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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9.01 10:54

환수운동에 대한 반론에 답한다


김태연┃정책교육위원장


재벌 사내유보금은 투자되었으므로 환수할 수 없다?

“턱없이 많이 쌓여있다”


우리는 절박한 4대 민생․공공 과제인 최저임금 1만원, 300인 이상 기업 간접고용노동자 정규직화, 45만 청년실업 해소, 공공의료 기반 확충을 실현하기 위해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을 환수하는 대중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자본과 정권이 다시 노동자들에게 위기를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면한 4대 요구 실현비용 157조원은 재벌이 노동자민중을 착취하여 쌓아둔 대표적 독점이윤, 즉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로 해결되어야 함을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재벌들이 펄쩍 뛰고 나섰다. 전경련 등은 “뭘 잘 모르시나 본데, 사내유보금은 놀고 있는 현금이 아니라 투자된 것이야”라며 그들의 주장을 언론에 도배했다. 그런데 자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운동진영 내에서 “뭘 알고나 운동하자”며 재무제표와 회계에 대한 식견을 앞세워 결론적으로는 재벌의 주장과 비슷한 얘기들이 SNS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내유보금은 생산자본(공장, 설비 등), 상품자본(재고 등), 화폐자본(현금, 금융상품 등)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사내유보금을 환수하면 이 자본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예를 들면서 “환수운동의 결과 기업이 축소되어 70~80%의 노동자들이 삼성전자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환수운동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사내유보금 건드리면 기업 문 닫을 수도 있다, 전경련이 재벌 사내유보금에 대한 사회적 반감에 항변하면서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후과가 두려워 속으로 삼켰을 법한 말이다. 과연 그런가?

이 주장은 현재의 재벌 사내유보금이 이른 바 ‘적정규모’일 경우에나 할 법한 얘기다. 지금 재벌 사내유보금이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기업생산과 관계없이 턱없이 과다하기 때문이다. 국가 1년 예산의 두 배나 되는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710조 중 4대 민생․공공 문제 해결을 위한 157조원 정도를 환수했을 때 기업의 생산을 축소해야 할 상황인가?

사내유보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재벌 재무제표와 회계에 대한 식견이 높은 동지들의 말대로 사내유보금은 생산자본, 화폐자본, 상품자본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런데 사내유보금이 과다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생산자본으로 분류되어 있는 사내유보금에는 생산과 무관한 것들이 많다는 뜻이다. 명확하게 비업무용으로 처리되어 있는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 업무용으로 위장된 부동산자산이 얼마나 많은가?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재벌이 시가의 두 배나 되는 10조원을 사내유보금으로 지불하고 강남 노른자위 땅을 샀다. 그리고 그것을 그들의 재무제표에 업무용 자산으로 기록했다. 그 땅이 없으면 현대차 기업의 생산이 축소되는가? 말이 안 된다. 화폐자본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내유보금은 어떤가? 재벌들은 미래의 투자와 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금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2014년 10대 재벌의 금융자산 260조원은 턱없이 과다하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이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것이다. 10대 재벌 금융자산 260조원은 돈놀이를 목적으로 하는 재벌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제외한 것이다. 기업의 목적이 돈놀이가 아닌데도 엄청난 사내유보금이 생산과 무관하게 돈놀이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돈놀이에 쓰이고 있는 사내유보금을 환수한다하여 기업의 생산이 축소될 리 없지 않은가? 나아가 사내유보금은 재벌 총수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순환출자금으로도 악용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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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내유보금 증가와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 폐지는 무관하다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의 일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제도가 1991~2001년 기간에 존재하다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의 하나로 폐지됐다. 과세제도가 폐지된 2002년부터 기업 사내유보금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어떤 동지들은 2002년부터의 사내유보금 증가는 과세제도 폐지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세금액수가 사내유보금 증감과 일치할 수는 없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영업잉여금이 대부분이므로 사내유보금 증가는 영업잉여금의 증가와 직결되어 있다. 그렇다고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제가 사내유보금 증가와 무관한가?

