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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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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7.15 12:40

무노조 넘어 ‘반反노조’

폭력‧매수‧왕따…어떻게든 틀어막는다


나경원┃경기


삼성은 그동안 무노조 정책이 아니라 비노조 정책이었다고 한다. 무노조와 비노조의 차이가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무노조’가 헌법상 권리를 모두 부정하는 표현이기 때문이 부득이하게 ‘비노조’라는 표현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이렇게 표현조차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2011년 7월1일부터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 날 이후 삼성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삼성노동조합이 2011년 7월12일 창립총회를 하고 7월18일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1977년 제일제당 여성노동자들이 자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한 이래 삼성에 처음으로 꽂은 민주노조 깃발이다.

물론 그냥 두고 볼 삼성이 아니었다. 회사측은 당시 그보다 앞선 6월23일 노사협의회 임원을 주축으로 삼성에버랜드노동조합라는 어용노조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 이후부터 삼성SDI, 삼성전자서비스, 그리고 한화로 팔아넘기며 생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까지 ‘무노조 경영’ 방침에 파열구가 나기 시작했다.

삼성의 노조관이 다른 대기업 자본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삼성은 더 교묘하게 노사협의회를 만들어 노조를 만들지 못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노조가 설립되면 노사협의회가 어용노조 역할을 하게 만든다. 이는 그룹 차원의 부당노동행위란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징계‧사법처리 동원 조합활동 차단

삼성은 무엇보다 노조 결성 자체를 막기 위해 한편으로는 폭력, 해고 등을 휘두르며 다른 한편으로는 회유, 매수한다. 이같은 내용은 2012년에 공개된 ‘삼성그룹 노사전략’이라는 삼성 내부문건에 잘 드러나 있다. 복수노조가 합법화되면서 삼성 내에 노동조합 결성 시도가 본격화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비를 해온 것이다.

삼성은 노조 설립 움직임에 크게 3단계로 대응한다.

초기 신고 단계에서는 비상상황실을 지역협의회까지 참여하도록 확대강화해서 노조 결성을 막거나 가입 가능성이 있는 ‘문제인력’을 밀착관리 한다. 또 노사협의회 임원들과 친회사 인력을 동원해 노조 탈퇴 또는 설립 취하를 압박한다.

확산단계에서는 주동자를 직원들로부터 격리하고 징계조치 한다. 단순가담자들은 노조 탈퇴를 유도해 노조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대자보 부착이나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등은 사규 위반으로 문제 삼아 저지하거나 징계한다. 그리고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 손해배상, 가처분 신청 등 민형사상 조치를 병행하며 이를 빌미로 징계해서 조합활동을 차단하거나 무력화시킨다.

교섭 단계에서는 최대한 교섭을 거부한다. 교섭이 되면 실무협상을 통해 본교섭을 지연시킨다. 이 때 조합원 탈퇴 작업을 추진하고 집회나 파업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조치들로 압박한다. 실제로 삼성은 2011년 들어서 현장관리자 2만9천명을 대상으로 특별 노사교육과 모의훈련을 등을 실시했다. 또 360여 명의 인사담당 임원과 협상전문가들을 대상으로 4회에 걸친 단체교섭 모의훈련을 했다.


인간 존엄 갉아먹는 무노조 정책

삼성의 노동자 관리‧통제 정책도 대략 3가지 정도다.

첫째, 강압적 방식이다. 노조 결성을 앞두고 문제 사원에 대해 신체적 폭력, 승진 및 고과 불이익, 징계와 해고하는 등의 방식이다. 에버랜드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삼성노동조합 설립 기자회견 때 회사는 24대의 차량과 200명의 인력을 동원해 10여 명의 조합원들을 감시했다. 동원된 차량은 서울 에스원 직원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에버랜드 신문화팀이 노조 간부들을 미행하고 감시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노보 배포나 노조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식으로 통제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셀장에서 강등된 조합원이 새로 임명된 비조합원 셀장에게 대형걸레 자루로 머리를 맞아 뇌진탕을 입은 사건은 이 같은 방식의 대표적 사례다.

둘째는 물질적 보상 방식이다. 임금과 인센티브로 회유‧협박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노사전략으로 임금과 복리후생에서 비교우위 유지를 설정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경우 노조 결성 직전 한자리수로 떨어졌던 이익배당금을 2012~2013년 초에는 고율(12~15%)로 지급했고, 상하반기 반기별로 지급하는 성과급은 150% 미만이던 것을 100%로 고정함으로써 0~150%에서 100~150% 지급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또한 2011년부터는 반 강제적 명퇴와 희망퇴직을 중단했다.

셋째는 이른바 왕따 방식이다. ‘삼성그룹 노사전략’ 문건에서는 친회사 건전인력을 방호인력, 노조활동 대응인력, 여론주도 인력으로 세분하여 역할, 규모, 확보방법을 명시하고 점조직으로 운영토록 지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삼성 전체 체육대회, 에버랜드 봄 산행과 가을 체육대회, 삼성전자서비스 광역 혹은 광대권역 체육대회가 모두 사라졌다. 이는 노동자들이 서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기 위한 조치로, 대형 행사를 자제하고 비공식 모임이나 센터별 모임으로 축소‧운영토록 해서 관리를 용이하게 한 것이다. 또 2011년 들어서 부서별 회식과 술자리가 많아졌는데 조직강화프로그램 명목으로 1~2시간 교육 후 회식이나 술자리로 이어가고, 문제인력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또 미행, CCTV 감시 등으로 노조원과 만난 사람은 일일이 확인해서 협박한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고 했던 이병철의 눈에 흙이 들어간 지 30년, 이 사회가 받들어야 할 것은 재벌의 ‘유지’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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