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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5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4.11.18 17:22

이게 노동조합인가...

식어버린 현장, 분노는 두려움으로

그러나, 현장 돌며 희망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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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일 드디어 제12대 KT노동조합 각급 대표자 선거 공고가 붙었다.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러 또다시 KT 조합원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사실 KT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 선거는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KT노동조합은 5대 유덕상 민주집행부 이후 6번의 선거에서 계속 어용 집행부가 당선돼, 무려 18년 동안 위원장 얼굴만 바꿔가며 장기 집권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동안 민영화는 물론 상시적 구조조정이 계속돼 5만 조합원의 위용은 KTF 통합했음에도 현재 1만7천명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 삼성 사장 출신의 황창규 회장 등장 이후 4월8일 노사합의로 현장 주요 업무가 외주화되고 학자금 등 복지가 축소 폐지되는 과정에서 8,304명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KT를 떠났다. 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향후 구조조정 계획을 숨기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본체에 8천명만이 남는 KT구상을 퍼트리고 있다.


어용세력 18년동안 장기집권, 회사개입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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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노동조합 선거는 노조와 관계없는 개인플레이로 회사 계획의 8천명 안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전 조합원의 힘으로 노동조합을 바꾸어 고용을 지킬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그러나 KT 조합원들에게 참사로 불리는 4.8노사합의에 따른 충격은 회사와 어용노조에 대한 분노로 당장이라도 노조집행부를 갈아엎을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현장의 혼란은 빠르게 수습되고 오히려 당시의 분노는 두려움으로 변했다. 현장은 차갑게 식어가며 선거가 시작됐다

KT에서 민주노조 건설을 준비했던 민동회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활동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KT에서의 노동조합 선거는 이미 회사의 일상화된 개입과 어용세력의 상식과 정도를 넘어서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 노조 집행부 3년의 활동을 평가하고,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과 사람 됨됨이를 살펴보면서 누구를 다음 대표로 선출할지를 고민하는 조합원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 시기가 다가올수록 현장의 분위기는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하고, 어처구니없지만 자연스럽게 ‘노동조합 선거’ 그리고 ‘민동회’는 함부로 꺼낼 수 없는 금기어가 되어 버린다. 이어 선거 공고가 게시판에 붙기도 전에 현장은 회사 관리자들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어용 지부장이 회사측 후보 추천 서명용지를 들고 서명을 받기 시작한다. 중복추천은 안된다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싹쓸이’ 추천을 받아버려 민주파 후보의 등록 자체를 원천 봉쇄한다.

물론 제한 규정을 넘어서는 일방적 싹쓸이 추천은 선거관리 규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이다. 그러나 회사와 어용세력에게 불법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침묵하는 조합원들에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상 뒤늦게 공고를 확인하고 제한된 인원으로 사전 휴가를 내고 추천 서명을 받아야하는 민주파 후보 진영으로서는 후보 등록을 위한 조합원 추천 서명이 선거에 돌입하기 위한 최대의, 그리고 첫 관문이다.

3년 전, 6년 전 선거에서도 어렵게 지방본부 출마를 결의했으나, 일부 지방본부가 끝끝내 추천 서명을 받지 못해 결국 등록이 좌절된 경우가 있었다. 올해 역시 예상대로 회사와 어용세력은 민주파 후보 추천을 차단하기 위해 마찬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오죽했으면 합법적인 노동조합 선거 후보 추천에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연락으로 사무실이 아닌 작업현장에서 조합원을 만나서 서명을 받아 어렵게 등록시킨 지방본부도 있다.


18년만에 민주노조 세워내기 위해 최선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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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선거 역시, 최종 후보등록 결과는 좋지 않다. 중앙위원장을 비롯하여 강원을 제외한 11개 지방본부가 후보를 세우고 등록을 시도했으나, 결국 회사와 어용세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중앙과 본사, 수도권 3개 본부, 그리고 전북만이 등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방본부 후보 등록에 실패한 지역은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서 용기를 갖고 추천 서명을 해준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으나, 경찰까지 동원된 상태에서 마지막 저항도 소용없이 선관위 사무실에서 쫓겨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대응을 하고, 남아 있는 후보들은 조직을 추스르며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11월19일 마지막 결과는 예상할 수 없지만 조합원을 믿고 18년 만에 KT에 민주노조를 세워 조합원의 한을 풀고 구조조정 모범 기업이라는 오명을 씻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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