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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만원으로 한 달 살라고?

결정‧투쟁 방식 둘 다 확 바꿔야 먹고 산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선’의 임금이며, 이 밑으로는 임금을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적용 노동자들에게 ‘최고임금’이 돼버린 지 오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몇 십원을 두고 벌어지는 교섭에 얽매여 ‘결정 당하는’ 최저임금의 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투쟁도 바뀌어야 한다.

올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고 총파업투쟁까지 결의하며 싸울 태세를 갖췄다. 2015년 최저임금 결정 시기를 앞두고 현재 고착화된 저임금 구조와 최저임금 자체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후 투쟁방향에 관한 고민을 싣는다.


전장호┃조직투쟁위원장


최저임금 1만원 500만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서명운동을 위한 실천에 참여하는 동지들은 여느 때와 다르게 큰 관심과 반응을 보이는 대중들을 접하면서 최저임금투쟁에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중들의 반응은 정말 좋다. 더군다나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 이라는 요구를 걸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비정규직 확산으로 노동과 삶에 극도의 불안정함을 체득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상황에서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는 단순히 시급 1만원이 아닌 한국사회 대중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이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분노의 의미를 담고 있다. 2015년의 청년실업률이 벌써 10%가 넘어서고 있고 저임금이면서 비정규직인 일자리를 놓고도 서로 경쟁해야 한다.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해고의 위협 등 노동의 불안정화에 노출되는 대중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최저임금 시급1만원-월 209만원’은 노동자민중의 절박한 자기 상황에 대한 표현이자 쟁취해야할 요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1만원은 정치적인 요구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500만 서명운동’과 함께 대중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자기요구로 만들어가는 사업과 이를 전사회적인 요구로 만들어가기 위한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당사자 빼놓고 결정하는 최저임금

최저임금투쟁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이 있다. 바로 그 해의 최저임금투쟁으로 1년간의 자기 임금이 결정되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다. 노동조합의 힘으로 현장의 노동조건 개선을 이룰 수 없는 미조직 불안정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에 닿아있거나 그 조차 미달하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을 최소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투쟁이 미조직 불안정 노동자의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과 조직화를 위한 방편으로 주요하게 사고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최저임금 투쟁을 통해 현장을 조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노-사-공익 3자의 교섭을 통해 결정되는 최저임금 구조는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렴할 통로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노동자 측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교섭에 참가하고 교섭 압박을 위한 실천 투쟁을 배치하지만 사용자측과의 대립, 그 가운데 ‘공익위원의 조율을 통해 합의에 이른다는 구조’는 최저임금 결정을 합의와 타결을 위해 금액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로 변질시켜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최저임금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주체는 노동조합의 상급단체로 한정되고, 이의제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번복되는 경우는 없다.


생활 가능토록 대폭인상 절실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기준은 생활이 가능한 생계비여야 한다는 논리와 근거가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너무나도 낮기 때문에 대폭 인상되어야 할 투쟁의 요구이다. 그러나 2015년 최저임금투쟁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요구는 분명하지만 이를 어떻게 쟁취할 것인가 하는 투쟁계획은 없다. 아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년과 다른 투쟁계획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과정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및 대폭 인상은 불가능하다. 또한 최저임금에 맞닿아 있는 노동자를 투쟁의 주체로 조직하고자 해도 최저임금의 결정방식은 투쟁주체의 의지와 결의하고는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주체들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2015년 최저임금투쟁 기획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원’ 요구로 500만 서명운동을 통한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는 것, 최저임금심의위원의 노동자측 위원을 산별연맹 임원이 아닌 청년유니온 대표을 선임해 투쟁주체가 직접 교섭장에 선다는 것 등 그간 최저임금투쟁에 변화와 활력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인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결정구조를 변화시키는 계획은 없다. 즉 ‘최저임금 1만원’을 현실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무력화부터 시작하자

최저임금투쟁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최저임금위원회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두고 한 해는 노동자측을 옹호하듯이 인상률을 조금 올리고 한해는 사용자편에서 인상률을 낮추거나 동결시키는 공익위원들이 공존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더 이상 전체노동자의 40%가 넘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맡겨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진영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고 최임위는 더 이상 최저임금을 심의 결정하는 사회적 기구가 아님을 선언하고 탈퇴해야 한다.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할 아무런 근거도 권한도 없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선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최저임금심의위원회를 해체하고 최저임금의 결정을 노-사, 노-정 양측의 직접교섭 방식으로 전환하든 최저임금인상을 법제도적으로 못박아 놓게 요구하든 투쟁의 분명한 목표와 대상을 형성할 수 있다. 또다시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 농성투쟁 등을 하면서 그 안에서 공방을 벌이다 최종적으로 퇴장전술을 구사한다해도 2015년 최저임금은 저들의 의도대로 결정날 것이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바라는 500만 명의 서명과 사회적 열기는 그들만의 테이블 안에 갇히게 될 것이다.


투쟁주체 형성이 관건

둘째는 지속적이고 굳건한 투쟁주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1만원’ 500만 서명운동은 최저임금문제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것과 함께 총파업승리실천단 및 각 산별연맹이 참여하게 함으로써 최저임금노동자가 아닌 정규직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직접 실천대오를 형성해 간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전체노동자가 최저임금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임금노동자들을 최저임금투쟁의 주체로 세워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조직되지 않은 저임금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은 당장 쉽지 않지만, 현재 민주노총으로 조직되어 있는 청소용역 및 민간서비스의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심의 마감시한에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에 동원되어 농성을 하는 대상이 아닌 최저임금의 결정방식과 결정기준을 바꿔야한다는 의미와 요구를 분명히 인식하고 투쟁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민주노총에 소속된 다수의 최저임금 해당 노조들은 ‘최저임금 1만원’과 무관하게 올해 임금인상요구안을 확정했고 최저임금투쟁과 별개의 투쟁을 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이 오랫동안 진행해온 미조직전략조직화 사업의 대상인 공단노동자, 민간서비스노동자 등도 이번 투쟁을 통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기획되지 못하고 있다. 주체를 형성하는 운동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반노동자적 임금제도 철폐, 전체노동자가 주체로

마지막으로 ‘1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임금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준을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 임금의 최저선을 정하는 최저임금은 8시간 열심히 일한 노동자의 생계가 보장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준이다. 전체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5,600원으로는 밥 한 끼 사먹기도 어렵고 생계유지는 더욱 어렵다. 따라서 반드시 생계비가 반영돼야 한다. 땀 흘려 일한 노동자 임금의 기준은 안정적으로 생활할만한 정도여야 한다. 비단 최저임금제도만이 아닌 저임금을 고착시키는 비정규제도, 파견 용역과 같은 중간착취, 그리고 포괄임금제와 같은 반노동자적인 임금제도를 철폐시키기 위해 전체노동자가 임금투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최저시급 1만원-월 209만원’, 이 안에는 불안정노동자들의 분노와 바람이 담겨있다. 이것이 단순한 캠페인 슬로건이 아닌 모든 노동자민중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요구가 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투쟁을 재구성해야 한다.

6월말이면 또다시 저들은 ‘적정한’ 선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려 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몇 번의 공방을 거치고 시한을 조금 넘기고서 사회적 타협 또는 합의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생계를 내팽개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노동운동진영이 과감하게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한계를 알리고 탈퇴를 선언하자. 그리고 안정적인 생계를 위한 생계비에 의거한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당사자인 저임금노동자 주체와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결정방식을 제도화하기 위한 투쟁을 선언하자. 이제 민주노조운동은 이러한 투쟁의 요구를 중심으로 저임금노동자들과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한 힘 있는 투쟁을 대중적으로 다시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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