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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5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4.11.18 17:27

더욱 멀어져가는 한반도 평화

아태지역 정치·군사적 긴장 고조 불 보듯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2006년 노무현-부시 한미정상회담에서 2012년 전수키로 한 전작권은, 2010년 이명박-오바마 회담에서 전환일자를 2015년 12월1일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이후 올해 4월 오바마와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을 재검토키로 합의했고, 지난 10월23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열려 확정됐다. 그마저도 환수시기를 확정하지 않고 전환의 조건을 내세움으로써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셈이다. SCM에서 명시한 조건은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 제공과 운용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국방부는 2020년대 초반 경으로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전작권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했고, 1978년 박정희정권 당시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엔사로부터 전시 및 평시 작전통제권을 인수했다. 이후 1994년 김영삼정권 당시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을 인수함으로써 전작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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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결국은 미국 중심 군사동맹 강화

이번 SCM에서 합의한 '포괄적 미사일 대응 작전개념 및 원칙'에 기초해 볼 때, 한국정부가 전작권을 돌려받겠다는 2020년대 초반이라 함은 그 시기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군사능력인 Kill-Chain(시간별로 위치를 변화하는 표적을 공격하는 일련의 군사행동)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구축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해오는 미사일들을 탐지, 추적, 요격, 파괴하는 무기시스템인 미사일방어체계(MD)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MD 자산까지 동원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한국MD를 미국MD 하위로 배치되는 것을 공식화한 것과 다름없다. 결국 유사시 대북 탄도미사일 탐지 및 요격 권한을 전적으로 미국이 행사하는 것일 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도록 운용될 것이다. 그리하여 대북 작전계획이 대중 작전계획으로 그 외연을 넓히거나 성격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KAMD는 패트리엇-3 미사일을 위주로 한 고도 30㎞ 이하 저층 방어체제로 미국 MD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던 정부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데는 별 효용성이 없고, 북·중 탄도미사일로부터 오키나와, 괌, 하와이 그리고 미국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유용한 무기체계인 THAAD나 SM-3 등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 구매비용은 초기 구축비용만 4조원에 달하고 상층 요격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추적용 ‘고성능 엑스밴드레이더(AN/TPY-2)레이더를 포함해 수십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SCM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바, 2012년 이명박정권이 밀실에서 추진하다 공개되는 바람에 진전을 보지 못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난관을 한순간에 허물어버렸다. 이로써 한·일 MD의 직접 연동과 한·미·일 삼각 MD를 기반으로 한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로 북·중·러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게 됐다. 최근 미국은 일본과의 센가쿠(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 그리고 필리핀과 베트남과의 영토분쟁을 빌미로 중국에 대한 봉쇄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2007년 아베정권 1기에 호주와 안보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미·일·호주 삼각안보대화(TSD)를 기반으로 하는 안보협력이 동맹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인도를 더하여 4자간 안보협력 틀을 모색하면서 미국의 숙원인 아태지역 다자군사동맹체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한미간의 전작권 전환 연기로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인정하는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군사동맹블럭에 한국을 직접적으로 연동시키게 될 것이다.


제주 강정 미군기지화 가능성도 높아져

SCM은 또 “심화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수행전력을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 증강 계획이 완성되고 검증될 때까지 한강 이북 현 위치에 유지하기로” 했으며, 더구나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필수 규모의 인원과 시설을 포함한 연합사령부 본부를 현재의 용산기지 위치에 유지키로” 결정했다. 남한은 대화력전을 위해 다연장 로켓포와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등을 이미 도입했으면서도 도리어 별로 달라진바 없는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을 빌미로 미군이 계속 주둔함에 따라 인계철선(전쟁이 발발하면 전방의 미군이 자동으로 개입하도록 보장한다는 의미)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게 된다. 그리고 용산과 동두천에 미군이 잔류함으로써 평택원주민 등과 연대해서 함께해온 미군기지 저지 및 철수투쟁 역시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한편 미국의 MD체제 아래서는 지금 제주 강정에 짓고 있는 해군기지 역할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MD체제에 편입된 제주 강정 해군기지에 드나들 미국의 이지스함, 항공모함 등의 작전을 감안한 공군기지가 건설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오키나와처럼 제주의 미군기지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전작권 환수 연기, 특히 MD체제로 편입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치·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더욱 험난하고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종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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