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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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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5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4.11.18 17:31

일관된 신자유주의적 축적 전략,

노동자민중의 지역 연대블록 구축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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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자유무역협정(FTA)가 타결됐다. 한국은 중국과 FTA를 타결함으로써 아시아에서는 최초, 세계에서는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3대 경제권역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과 FTA를 맺었다고 한다. 한국이 FTA를 맺은 국가는 51개국에 달하고 그 GDP를 합치면 전 세계의 73.2%를 차지한다고 한다. 2004년 칠레와 FTA를 맺기 전까지 세계에서 단 한건의 FTA조차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몽고와 함께 한국뿐이라던 외교통상부의 볼멘소리를 감안하면 단 10년 만의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FTA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5월 김대중과 클린턴이 한미정상회담에서 그해 말까지 한미양자간 투자협정(BIT)을 체결키로 합의하면서부터다. BIT를 체결한 후 연이어 FTA를 체결하려 했지만, 담배인삼공사, 포철, 발전, 가스, 통신 등의 민영화와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BIT에 대한 거센 저항으로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화인들의 처절한 투쟁에도 스크린쿼터는 축소됐고, 포철은 외국인지분이 훨씬 더 많아졌고, 2002년에 민영화된 담배인삼공사는 외국투기자본과 합세한 칼 아이칸이라는 기업사냥꾼에게 휘둘리다 지금에 이르렀다. 발전과 가스는 민영화에 저항하는 노동자 투쟁에 부딪혀 더디긴 하지만 여전히 민영화 경로를 밟고 있으며, 한국통신은 허울뿐인 ‘외국인지분 49%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만 민영화됐다. 이어진 한일BIT에서 일본은 철도와 방송, 문화부문 민영화와 개방을 거세게 요구해 10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관철됐다. 물론 이후 한미, 한일FTA에 이어 한중FTA까지 체결되거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모든 부문이 개방되고 투자가 자유로워지면서 민영화 봇물은 터져버렸다. 아울러 당시 일본이 강하게 제기하던 비관세장벽의 핵심은 노동부문에 있었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노동조합은 무력화되고 극단적인 노동유연체제로 들어섰다.


김대중정권 이래 계속 FTA 추진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김대중정권은 겁먹은 국민을 협박해 세계화, 민영화, 유연화 등을 특성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축적체제로 재편하고자 했다. 이는 단순히 미국이 강제하는 음모를 넘어선 국내자본의 요구이기도 했다. FTA는 체결하게 되면 협정의 유효기간 중에는 새로운 제한 등 예외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으며, 역진방지장치인 레칫조항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국가간 통상협정이다. 결국 전세계 통틀어 어디에도 전례가 없는 FTA 추진전략은 김대중정권 이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정권의 신자유주의 전략이 그 배경에 깔려있으며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FTA를 체결하면 그 내용은 국회에서 비준될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단지 정부가 내세우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방법론에 기초한 분석에 따른 관세절감효과와 투자효과 그리고 국민이 누리게 되는 후생효과 등만 선전될 뿐이다. 사전적 평가가 그렇듯 사후적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10년이 지난 한칠레FTA에 대한 산업연구원의 평가를 보면, FTA의 선제적 추진을 통해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홍보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FTA로 시작해서 FTA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고작 덧붙인다 해도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수준이다.


체결 특성상 양자간 노동자민중 연대투쟁 어려워

중국과의 FTA 역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중국산업의 특수성으로 자동차와 LCD는 제외되고 기계·제조부문이 유리, 철강·화학부문이 불리하고 인접한 지리적 특성에 따라 농업부문은 크게 불리하다고 한다. 섬유를 비롯한 중소기업이 불리하고 문화·정보통신 부문이 유리하다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자료는 정부에서 틀어쥐고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흘리는 정보에 의존할 뿐이다. 이에 대한 저항 역시 기껏해야 유불리에 기초한 투쟁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그리하여 FTA 저지투쟁은 FTA 체결이 가져오는 부문간 이해에 따라 이루어지다 보니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에 급급한 경제투쟁으로 마무리되는 데 그쳐, 전계급의 반신자유주의·반자본 투쟁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노동자민중 투쟁의 현주소다. 게다가 WTO DDA 협상 저지투쟁처럼 현재는 160개에 달하는 가입국가의 노동자·농민이 연대하는 전지구적 투쟁과 달리 양자간에 맺는 FTA 특성상 양자간 노동자민중의 연대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민족적 배경이 강하게 작동해 연대가 가능했던 한미, 한일FTA 저지 국제연대투쟁은 그나마 성과이자 한계로 작동하고 있다.

한중FTA는 싱가포르와 맺은 FTA와 같이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지만, 2010년 이명박대통령이 경제협력 동결을 포함한 대북교류를 완전히 차단해버린 5.24 대북 제제조치가 엄연히 유지되는 지금 아무 의미가 없는 합의일 뿐이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미국 오바마정권의 전략적 무시정책은 계속되고 있으며, 북한을 이데올로기 과잉을 바탕으로 하는 내치의 지렛대로 삼는 박근혜정권의 대북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마찬가지다.

한중FTA를 체결한 중국 북경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협정(FTAAP)을 체결하기 위한 ‘베이징로드맵’을 체결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가 주도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응하는 지역블록의 기초를 놓았다는 점에서 블록간 긴장은 지속될 것이며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의 정치, 경제, 군사적 긴장 역시 지속될 것이다. 자본의 지역블록에 대응하는 노동자 민중의 지역 연대블록의 구축이 여전히 우리의 중요한 과제인 이유다.


이종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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