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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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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4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4.10.30 17:54

대학┃학내 정치활동 탄압과 대응방향


대학 입맛에 학생들 길들이기…노골적인 감시와 탄압

학내 정치활동의 자유 쟁취 위해 싸워야


얼마 전 사학비리 투쟁을 진행 중이던 상지대에서 총장 측이 총학생회 간부를 매수해 반대 측 학생과 교수를 사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 총장은 93년 비리 문제로 물러났던 이사장으로서 21년 만에 총장으로 복귀했다. 학생과 일부 교수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투쟁하자, 학생으로부터 총학생회 회의 내용을 비롯해 차기 총학생회 출마자에 대한 정보, 학생과 교수의 회의 내용 및 집회 계획 등을 넘겨받았고, 현 총장을 반대하는 교수가 학생과 식사하면서 한 대화 또한 몰래 녹음하게 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학교 측은 학생이 스스로 “순수한 마음에서”, “의협심으로” 정보를 넘겨주었으며, 돈을 먼저 요구한 것도 학생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한편 성균관대에서는 지난 15일, 학교 측에서 불허한 세월호 유족 간담회를 학생들이 학생회실에서 진행했다는 이유로 행사에 참여한 단과대 학생회장과 집행부 3명에게 학생회 대표자들에게 지급되는 공로장학금 지급을 거부했다. 학교는 “학교가 불허한 행사를 준교육 공간인 학생회실에서 진행함으로써 학칙을 어겼기 때문에”, “학생회 활동 공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근거로 삼고 있는 학칙은 학내에서 어떤 행사를 하던지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 측에서 행사를 불허한 근거는 ‘교육 이외의 목적’으로는 강의실을 대여할 수 없는데, “세월호 유족과의 만남은 정치적”인 행사라는 것이다. 성균관대의 말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정치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어떤 행사도 해서는 안 되며, 어떤 행사든 일일이 학교 측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자치적인 정치활동 자체를 탄압하는 비민주적 행위다.


민주노조 탄압하는 자본의 의도와 같아

이러한 대학의 만행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12년 말, 한국외대에서는 총장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학생이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하자 학보에 응당 실려야 할 선거 특집호를 내지 못하게 했다. 학보사에서 이를 거부하고 선거 특집호 발행을 강행하자, 학보 편집장을 해임하기까지 했다. 2013년 초 이화여대에서도 학생들이 개최한 ‘새내기 정치포럼’ 행사에 특정한 이유 없이 공간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가, 학생들이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자 공간을 신청했던 학생을 징계하려 시도한 바 있다.

이처럼 대학 내에서 학생들이 정치적인 활동을 하거나 목소리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상지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이화여대의 사례는 수많은 사례 중 일부일 뿐, 비슷한 일은 각 대학에서 허다하게 일어난다. 학교가 학생들의 행사를 검열하고, 학교 뜻에 맞지 않는 행사는 공간 사용 자체를 불허하고, 불허한 행사를 강행하는 학생들은 서슴지 않고 징계하는 것이다. 때문에 대학 안에서 정치단체와 연계한 행사나 첨예한 정치사안 관련한 강연을 열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반면 취업, 특히 대기업 홍보 행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학은 이른바 ‘외부단체’와 연계를 문제 삼아 정치활동을 탄압하면서도 외부 기업과의 연계는 더욱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학교를 비판하는 학생을 사찰하는 것도 흔하게 일어나고, 학교를 대상으로 투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의 선거 출마를 방해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러한 학교의 행태는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자본과 매우 유사하다. 자신들을 대변할 학생(노동자)을 찾아 소모임이나 동아리를 조직하고 학생회(노동조합)를 무력화하는 것, 투쟁하려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활동 자체를 가로막는 것 등 탄압 방식도 방식이지만, 목적은 더욱 그렇다. 자본이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이유는 자본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자를 마음대로 착취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민주노조이기 때문이다. 대학 역시 학교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학생의 교육권을 희생시키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이 투쟁하는 학생회이고, 학교를 비판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막으려는 것이다.


가자아 기본적 권리, 적극적으로 투쟁하자

정부든 자본이든 독재를 행사하고 다수를 희생시키려는 자들은 언제나 노동자 민중의 입을 틀어막아 왔다. 대학에서 대학생들의 정치활동과 자치적인 다양한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도 같다. 대학을 대학자본의 이데올로기로 가득 채우고 이를 위한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서다. 때문에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사수를 요구하며 목숨 걸고 투쟁하는 것처럼 대학생들 또한 대학 안에서의 정치활동 탄압에 무기력해질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쟁을 조직하고 맞서야 한다.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릴 권리는 우리가 자본에, 학교에 맞서 싸우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쟁취해야 할 권리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아니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자본과 학교는 끊임없이 위협해왔다. 이러한 자본의 공세 속에서 민주노조를 왜 지켜내야 하는지, 학생 자치가 왜 중요한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민주노조를, 학생 자치를 지켜내기 위해 강고하게 투쟁해나가야 할 것이다.


홍석영┃학생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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