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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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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6.01 11:38

“4월 투쟁으로 자신감 확인”


생소하고 어렵지만 함께 노력했던 과정

정권 공세 본격화…정치총파업으로 맞서야


민주노총이 4월 총파업을 마치고, 다시 6월 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4월 총파업이 올해 투쟁을 선포하고 기선을 잡는 선제파업이었다면, 이제 6월 투쟁으로 전국적 전선을 구축하고 정권과 자본에 실질적 타격을 줘야 한다. 직선제로 당선돼 임기 시작부터 총파업 조직화에 여념이 없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5월25일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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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민주노총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직선제 선거에서 위원장으로 당선되고, 임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가량이 흘렀는데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그간의 활동들을 돌아보신다면?

A 그야말로 정신없이 분주했던 시간이었죠. 당선 직후 정기대의원대회를 준비하고 곧바로 총파업 조직화에 나서다보니, 사무총국에 대한 실질적인 파악도 하기 전에 밤낮 현장 순회하느라 바빴던 것 같습니다. 총파업의 당위성, 절박함, 단 한번의 승리가 왜 필요한지, 조합원들과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4.24 총파업을 성사해냈고, 다음 투쟁을 준비하는 5월도 이제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권의 공세가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에, 현장 간부들을 비롯해서 조직 전체에 긴장태세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한편으로는 맞다고 봅니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우리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만, 지역과 산별에 따라 투쟁방식이나 대응시기에 대한 엇갈린 이해들을 하나로 아우르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던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의 다양한 의견 모아내기 어려워”


Q 현재 민주노총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조직적으로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민주노총이 대정부투쟁을 지속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이것이 단순히 지도부의 결의만으로 투쟁력이 발휘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각 산별들이 내부적으로 봉착한 상황들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을 단일한 정치적 목표로 총파업에 복무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만만치 않더라는 한계가 확인되는 거예요. 단지 이번 총파업 투쟁 뿐만이 아니라 꽤 오랜 시기 누적된 조직적 문제이다 보니, 과연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아직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Q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죠. 노동자들의 대표 조직답게 투쟁하는 민주노총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투쟁을 잘하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내부의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의 큰 힘으로 집약해내는 것이 정말 어렵더군요. 또한 소위 말하는 ‘프레임 전쟁’에서 정권과 자본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시민사회의 지지와 엄호도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이런 부분에서 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들은 상당히 생소했습니다.


“배수진 친다는 각오로 6월 총파업”


Q 이번 4.24 총파업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라고 평가하시는지요?

A 일단 긍정적인 평가로는, 민주노총이 과연 정치파업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내외부의 끊임없는 의문과 우려 속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또한 그동안 민주노총의 조직적‧물질적 기반이었던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조직 구조에서, 총파업은 대공장 정규직이 앞장서지 않으면 불가능하리라는 인식을 어느 정도 탈피했다는 점이에요. 지역의 총파업 실천단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비정규직 동지들이 헌신적으로 투쟁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들이 확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한계 역시 명확했습니다. 지배계급이 민주노총의 깃발까지 내놓으라고 발악하고 있는데 우리가 과연 총파업에 걸맞는 위력적인 투쟁을 최선을 다해 조직하고 만들었는지, 이것은 분명히 반성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죠.


Q 11월 총파업까지 이어지는 올해 민주노총의 투쟁에서, 6월 총파업은 어떤 의미와 목표를 갖고 있을까요?

A 우선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대한 정권의 공세가 표면화될 시기를 6~7월로 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5월28일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를 위한 공청회를 추진하는 등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4월 총파업 이후에도 민주노총은 정부의 이같은 도발에 맞서 즉각적인 총파업 돌입을 이미 결의했고,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6월 총파업을 향해 나아가려는 것이죠. 이러한 내용들은 총파업 투쟁지침 7호로 이미 전파한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 대중투쟁 씨줄과 날줄로 엮어갈 터”


Q 그렇다면 6월 총파업은 시기집중 수준의 통상적인 임단투 투쟁이 아니라, 전국적인 정치파업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방안이 더욱 중요할 텐데요.

