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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7.15 13:03

국민 머릿속까지 뒤져보는 국가

국회, 휴대전화·SNS 감청 본격화 법안 발의


장여경┃사이버사찰긴급행동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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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9일 416연대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압수수색의 마지막 수순은 휴대전화였다. 첫날 사무실과 차량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다음날 박래군, 김혜진 운영위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갔다. 6월25일에는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경총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알바노동자들의 휴대전화가 압수됐다. 4월18일 연행된 세월호 집회 참석자들은 100명 중 최소 42명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최근 공권력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당연한 수순처럼 밟는다. 왜 그토록 우리의 휴대전화에 집착하는가. 

그들이 휴대전화에서 보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그 집착증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유엔 인권최고대표, 미국과 캐나다의 연방대법원은 연달아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공통적인 지적이 "휴대전화는 일반 물건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와 같은 디지털기기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세세한 기록까지 보관하며, 오랫동안 파일과 데이터를 보유하고, 계속 기록을 만들어내며, 무엇보다 보편적이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삶의 거의 모든 면에 관한 디지털 기록을 자신들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셈이다. 그래서 휴대전화는 이제 과거에 집을 가장 철저하게 수색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고, 더 민감한 정보를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디지털 환경은 국가 감시 역량을 그 어느 때보다 확장시켰다. 과거에는 일부 ‘불온분자’를 대상으로 감시했다면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을 통째로 싹쓸이하는 최근의 감시 기법은 전 국민을 불온분자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9월16일 인터넷에서 ‘본인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기 위해 검찰이 마련한 정책이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이었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그리고 그 감시가 오늘날 매우 깊은 수준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뒤지면 그들이 그렇게 궁금해 했던 누군가의 사회관계, 심지어 머릿속 생각까지 손쉽게 알 수 있다. 


국정원 인터넷 감시프로그램 구입 의혹

최근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최근 폭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163부대가 최소 2012년부터 이탈리아 ‘해킹팀’ 인터넷 감시프로그램을 구입해 운용한 것이 확인됐다. 5163부대는 국가정보원의 위장 명칭으로 알려져 있기에 국정원이 이 감시프로그램을 구입·운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이들이 구입한 것으로 드러난 RCS(Remote Control System)라는 프로그램은 대상을 해킹하는 수법으로, 데스크톱과 모바일 기기를 모두 감시할 수 있고, 지메일, 페이스북은 물론 SNS의 통신 내용까지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국정원은 휴대전화에서 음성대화 모니터링 기능을 요구했고 관련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로써 2005년에 이어 국정원의 거짓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국정원이 겉으로는 휴대전화 감청을 못한다고 국민을 속이면서 사실은 은밀히 휴대전화와 SNS를 도·감청해 온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이미 국정원은 1999년 9월22일 법무부·행정자치부·정보통신부와 공동명의로 "휴대폰은 감청이 안됩니다"라는 내용의 거짓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당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이 때 국정원은 1996년 1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감청장비 4세트와 1998년 5월 자체 개발한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로 휴대폰 도·감청을 하고 있었다. 

끔찍한 소식은 그 어느 때보다 본격적인 국가 감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이윤을 위해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 없는 국가의 민낯을 목도했다. 이 잔혹한 정권이 또 얼마나 가차 없이 국민들의 사생활을 훑을 것인가. 그 감시의 목표는 가장 먼저 저항하는 사람들을 향할 터다. 


감시받지 않을 권리 지키는 투쟁 계속해야

우리는 한때 사이버 망명을 택했다. 국내에서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외국산 메신저로 옮겨가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사이버 망명지가 육체적 망명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휴대전화를 뺏겨 내용을 탈탈 털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에게 남은 올바른 선택은 맞서 싸우는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집회로 구속된 정진우씨는 카카오톡 압수수색 통지서를 받고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삼성, 밀양, 유성의 여러 동지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카카오톡을 뒤진다는 것은 같은 대화방에 있었던 ‘친구들’에 대해서도 뒤지는 것이다. 정진우와 같은 카카오톡 대화방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수사기관에 정보가 제공된 ‘친구’들은 모두 2,368명에 달했다.

정진우씨는 자신의 형사 재판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증거로 나오지도 않았던 카카오톡 압수물은 자신의 형사처벌을 다투는 재판에서 사소한 쟁점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진우씨는 이 자료의 증거능력을 다투기로 했고, 지난 7일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 판사가 카카오톡 대화기록이 위법수집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이다. 정진우씨의 카카오톡 ‘친구’들은 이미 지난해 12월23일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세월호 집회의 또다른 연행자 용혜인씨 또한 자신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에 대하여 6월29일 준항고를 제기했다

우리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 싸움을 시작했다. 그것이 중요하다. 지금 국회에는 휴대전화와 SNS 감청을 본격화하기 위해 감청설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저들에겐 이미 권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휴대전화와 SNS를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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