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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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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8.01 15:57

장애인복지 구조의 변혁

장애인복지법 대체․장애인등록제 폐지


양유진(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서울


지난 호에서 장애등급제의 역사 문제점과 현주소에 대하여 살펴봤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롯한 논의와 운동들은 최근 수년간 매우 폭넓게 발전하여 왔고,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 농성 3년을 바라보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으며, 자연스레 장애등급제 폐지의 대안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제도개선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판정도구 개발 수준의 문제는 더욱 아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복지의 패러다임, 즉 이념, 시스템, 그리고 인권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인복지구조의 변혁으로 설정돼야 하며, 그 대안은 현재의 장애인복지법의 구조와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다.


개인별 지원체계 구성…귄리 옹호가 핵심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정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의 위상을 고민하며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안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의 핵심은 장애인복지법과의 관계다.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는 법, 또 다른 방안은 장애인복지법과 별도의 일반법이나 기본법 정도의 성격을 가진 법으로 방향을 구분할 수 있다. 운동의 전략 차원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자의 방향으로서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을 강력히 제안하고 있으며, 법률 초안에는 장애인복지법의 모든 조항을 바꾸려 최대한 노력했다.

둘째, 장애인을 사회적인 관점으로 정의했다. ‘장애’와 ‘장애인’을 정의할 것인지, ‘장애인’만을 정의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또한 현재의 의료적 기준을 보완할지 아니면 ‘손상’의 개념을 탈피할지의 문제가 있으며, 현실적으로는 장애인등록제를 유지할지 폐지할 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초안에서는 ‘장애인’만을 정의했고, ‘손상’의 개념이 아닌 사회적 관점으로 정의했으며, 장애인등록제도를 폐지토록 설계했다.

셋째, 전달체계를 ‘개인별 지원체계’로 구성했다. 현행 전달체계는 의료적 기준의 장애등급제가 이용자의 욕구와 필요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점, 장애등급 판정과 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장치가 미흡하고 각각의 서비스가 통합돼있지 못한 점, 대부분의 서비스가 위탁방식으로 비영리 민간기관에 맡겨져 있으며 관리감독조차 소극적인 점 등 다양한 문제를 갖고 있다. 또한 이용자가 서비스 선택과 통제권을 갖지 못하는 공급자 중심 전달체계의 문제, 유명무실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문제 등이 있다. 법 초안의 핵심은 서비스의 신청-사정-연계-제공-모니터링까지의 과정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중앙과 지역의 ‘장애인위원회’ ‘장애인지원센터’ ‘장애인권리옹호센터’ 등의 구성과 역할을 유기적으로 구성했다.

넷째, 권리 옹호 내용을 포함했다. 미국의 P&A(Protection and Advocacy)와 같은 시스템을 의미하는 권리옹호 제도화 노력은 수년전부터 추진돼왔다. 최근 ‘도가니’ ‘염전노예’ 사건 등으로 인권침해와 차별에 노출된 장애인의 현실, 또 그 대응수단이 부재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공론화되기도 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제기를 무마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설계돼 유명무실하다. 권리옹호와 관련된 별도의 입법추진 등의 논의도 있었지만, 장애인권리보장법 초안은 권리옹호제도를 포함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장애인의 권리를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권리옹호가 학대방지나 처벌 등으로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전 과정과 장애인 삶의 모든 공간에서 함께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탈시설․거주 전환 지원…직접적 소득 보장

다섯째, 탈시설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설 비리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며, 시설 권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장애인을 볼모로 버티고 있다. 한편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은 상당히 발전했고, 탈시설인 당사자들의 경험을 통해 몇몇 지자체는 시범적 탈시설 지원체계를 만들어냈다. 자립생활체험홈과 자립주택 등의 전환주거 사례가 있고, 서울시에서는 전환서비스 지원을 위한 기구가 구성되어 기능하기도 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탈시설을 명확히 선언함과 동시에 그동안 축적된 성과를 공식화하고 발전시키고자 한다. 중앙과 지역의 장애인위원회와 장애인지원센터에서 탈시설 및 거주 전환 지원 계획이 수립·시행되도록 명시하고,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지자체 투쟁의 성과를 모아 구체적인 거주 전환 서비스를 명시하고 이를 확대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여섯째, ‘표준소득보장금액’ 중심의 직접적인 소득보장을 고민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에서 소득보장의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장애등급제가 제한하고 은폐해온 대표적 영역이 소득보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며, 장애등급제 폐지 대안은 결국 복지서비스와 소득보장 영역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국 장애인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달하는 반면, 장애급여 지출은 OECD 회원국 평균의 1/10에 불과하다. 또 2008년 기준 장애급여 수급률은 1.6%로 OECD 회원국 평균인 5.7%에 비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윤상용, ‘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도입, 장애인연금의 향방은?’토론회, 2013.4.26).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간접적이고 시혜적인 소득보장에서 벗어나도록 법 초안에 표준소득보장금액을 명시했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최저생계비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에 준하는 금액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보장을 규정한 것이다. 감면·할인제도는 최대한 직접적 지원으로 전환하면 될 것이다. 더 이상 알량한 감면·할인 제도 때문에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저당 잡혀서는 안 된다.


* 2014년 12월8일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 대토론회’에서 발표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의 주제발제문을 요약․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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