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이윤추구 중심 의료시스템의 상징

‘예방’보다 ‘치료’, 전염병 숙주로 전락


강동진┃서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7월10일 기준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는 총 186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35명, 퇴원자는 125명, 그리고 치료중인 환자는 26명이다. 이 가운데 병원환자가 86명, 병원환자를 돌보거나 방문했던 이가 64명이고, 의사·간호사 등 병원관련 종사자가 39명, 기타 1명이다. 1명을 뺀 모든 확진자가 ‘병원내 감염’이다.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병원이 오히려 질병을 확산시키는 ‘전파자’가 돼버린 셈이다.

메르스 첫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입원환자 34명과 간호사 3명 등 3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첫 번째 환자와 14번째 환자가 들렀던 곳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총 8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도 14명이나 된다. 메르스 확진자 중 약 48%에 달하는 숫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해, 이 병원은 메르스의 ‘슈퍼전파자’ ‘허브’ ‘숙주’로 불리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 발생 초기, 정부의 병원이름 비공개방침에 따라 ‘D병원’으로 호칭되면서 삼성서울병원은 ‘담덩병원’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6-9.jpg


미흡한 대처에 은폐‧축소로 일관

‘8년 연속 CEO가 선정한 명품 브랜드’ ‘11년 연속 각종 외부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1위’ ‘전국 종합병원 의료평가 전 부문 A등급’을 자랑하며 ‘명품’ ‘1위’ ‘A등급’을 내세우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더군다나 지난 7월4~5일 메르스 확진자의 발생추이가 진정될 기미를 보일 때조차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의료진을 포함한 2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결국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던 메르스 환자 16명을 국립중앙의료원과 보라매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재용부회장이 대국민사과를 발표하면서 “메르스 환자의 치료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것조차 무색하게 됐다. 질병확산을 ‘예방·관리’하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치료’마저 못하게 된 것이다. 메르스를 야기하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삼성’이라는 명성이 속절없이 무너진 셈이다.

하루 9천명에 달하는 외래환자가 찾고 2천여 명이 입원하며, 1조원이 넘는 연간 의료매출실적을 올리며 1,900여개 병상수를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라는 신종감염병의 ‘슈퍼전파자’가 된 이면에는 한국사회 권력구조와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국회에 출석하여 “삼성이 뚫린게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며 오만함과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오만과 자신감 뒤에는 메르스환자가 다녀간 이후 삼성서울병원이 취했던 조치에 대한 ‘은폐와 축소’ ‘미흡한 대처’ 등이 숨겨져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방문했거나 환자를 접촉한 이들에게 통보하고 격리했다고 했지만, 자세한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확진 환자의 명단을 누락시켜 발표하기도 하고, ‘격리조치 대상’이어야 하는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진료에 참여하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급기야 역학조사를 위해 찾아간 역학조사관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했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삼성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가’ 위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돈만 밝히는 민간병원 난립 속에 예방‧관리는 뒷전

삼성, 현대, 카톨릭성모, 세브란스 등 한국의 재벌병원과 대형병원들은 90년대 초반 이후 대형화, 고급화, 전문화의 방향 속에서 급속한 팽창을 거듭해 왔다. 의료상업화,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정책은 이들 대형병원 자본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 결과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대형병원들은 치료 뿐 아니라 예방은 물론이고 환자들의 재활 상황, 재입원률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치료의학에 지나치게 집중해 첨단의학기술을 자랑하고 홍보하지만 예방이나 관리에는 취약하다. 병원운영은 수익성에 치중하게 되어 대형병원의 입원통로가 되어버린 응급실은 내원환자들이 간이침대, 의자, 바닥에서 며칠을 머물기도 하여 ‘시장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2천여 개에 달하는 병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설치비용은 높지만 수익성은 낮은 음압병실(감염병환자관리에 필수적이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연히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을 보호하는데 필수적인 방호복 지급이 부족하고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루 수천명이 오고가는 병원임에도 감염환자 30명을 관리할 능력이나 여건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윤추구 중심의 병원시스템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점 말고도 메르스 사태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점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부의 대응이 유난히 느리거나 없다. 메르스환자를 접촉하고 나서 병원에서 취해진 조치나 관리내용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정보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삼성서울병원의 폐쇄성 또한 동시에 지적된다. 도대체 메르스환자 발생 전후 삼성서울병원 내·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들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