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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7.15 13:00

한국도 소송 시작

‘가족구성권 보장’을 향한 첫걸음


소주┃경기


지난 6월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혼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혼이 허용돼왔지만, 이날 결정으로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던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14개 주를 포함한 미국 전역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됐다. 이 판결로 미국 전역은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지지하는 무지개색 물결로 뒤덮이고 시청마다 결혼 허가증을 발급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미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수정헌법 14조(평등권)는 각 주가 동성 결혼을 허용할 것과 동성 간 결혼이 자신들이 사는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라도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이뤄졌다. 대법원은 또 “결혼은 예로부터 중요한 사회적 제도였지만 법과 사회의 발전과 동떨어져 홀로 있는 것은 아니다”며 동성혼에 대한 반감이 많이 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한 “남녀 동성 커플들이 결혼의 이상을 경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며 “그들은 법 앞에서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혼보다 심오한 결합은 없다. 결혼은 사랑, 신의, 헌신, 희생, 그리고 가족의 높은 이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관계를 통해 두 사람은 혼자였던 그들보다 위대해진다. 그들은 법 앞에서 동등한 존엄을 요청하였다. 연방헌법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부여한다.”

-미국 판결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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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 합법화한 나라 행복지수 높아

이로써 미국은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공, 노르웨이, 뉴질랜드,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덴마크, 우루과이, 프랑스, 브라질, 영국, 룩셈부르크 등에 이어 21번째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국가가 됐다. 에스토니아와 핀란드는 내년과 2017년 각각 합법화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나라들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 해,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반(反)동성애법에 서명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무세베니 대통령은 “동성애는 유전적 결함으로 일어나는 비정상적 질환”이라고 주장해 왔다. 아프리카 55개국 가운데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는 38개국이다.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 나라들은 ‘주관적 행복지수’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연구결과와 국가별 동성결혼 합헌 여부를 살펴보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특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비교적 적다는 점이다. 성소수자도 한 사회 내에서 약자다. 다양성이 더 많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수많은 동성커플이 존재하지만 그 관계를 인정받지 못해서 여러 가지 차별과 불이익을 겪고 있다. 지난 7월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첫 동성혼 소송 심리가 열렸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2013년 9월7일 청계천에서 양가 가족들과 2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적으로 야외 결혼식을 열었고, 같은 해 12월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대문구는 “동성 간 혼인은 민법에서 일컫는 부부로서의 합의로 볼 수 없어 무효"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2014년 5월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한국 최초로 동성혼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도 성소수자 차별 철폐에 함께 나서야

미국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에 많은 성소수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판결은 단시간에 나온 것이 아니라 세 커플의 소송으로 시작해서 무려 38년 만에 나온 결과다. 이 판결은 그동안 힘차게 투쟁해온 성소수자들의 성과다. 미국의 결정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한국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지난 6월28일 퀴어퍼레이드에서 보수혐오세력들이 그야말로 ‘혐오스러운’ 방법을 동원해 맞대응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사회적 정서는 이런 이슈 자체를 두려워한다. 정부나 정치권 역시 오로지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져 눈치 보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예민한 이슈 자체를 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고통과 소외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소송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동성혼의 합헌이 곧 성소수자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성소수자의 노동권‧의료접근권 등 법제도적 평등 보장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인권침해적 성전환자 성별정정 요건 철폐 △성소수자 인권침해적 교육환경 개선 등 우리에겐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동성결혼 투쟁에서 승리하고 그것을 디딤돌 삼아 우리는 더욱더 힘차게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서 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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