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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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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9.01 11:24

“조급함 버리고 끈기로 밀고가자”


김은주(서울)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를 바탕으로 건설된 민주노동당은 기세 좋게 출발했다. 창당하자마자 금세 당원 1만 명을 넘기고, 파죽지세로 세력을 확장하며 전국 곳곳을 민주노동당 깃발로 물들였다.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하자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현실화 되는 기적을 당대에 이룰 수 있다는 기대로 충만했고 그 누구도 당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정파연합당으로 출발한 민주노동당은 그 태생적 한계로 10년도 못 가서 무너졌다. 제 정파들은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했고, 당은 의회주의로 경도됐다. 노동자․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던 민주노동당은 정권의 탄압이나 외부요인이 아니라 내부 민주주의의 타락으로 멸망했다.

진보신당이 출범했다. 단일 정파로 건설한 당이니 이제는 내부 권력투쟁 따위 개나 줘 버리고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광우병소고기 수입 반대투쟁을 매개로 일어난 대중투쟁은 촛불정국을 바탕으로 진보신당의 지지 기반을 확대시켜 주었고, 당의 양적 성장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노동현장의 지지기반을 확장하지 못했으며, 당의 운영이 점차 정치 명망가들에 맡겨지면서 그 의존성이 심화됐다. 결국 진보신당은 명망가들의 정치적 탐욕에 의해 거듭된 위기를 맞았고, 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꿔 일신하려 했으나 결국 또다시 분당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는 실정이며 여전히 내부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나 초심이 없을 리 없다. 다 같이 계급정치를 꿈꿨고, 출세주의를 배척했으며, ‘당직공직 겸직금지’ 원칙으로 의회주의로의 경도를 막으려 애썼다. 좌파정책을 생산하려 노력했고, 현장투쟁에 함께 하려 했으며, 무엇보다 내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려는 우리는 그들과 다를 수 있을까? 아니, 그들과 다른가? 그렇지 않다. 민주노동당이 범했던 오류, 진보신당이 걸어왔던 그 길을 우리 역시 똑같이 되풀이 할 수 있다. 더구나 우리는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도 없고, 광범위한 현장 지지도 확보하지 못했고, 정치 명망가도 없는데다, 소수 중에 소수이면서 당 건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력’이다. 은근과 끈기, 현재의 답답하고 부진한 상태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계급정치를 실현해가는 자세가 그 어떤 태세보다 중요하다.

반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함’이다. 큰 투쟁, 화끈한 승리, 그런 허황된 꿈 보다는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가며 내실을 다지는 것이야 말로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고 제대로 된 노동자계급정당을 만들어 나가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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