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들다. 이런 높은 도덕적 사명감이 무너졌거나 결여된 경우 학대는 자연스레 발생한다. 보육교사들은 한 곳에서 일하는 평균 근속년수가 2~3년 주기이고, 이는 요양보호사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버텨내지 못하는 이유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겪는 고통만큼 노동의 대가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잠정적 가해자로 낙인찍히거나 감시받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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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여성인력 활용하는 정부 꼼수가 문제

높은 노동강도보다 더 큰 문제는 저임금 여성 인력을 활용하려는 정부 꼼수다.

치킨집보다 많은 4만3천여 개의 어린이집, 수많은 보육교사 자격증, 20만을 훌쩍 뛰어넘은 요양보호사 자격증,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여성은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사회서비스 관련 자격증을 중복해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력단절 여성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노동이 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이돌봄이,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등 정부가 나서서 저임금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를 하는 게 아니라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에게 본인들의 노동에 대한 자부심과 가치관, 인권교육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하루 12시간에서 24시간 노동, 혼자서 돌봐야 하는 20여명의 아동이나 노인, 그래봤자 받는 한 달 평균임금이 120여만 원이라면, 어느 누가 미치지 않고 사랑으로 환자와 아이를 돌볼 수 있겠는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학대는 사실상 아주 오랫동안 발생해온 것이다. 누구도 높은 교사 대 아동비율, 그로 인한 아동의 피해와 교사의 처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누구도 중장년의 여성들이 노인과 환자를 하루 24시간 돌보며 결국 팔다리를 침대에 묶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주목하지 않았다. 누구도 활동보조인이 24시간 장애인을 돌보며 겪는 어려움과 감정 소모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치거나, 죽거나, 맞으면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천인공노할 ‘나쁜년들’로 언론에 오르내린다.


여성해방·사회주의 관점에서 실천투쟁 나서야

그리고 지금 우리는 보육교사들을 이번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정했다.

CCTV는 노동자 감시 수단이다. 그런데 아동 문제에 있어서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 아동들, 특히 유아는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바꾸고 싶은 보육환경이, 때리지만 않으면 되는가? 우리는 이미 오랜 기간 아동에 대한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방임해왔다. 도리어 보육교사들이 아동인권에 대해 누구보다 목소리 높여왔고, 일부는 해고를 각오하고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오르내리면서까지 어린이집의 아동을 지키려 했다.

어떤 엄마가 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들 고생하신 건 정말 감사하지만, 현재로서는 CCTV 외에 대안이 없지 않을까요?” 맞벌이 부부라 소개한 그녀는 직장맘으로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우습게도 그녀가 겪는 고통을 덜어주는 건 그녀가 그토록 감시하고 싶어 하는 보육교사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시설 확충, 보육교사 노동조건 개선 등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들은 언제나 비켜나간다.

보육은 전 사회적 사안이자 노동자계급의 중차대한 투쟁 과제다. 아동인권 뿐만 아니라 무상보육에서 가정양육에 대한 논쟁까지 여성해방과 사회주의 관점을 가장 즉각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실천투쟁의 일환이기도 하다. 부모이자 노동자인 우리가 언제까지 책임을 정부와 보육교사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저임금·고강도 노동에도 나보다 나의 아이와 더 많은 시간 대면하고 사랑으로 돌보는 보육교사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실천투쟁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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