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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9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1.16 18:26

이원호┃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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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학살의 진실이 밝혀질 때 이 땅은 죽음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허허벌판으로 방치된 용산 재개발구역 공사장 펜스에, 낙서처럼 쓰여 있는 문구이다.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용산참사 현장은 말 그대로 죽음의 땅으로 남겨져 있다. 6년 동안 폐허로 남겨둘 것을 뭐 그리 다급하게 진압했는가를 학살의 터는 묻고 있는 듯하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했던 철거민들에게는 지난 2009년 1월20일 이후 멈춰진 시간이었지만, 서럽게도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용산참사 현장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도 해결된 것 없이 그대로지만, 시간의 흐름과 계속되는 참사의 반복 속에서 용산은 이제 과거의 한 사건으로 잊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다.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그 날을.

오는 용산참사 6주기는 박근혜 정권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이다. 박근혜 정권은 집권 첫해에 용산참사 책임자 김석기(전 서울경찰청장)를 한국공항공사라는 공기업의 사장으로 낙하산 임명했다. 폭력기구로 전락한 경찰 공권력은 용산학살 책임자 김석기를 보며 “여기까지 해도 용납하는구나!”를 넘어서, “이렇게까지 해야 내 앞길이 보장되는 구나!”하며, 더욱 자신감을 얻고 공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국가와 자본의 폭력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이 지난 박근혜 정권의 공안 탄압, 민중탄압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의 책임과 정당성의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 정권은 종북몰이, 공안통치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어, 집권 3년차에는 더욱 가혹한 폭압이 예상되기도 한다.

엄중한 시기, 우리는 여전히 온전한 추모조차 할 수 없는 2009년을 살고 있다. 6년의 서러운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가 “용산은 끝나지 않았다”고, “잊지 않았고,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용산은 어제의 한 사건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국가와 자본의 협력에 의한 폭력과 그로 인한 참사의 한 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다. 용산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가와 자본의 협력에 의한 야만적인 폭력과 참사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저항의 선언이다. ‘잊지 않기’, ‘기억하기’가 ‘행동하기’, ‘저항하기’를 위한 우리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용산학살 6주기,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그 날을 잊지 않은 우리의 기억과 추모로, 박근혜 정권에서 계속되는 국가와 자본의 폭력의 현재성을 폭로해 가자.

여기, 사람이 있다. 용산은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남경남 전 전철연 의장]

“진상 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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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옛 남일당 터에서 1월13일 진행된 ‘용산참사 주기 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경남 전 전철연 의장(사진)을 만났다. 남 전 의장은 용산학살 당시 농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꼬박 5년의 징역살이를 마치고 2015년 1월11일에 만기출소했다.


Q 5년만에 나왔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A 좋게 이야기하면 인내의 세월이었다. 나는 용산참사 때문에 구속됐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자본주의의 피해자인 셈이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견디며 5년을 보냈다. 막상 나올 때가 되니, 바깥이 감옥보다 좋은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6년 전 참사현장에 서니 어떤가.

A 이 자리에 6년 만에 왔다. 6년 전에 있던 건물이 그대로다. 그렇다면 급하지 않았던 것인데, 무엇 때문에 무지막지하게 강제진압을 해서 많은 분들을 돌아가시게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6년이 지났지만 용산참사 진상규명은 외면당하고 있다. 지금도 철거민들이 아무런 대책없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가난한 노점상들의 생계대책은 정부의 폭력 단속으로 산산조각 나고 있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높은 굴뚝 위에 올라가 목숨을 걸고 이야기하지만 정부는 꿈적하지 않는다. 이런 세상이 감옥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의 손과 발을 꽁꽁 묶고, 우리 행동을 묶고, 우리 생각마저도 묶고 있다. 정치사상의 자유마저도 묶어서 노동착취와 민중수탈을 일삼으며 국민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노동자민중이 단결해서 이 감옥같은 세상, 자본가들만 판치는 세상을 허물고 엎어야 한다.


Q 여전히 용산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A 유가족이 “구속자는 가족 품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남편은 언제 가족 품으로 돌아오느냐”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피를 토하는 심정일 것이다. 그 분들을 내가 위로할 방법은 없지만, 돌아가신 열사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열사의 한을 푸는 것은 진상을 규명하는 것인 만큼 진상규명을 위해 피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다.


Q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동지들에게 한 말씀.

A 어차피 자본가세상을 뒤엎는 데는 노동자계급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노동자계급정당의 결성은 시대적 요청이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추진위 결성부터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지만, 철거민과 노점상, 노동자, 농민이 하나 되고, 마침내 민중운동이 하나 돼서 우리 손으로 기필코 자본가정치, 자본주의 세상을 갈아엎어야 한다. 나도 미약한 힘이나마 그 길에 함께하겠다.

인터뷰=이황미┃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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