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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4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4.10.30 17:53

회원이야기┃부산 서성협


투쟁, 참~ 어렵다...

노조활동 15년, 다시 원점에서 원칙을 생각한다


노동조합에 첫발을 내딛던 그 때!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그 때!

2002년 노동조합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런 세상도 꿈꿀 수 있구나”,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 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겠구나”면서 벅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부산지역일반노조에 가입해서 누구의 투쟁이랄 것도 없이 하나가 돼 천막치고, 점거하고, 연행되면서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거운 마음이었다.

2004년, 이전까지 모두 정규직이었던 케이블노동자들이 외주화 되기 시작했다. 우려하는 조합원도 있었지만, 아닌 건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투쟁에 돌입했다. 물론 우리 힘이 부족해서 외주화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넣어놓고, 노동조합이 외주를 받아 일하면서도 패배했다는 생각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2005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졌다. 2007년 5월에 고등법원은 소송에 들어갔던 조합원 4명 중 2명은 근로자지위가 인정되지만 나머지 두 명은 안 된다면서 “티브로드와 7년 계약,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년 연장한다”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정규직으로 일해왔던 노동자들이 같은 원청의 관리아래 같은 일을 하면서도 외주화로 비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분노하며 투쟁했다. 그러나 법원은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아니라는 판결을 내밀면서 중재안을 낸 것이었다.

“두 명은 되고, 두 명은 안 되는데 외주업체라도 같이 일하는게 어떻노?”라는 법원의 질문에 “같이 일할기다. 근데 4명 모두 정규직으로 일하기 위해서 끝까지 싸울 기다. 요상한 중재는 필요없데이. 집어치라 마!”라고 말하지 못했다. 부당한 외주화에 맞선 투쟁이었음에도 이 투쟁의 기조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원칙을 세우기보다는, 혹여라도 동료들과 함께 일하지 못하게 될까봐 외주를 받아들이고 함께 일하기를 선택했다. 노동자자주관리회사가 뭔지도 몰랐지만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고, 그것이 노동조합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우리는 외주업체인 한빛네트워크를 ‘노동자자주관리회사’라고 불렀다.


‘노동자자주관리회사’라는 미명에 무너져간 세월

노동조합은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만들어진 노동조합을 통해 막 투쟁을 시작했을 때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던가? 그러나,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을 위해 흠결이 있더라도 스스로 ‘노동자자주관리회사’라고 부르면서도 자랑스러워했던 그 노동조합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과 투쟁이 없다면 노동조합다운 모습을 지켜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중앙케이블에서 동서디지털방송으로, 또 동서디지털방송이 티드로드 서부산방송으로 인수합병됐다.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노동조합답기 위한 노력이 없는 한빛네트워크에 대해서 티브로드는 노동조합을 깨기 위한 어떤 직접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자주관리회사라는 이유로 (주)한빛네트워크나 한빛네트워크 현장위원회를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았고, 티브로드 사측과 (주)한빛네트워크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티브로드는 그동안 새 일감이 있을 때 한빛네트워크로 넘기지 않는다거나, 할당 PDA를 부여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일거리를 간접적으로 줄여왔다. 인수합병 되기 이전 동서디지털방송과 티드로드 서부산방송이 서부산지역을 두고 경쟁해왔지만 합병 이후에 서부산은 경쟁구역이 아닌 한빛네트워크가 관할해야할 구역이었다. 그럼에도 티브로드는 이를 부여하지 않았다. 소소해보였지만 티브로드는 그렇게 7년의 마무리를 준비해왔던 것 같다. 티브로드와의 관계에서 노동조합 이름이 사라졌던 지난 7년, 노사관계라는 것 자체가 부재했던 7년이 흘렀다. 오로지 내가 노동조합이라는 그 말만을 가지고 내가 잘하면 되는 것으로 간주했을 뿐 사실상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의 실체와 정체성을 세우지 못했던 7년이었다.


직접고용·단체협약·노조사수, 이것이 우리가 갈 길

7년이 되자, 티브로드는 단가를 80% 낮추든지, 위로금으로 정리하라고 통보해왔다. 그만두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티브로드 서부산방송 앞 투쟁이 100일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지역독점권을 줄 테니 단가를 80% 낮춰서 재계약하자고 한다. 한빛네트워크 현장위원회 명의로 공문을 보냈더니 입구를 걸어 잠그고 셔터까지 내리는 티브로드, 노동자 생존권 문제는 아랑곳없이 도리어 생색내며 단가를 1/5로 후려치는 티브로드.

케이블과 통신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전국에서 떨쳐 일어서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직접고용·단체협약·민주노조 사수,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 아닐까? 비록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조합으로 하나 되기 위해 쌓아온 것이 너무 부족하다 할지라도, 그 방향으로 다시 조합원들의 손, 그리고 케이블 노동자들과 전국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손을 굳게 맞잡아야 하지 않을까?


* 서성협님은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한빛네트워크 현장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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