A 6월 투쟁까지 각 산별연맹들이 자기 투쟁의제를 갖고 싸워나가는 방식과 함께, 민주노총 4대 요구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요구 또한 당면투쟁의 중요한 쟁점이라고 판단합니다. 최저임금 의제로 6월까지 ‘장그래대행진’을 포함해서 양대노총이 함께 이 사안을 쟁점화하는 방안 등 다양한 형태의 대중투쟁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나가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Q 과거 수년간 쌍용차투쟁 지도부로서 현장에서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 느꼈던 아쉬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투쟁사업장에 대한 고민은 어떤 것인가요? 아울러 민주노총이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도 듣고 싶습니다.

A 쌍용자동차 역시 대표적인 장기투쟁사업장이기도 하거니와 정리해고 문제나 비정규직, 노조탄압 문제 등이 오랜 시간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매우 답답하고 비통한 심경입니다. 민주노총이 총력 집중해서 힘을 모아낸다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으리라는 소망도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수의 사업장에서 노사간 힘의 관계가 완전히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아래로부터 현장의 힘을 다지고 소위 말하는 현장권력을 다시 탈환하지 않으면 민주노총 차원의 집중투쟁만으로는 이런 상황을 일거에 해결하는 것은 요원한 현실 같아요. 따라서 민주노총은 총자본의 대리인이자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정권에 맞선 ‘단 한 번의 승리’가 매우 절박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정부투쟁을 통해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비롯한 저들의 총체적인 공세를 막아냄으로써, 장기투쟁사업장과 비정규 사내하청 동지들의 투쟁에서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특히 동양시멘트나 하이디스, 현대차비정규직 동지들처럼 자본이 법적으로도 규제하고 있는 부분들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상식 이하의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사업장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또한 이같은 상황들을 정권이 비호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들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지점과, 법률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 방안 등 민주노총이 감당해야 할 과제들이 유예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정치총파업도 노동자정치…그러나 갈 길 멀어”


Q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주체로서 민주노총이 수행해야 할 과제 역시 무거울 텐데요. 향후 총선대응을 비롯한 정치사업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지요.

A 지난 20여 년 간 민주노총은 산별과 정치세력화라는 양날개로 내달려왔어요. 그 중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조직 내부의 진단에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치세력화는 강령으로도 적시되고 있는 과제인데, 현재 민주노총이 처한 조건과 실력으로 이를 실물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합니다. 2015년 대정부투쟁을 통해 결집된 힘을 어떻게 분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안타깝게도 민주노총은 구체적인 전망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아직 정치위원장도 선임하지 못한 상황이고, 지금으로서는 열심히 투쟁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정치라고 밖에 말씀드리지 못하겠군요.


Q 어쨌든 현재 진보정당 통합 논의와는 또 다른 결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기존의 진보정당운동에 대해 반성적으로 평가하면서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를 어떻게 세워낼 것인지에 대한 현장활동가들의 고민도 적지 않습니다. 한상균 위원장께서 생각하시는 노동자정치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A 개인적인 의견을 여쭙는 거죠? (웃음) 앞서 질문에서 답변했지만, 양날개 중에 정치세력화라는 날개가 힘없이 꺾인 것이 지금 민주노총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만약 노동자들이 주체로 선 상태에서 날개를 폈더라면, 추락할 이유는 없었을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이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 없이 임시방편으로 날개짓을 한 것이, 제대로 자생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지금 정권과 자본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분쇄하기 위해서 정치총파업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노동자정치의 한 요소라고 봅니다. 물론 이러한 투쟁과제들을 기존의 진보정치를 통해서 구현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실력이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 실력은 결국 현장의 조합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이런 과정을 순탄히 거치려면 노동자정치에 대한 현장의 기대와 불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진솔하게 다가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어렵지만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현장의 고민들을 하나의 힘으로 모아내는 것이 필요하겠죠. 만약 이것을 노동자정치로 모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임용현┃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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