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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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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2015.06.01 11:57

착취·불법으로 자본 배불리며

따돌림·괴롭힘으로 노조탄압


열사가 당부한 ‘노동자세상’ 사내하청조합원들이 나섰다


김시웅┃기관지위원


5월10일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 양우권 동지가 자결했다. 포스코 자본과 박지만이 회장으로 있는 EG테크의 노조탄압에 죽음으로 저항한 것이다.

2006년 노조를 결성한 이후 탄압으로 조합원 50여명이 떠나가는 동안 열사는 굽히지 않고 투쟁을 계속했다. 2011년 4월 1차 부당해고에 대해 열사가 승소하자 자본은 그를 다시 해고했다. 열사는 1․2차 해고에 대한 5차례의 판결 모두 승소했지만 2014년 5월 자본은 그를 동료들이 있는 생산현장으로 복귀시키는 대신 사무실에 홀로 대기시켰고, CCTV로 감시하는 등 견디기 힘든 압박을 가했다.

“130일째 책상에 멍청하게 앉아있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업무지시도 내리지 않는다.” 열사는 유서에서 자신을 화장해 제철소 1문 앞에 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양우권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 원인은 바로 가장 비인간적이고 모멸감을 주는 ‘따돌림․괴롭힘’이었다. 열사 이전에도 2008년에 조합원 3명이 견디다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최근 발레오만도, KEC, 유성기업,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 등에서도 동일하게 ‘따돌림․괴롭힘’을 통한 노조탄압이 이루어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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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탄압 중단·정규직화 내걸고 상경투쟁

포스코의 노조탄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7년부터 91년까지 민주노조 운동이 일어났고 그 후에도 어용노조를 넘어서려는 활동이 계속 있었으나, 자본은 야만적 탄압으로 그러한 시도를 번번이 좌절시켰고 어용노조가 유지되었다. 2000년대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운동도 마찬가지의 탄압에 부딪쳤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세계 철강산업은 경제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특히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생산량의 40%가 과잉일 정도로 심각한 경쟁 속에 놓여있다. 한국 철강자본들은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 연구증대를 통한 고부가가치화, 이에 더해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채권단 관리까지 들어갔고, 포스코에서는 계열사 매각․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압력 속에서 ‘상생경영’ ‘동반성장’을 외치던 포스코와 하청업체들은 노조에 대한 극악한 통제를 자행해 왔다.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15일부터 △포스코와 EG테크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책임 인정과 사과 △노동탄압 중단, 재발 방지 △불법파견 중단,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산업재해 인정, 유가족 배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EG테크는 상경투쟁을 중단해야 교섭을 해볼 수 있다며 버티고 있다. 지난 19일 조합원들은 EG그룹 본사 건물을 빠져나가는 박지만 차를 막고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저들은 경찰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밀어냈다.

조합원들도 열사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500여명의 조합원이 40여명으로 줄어드는 탄압 과정 속에서 자본에 의해 쪼개진 노동자들이 각자 고립되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 투쟁을 통해 그러한 고립감의 반복을 끊어내고 단결과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포스코센터 앞 1인시위, 열사분향소 지킴이, 신문광고 조직 등을 통해 연대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도 선전전에 결합하고 있으며 학생위원회에서 23일 주말에 선전전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대를 더욱 확산해야 한다.


박지만-EG그룹노동자, 자본주의 민낯 그대로

마약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던 박지만이 EG그룹 자본가로 군림하게 된 것은 포철 박태준과 대우 김우중의 도움 덕분이었다. 박지만이 이후 10년간 5차례 마약을 복용하며 즐기는 동안 “그 뜨거운 로스터(Roaster) 주위에서 위험한 유독물을 취급하면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일한”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EG그룹은 수백억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정희의 아들인 박지만과 EG그룹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바로 이 땅 자본주의체제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상징이다.

포항제철, 포스코라는 기업 역시 남한 산업화 신화의 상징이다. 그 신화를 위해 강제적인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수천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했고, 착취의 신화에 현재의 비정규직 착취와 무노조탄압이 걸쳐있다. 그렇게 노동자들을 에밀레종처럼 쥐어짜 축적한 부로 저들은 포스코 비자금을 만들어 뇌물로 권력자와 결탁했다. 이것 역시 오늘날 현실의 압축이며 상징이다.

작년만 해도 신성여객 진기승,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금호타이어 김재기 열사 등 죽음으로 저항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죽음이라는 가장 처참한 모순 앞에서, 우리는 열사들의 죽음이 ‘고민’과 ‘선택’이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굽히고자 한다면 이러저러하게 살아날 수 있는 타협할 길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어찌해도 양보할 수 없는 노동자의 정신을 지키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열사들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은 열사들의 꿈, 양우권 열사가 당부한 ‘노동자세상’의 전망을 붙잡고 현실화시켜내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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