사내유보금은 매출액에서 비용, 세금, 배당을 제외한 금액이다. 기업매출이 늘어난 만큼 임금이나 배당으로 지출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은 것이다. 역대 정부는 IMF 이후 ‘기업하기 좋은 나라’ 운운하며 비정규직 확대, 임금 삭감, 규제 철폐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노동소득분배율은 6% 이상 줄고 기업소득분배율은 6% 가까이 늘어나 그 차액이 대부분 재벌사내유보금으로 쌓인 것이다. 2002년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제도의 폐지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한 부분으로, 기업의 매출액 증대가 노동자임금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기업이 사내유보금으로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에 크게 일조한 것이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는 기본소득세와 같은 것이다?

“임노동 착취에 맞선 계급투쟁”


기본소득세는 국가가 세금을 거두어 국민 1인당 일률적으로 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소득세 방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자본주의체제의 근본적 문제인 임노동 착취에 대한 계급적 대응이 간과된다는 것이다. 즉 저임금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복지제도로 보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는 자본주의 임노동 착취 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최저임금, 비정규직, 실업에 대한 계급적 대응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저임금 착취구조의 정점에 있는 독점재벌은 최저임금 문제를 노동자와 중소영세기업주의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벌의 독점이윤으로 최저임금인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추진위의 환수운동방안이 자본주의의 임노동 착취를 재벌의 문제로 축소하고 있는가? 아니다. 하위 자본에게도 살인적 저임금 착취구조를 용인해서는 안 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벌독점이윤 사회화는 개량주의다?

“반자본 사회화투쟁은 현재진행형”


어떤 동지들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가 재벌 사회화라는 보다 근본적 운동방향을 포기하고 개량주의로 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변혁정치> 7호에 실린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에 대한 글’을 조목조목 거론하면서. 바로 그 <변혁정치> 7호에 재벌총수일가 지분 환수와 재벌기업 국유화를 제안하는 추진위 사회화전략팀의 글이 실려 있다. 추진위는 이미 반자본 사회화 전략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변혁정치>에 재벌과 국가기간산업, 금융, 재생산역역 등에 대한 반자본 사회화 운동을 연속으로 다루고 있다. 토론과 글로 주장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난 조선업종 노동자대회에서 대중홍보물로 조선산업 국유화를 제안했다. 그런데도 "재벌사회화를 주장하고 있지만"이라고 한 마디로 치부하고, 마치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가 재벌국유화 투쟁을 접고 이제 사내유보금 환수투쟁으로 노선을 전환한 듯이 주장하고 있다. 개량주의 운운하는 것은 사실을 엄청나게 왜곡한 악의적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자본 사회화 운동의 방향 속에서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로 대표되는 재벌독점이윤 사회화 투쟁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현재 박근혜정권은 4대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자본의 위기 전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세대 간 문제로 호도하면서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인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청년실업 해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자임금을 깎고 해고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자본주의 최대의 위기인 살인적 최저임금 문제를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문제로 호도하면서 비용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용을 앞세운 자본의 위기 전가 프레임에 노동자계급은 독점이윤 사회화 프레임으로 맞서자는 것이다. 물론 사내유보금은 독점이윤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내유보금은 대표적 독점이윤으로 부각되고 있고 노동자민중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주의주장에 머무르지 말고 대중운동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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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은 비현실적이다?

“밑으로부터 대중운동 가능하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에 대해 계급역관계로 볼 때 비현실적이고, 심지어는 ‘망상’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구체적 투쟁계획이 없다고도 한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가 실현되는 것이 현재의 계급역관계에서 볼 때 매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벌총수 지분환수 및 국유화는 아예 입도 떼지 말자는 것인가? 아니면 계급역관계로 볼 때 재벌총수 지분환수 및 국유화가 더 쉬운 문제라는 것인가? 환수운동을 비판하는 어떤 동지는 SNS를 통해 사내유보금 환수는 주주들 전체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므로 총수일가 지분 100조원을 환수하는 운동이 낫다는 주장을 한다. 또 어떤 동지들은 박근혜정권이 버티고 있는데 정권퇴진 없이 어떻게 환수가 가능한가라는 주장도 한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결론은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이 어려우니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장황하게 얘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계급역관계가 어려운 조건에서도 반자본 사회화의 방향에서 비록 선전선동 수준을 넘지 못하지만, 재벌총수 지분환수 및 국유화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민중의 당면한 대중적 요구와 직결된 재벌독점이윤 사회화 투쟁을 전개하고자 한다. 이 투쟁은 선전선동을 넘어서서 현장의 노동자들이 1만인 선언운동의 주체가 된 밑으로부터의 대중운동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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