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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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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은 그 나물에 그 밥

노동자계급정당은 긴가민가


김태연┃정책교육위원장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이 의미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육노동운동의전망을찾는사람들(교찾사)’ 주최로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보정치,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라는 주제 하의 정치워크샵이 열렸다. 교찾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치워크샵이라고 한다. 국민모임창당준비위 양기환 사무총장, 노동당 권태훈 부대표, 정의당 이정미 부대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김태연 정책교육위원장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3:1의 구도

주최 측의 의도와 상관없이 토론은 3대 1 구도였다.

국민모임은 제1야당인 새정연의 한계를 강조하고, 이에 대당하는 제3당 건설의 포부를 밝혔다. 일차적으로 원내교섭단체가 될 수 있는 제3당을 건설하고 향후 야권교체를 통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노동당은 2002년부터 2014년까지의 역대 선거 득표 통계자료를 제출하고, 진보정당 전체의 지지율은 급락하지 않았지만 당선자수가 급감한 것으로 진단했다. 결론으로 진보정당 분열이 위기원인이므로 진보정당 통합을 위기해결책이라고 제출했다. 통합진보당 세력의 이른 바 ‘종북주의’나 패권주의와 선을 긋는 것으로 노동당 자신의 노선적 성찰을 대신하는 듯했다.

정의당은 ‘원내유일 진보정당’을 강조하며 진보통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모임, 노동당, 정의당은 노동정치연대를 포함하는 ‘4자 정무협의체’를 통해 2015년 9월까지 진보정당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4.29 재보궐선거에서의 참패는 오히려 통합 추진의 근거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의 발제는 각도가 달랐다. 개량을 넘어선 반자본 사회주의 건설, 의회주의를 넘어서는 투쟁정당, 돈주고 표찍는 당원이 아닌 활동하는 당원 등 다른 세 정당의 노선과는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입장을 제출했다.

4월 총파업 정국에서 진보정당들이 투쟁전선에는 안보이고 재보궐선거에 매몰되어 참패한 데 대한 비판적 입장을 제출했다. 진보정당들이 제1야당인 새정연을 타격방향으로 잡고 제3정당으로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경화하는 진보정당들이 새정연과의 차이를 더욱 퇴색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비판했다. ‘진보정당 우경화’ 비판에 대해 진보정당 발제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표하기는 했지만, 정당운동의 노선문제로 쟁점화되지는 않았다. 기존 진보정당들과 노동자계급정당의 관심사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었으리라.


통합의 도마에 오른 진보정당들

발제 이후 교찾사 활동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각 정치세력이 세계자본주의위기에 대한 구체적 정세판단에 근거하여 투쟁과 정치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반문했다. 각 진보정당들이 기껏해야 보수야당을 경쟁대상으로 하고 2016년 총선 정도의 전망에 입각해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있는 데 대한 문제제기로 보였다. “북한정권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는 통진당 해산 국면에서 진보정당들이 취한 입장에 대한 문제의식의 표현으로 보였다.

진보정당과 새정연과의 노선 차이가 뭐냐는 질문은 토론으로 발전했다. 새정연이 케인즈주의를 표방하고 진보정당들이 사민주의를 표방하는 데, 차이가 드러나겠냐는 제기다. 토론 중에 교찾사의 어떤 활동가는 “별 차이를 못느끼겠다. 그렇다면 차라리 진보정당들이 새정연으로 들어가 야당을 강화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겠느냐?”고 제기했다. 그 질문은 “갈 세력은 가고 사회주의하려는 세력은 남아서 뭉치는 게 맞지 않는가?”라는 도발적 제안으로 끝을 맺었다.

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노동당 지도부는 통합 입장인데 9월까지 통합을 밀고가면 당이 깨질 수 있지 않은가? 당을 깨고 통합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진보정당 통합은 어려운 것 아닌가?” 이 질문은 권태훈 부대표가 공개적으로 답하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교찾사 워크샵에서 제기된 문제는 며칠 후에 현실화되었다. 2015년 9월까지 진보정당통합을 추진하고 그것을 당원총투표로 결정한다는 노동당 대표단 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이 제기되었다. 당원총투표 여부를 대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안이 제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가와 혁신을 전제하지 않는 4자 정무협의회 불참 권고결의안이 발의됐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5월15일 교찾사 정치워크샵에서 거론된 진보정당 통합 논의는 각 정당의 내부 조건과 다소 동떨어진 수박겉핥기에 불과했다.


노동자계급정당 성격·총선전술 등 제기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에 대해 문제제기성 질문도 던져졌다. “당원이 당의 한 기구에 속해 활동한다는 기준은 전위정당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추진위가 제출하고 있는 당의 성격이 전위정당인지 대중정당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추진위의 2016년 1월 창당은 총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는 노동자계급정당이 의회주의를 부정한다고 하지만, 의회전술이 결국 의회주의로 빠져들지 말라는 법이 있냐는 의문이기도 하고, 반대로 의회전술을 구사할 실력과 구체적 전술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기도 했다.

5월15일 교찾사 정치워크샵에서 기존 진보정당들은 상호 간에 차이가 없으므로 그들의 난립상황은 ‘분열’이지만, 노동자계급정당은 기존 진보정당들과 차이가 있으므로 통합이 아닌 ‘자립’이 과제라는 인식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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