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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6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4.11.28 14:31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잔혹한 삶

“우리의 무기와 희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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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104분┃부지영 감독


며칠 전 대형마트에 갔다. 마트에 들어선 순간부터 정신이 없었다. 장을 보러온 사람들, 쉴 새 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물건을 채우는 마트 노동자들. 익숙했던 이 모습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얼마 전 본 영화 「카트」때문이다.

이 영화를 ‘당연히’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2007년의 경험과 기억 때문이었다. 2006년 대학에 들어간 내가 2학년 때 접하게 된 사건이다.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아직은 어색하던 때였다. 그런 내가 기억하는 건 하늘색 반팔티를 입고 함께 까르르 웃는 여성노동자들, 짙은 화장 끼가 있는 얼굴과 질끈 동여맨 머리띠, 문을 닫은 마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 바로 ‘2007년 뉴코아-이랜드 투쟁’이다. 그리고 영화 「카트」는 7년 만에 다시 나를 그 대형마트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영화 속에서 다시 찾은 마트는 여전히 삭막하고 차가웠다. 아침 조회시간에 나도 모르게 외치는 인사말, 비정규직 간에도 동료애보다는 질투가 맴도는 삭막한 관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엄연히 다른 사람이라 여겨지는 질서. 이곳은 바로 해고가 예고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살아남아야하는 생존터다. 결국 그녀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택한다. 바로 자신들의 일터였던 마트를 점거하는 ‘파업’이다. 일터였던 공간이 투쟁의 공간으로 전환되는 순간. 하루면 될 줄 알았던 그녀들, 아니 ‘우리들’의 투쟁은 장장 512일이나 이어진다.

영화가 512일 투쟁의 모든 것을 담아내진 못했다. 하지만 장면과 대사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묵묵히 부지런히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염정아가 해고 통보를 받고, 얼떨결에 노조에 가입해 집행부가 되고 사측과 교섭 자리에 나간다. 사측 대표가 “반찬값 벌러 온 거 아니냐”고 말하자 “반찬값을 벌러온 게 아니라 생활비를 벌러 왔다”고 힘주어 말하는 모습. 그리고 경찰서로 찾아온 아들에게 “엄마는 잘못한 게 없다”고, “죄를 지어서 온 게 아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은 당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삶이 어떠했을지, 그리고 이 싸움에 얼마나 진심을 다했는지를 다시 일깨워준다.

7년이 지난 지금도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잔혹하다. 마트 노동자들뿐인가. 전국 곳곳의 땅과 하늘 가릴 것 없이 투쟁판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물대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트를 힘차게 밀어붙이는 장면은 다시금 그때와 지금 우리의 무기와 희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끔 한다.


이나래┃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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