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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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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6.01 11:30

민중의 힘으로 ‘사랑’의 정의를 세워요~


이수정┃경기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퀴어 퍼레이드는 ‘내가 나 일 수 있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진행한다. 특히 퀴어 퍼레이드 중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LGBTI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인터섹슈얼, 퀘스쳐널)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성적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자긍심을 담아 도심을 당당하게 행진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경찰단속 맞선 동성애자 항쟁으로 시작

이 퍼레이드는 1969년 미국 뉴욕시에서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을 기념하는 행사로 처음 시작됐다. 스톤월 항쟁이란 1969년 6월28일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술집 스톤월을 단속하는 경찰에 맞서 동성애자 집단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데모다. 1960년대 경찰의 상시적인 단속에 불만을 품은 동성애자들이 군중을 모아 항쟁을 일으킨 것이다. 스톤월 항쟁 당시 경찰과 그리니치 빌리지에 거주하는 동성애자 사이의 긴장감은 몇 날 밤의 시위로 분출되었고, 성소수자들은 경찰의 온갖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톤월 항쟁이 끝나고 뉴욕에 있는 동성애자들은 성별·계급·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자 노력했고, 이러한 흐름은 미국 전역에 동성애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1970년 6월28일에는 게이 퍼레이드가 열렸고, 오늘날 미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매년 6월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여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게 되었다.


한국, 일부 혐오세력·보수정치인 폭력 극심

1969년 미국의 성소수자들이 경찰 폭력으로 탄압을 받았다면, 2015년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이른바 기독교 혐오세력과 보수 정치인들에 의해 무차별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 그들은 2007년 참여정부에서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해 ‘동성애허용반대 국민연합’을 비롯, 2010년엔 ‘바른 성 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을 구성하여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했다. 2013년에는 기독교 거대 종파와 현재 교육부장관인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이 ‘차별금지법 반대 국민연합’을 구성했다. 이후 이들은 각 지역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막기 위해 공청회에 집단적으로 참여해 반대 행동을 이어갔다.

2012년 11월, 국립국어원이 표준어대사전에 있는 '사랑'(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을 비롯해 '연애' '애정' 등 5개 단어의 뜻을 성(性) 중립적인 쪽으로(사랑 :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바꾼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 혐오세력은 “국립국어원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며 항의 행동을 벌였고, 이에 2014년 1월 국립국어원은 '사랑' '애정' '연애'의 뜻을 이성애 중심적인 것으로 다시 돌려놓았던 일도 있었다.

또한 작년 12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제정하려고 했으나 기독교 보수 혐오세력의 집단 반대행동에 부딪히자 포기하기도 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박원순 시장의 출마 당시 공약으로, 당선 이후 180명의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시민위원회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차별 금지를 명시한 헌장을 채택해 12월10일 세계인권의 날에 발표만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 보수 혐오세력의 집단 반대행동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인권헌장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장로총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는 등 인권변호사 출신 시장이라는 명성과 달리 성소수자의 인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12월6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단체들은 6일간 서울 시청을 점거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하며 서울시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2015년 퀴어 퍼레이드 또한 어김없이 동성애 혐오세력들의 집단행동이 예상된다. 작년 신촌에서 열린 제15회 퀴어 문화축제와 ‘프라이드 퍼레이드’도 동성애 혐오세력에 가로막혀 약 4시간가량 멈춰진 일이 있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퍼레이드를 마쳤다.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혐오 이겨내는 연대로

최근 가톨릭 중심의 보수적인 국가의 하나로 꼽히는 아일랜드에서 “결혼은 성별과 상관없이 법에 따라 두 사람 간에 맺어질 수 있는 결합”이라는 문구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에 대한 국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민 70%의 찬성으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되었다. 기존의 결혼 제도가 꼭 필요한지, 동성 간 결혼이 반드시 합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지, 여러 생각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의 이번 국민투표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일삼는 기독교 혐오세력을 비롯한 보수 정치세력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성소수자를 위한 것은 인간 모두를 위한 것이다. 나와 다른 차이를 존중하고, 기독교 혐오세력과 우익 보수 정치세력의 차별과 혐오를 이겨낼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번 퀴어퍼레이드 주제처럼 ‘내가 나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하자. 저들의 입이 아닌 민중의 힘으로 ‘사랑’의 정의를 다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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