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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의 노동자연대 비방에 대한《워커스》의 측면 지원

최미진 〈노동자 연대〉 기자,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저자

코리아연대 판결의 의미

노동자연대 관련 기사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먼저 노동자연대도 이 기사의 화두가 된 코리아연대 관련 재판의 판결에 대부분 동의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특히, 강간 피해자를 지원해 온 공대위 활동가들과 민주노총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음을 확인한 부분이 중요하다. 강간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측이 그에 항의해 온 측에 맞서 승소했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워커스》가 “‘2차가해’ 개념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판결의 취지를 넘어선 확대 해석이다. 판결문 전문을 살펴보면, 재판의 쟁점은 진보진영 내 “2차가해” 개념 논란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건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2차가해”자 지목이 손해배상 감인가 하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원고들과 피고들 모두 ‘운동사회’에 소속돼 있으므로,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준다는 차원에서 ‘운동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민주노총의 “2차가해” 개념을 전제로 원고들의 행위가 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피고들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가 “2차가해” 개념 자체를 법률적으로도 지지했다고 해석하면서, 사건의 실체와 무관하게 “2차가해” 딱지를 붙여 온 반성폭력 운동 일각의 잘못된 관행까지 합리화하려 해선 안 될 것이다.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중단은 과연 정당했나?

한편,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이하 여성위)의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중단 결정에 대한 《워커스》의 질문과 답변(인터뷰 대상자의 사견임을 전제로 한)은 부정확하다.

인터뷰 대상자인 조 집행위원장은《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이 “성폭력 사건[민주노총 전 울산본부장 사건]의 가/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을 연대 중단의 근거로 언급했다. 하지만 그 책에서는 사건 당사자들의 실명이 일절 나와 있지 않아 일반 독자들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출판사는 명예훼손 소지에 대한 법률 자문도 거쳤다.

또한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조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 담당자가 독단적이라는 [노동자연대의] 주장”도 함께 문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위 결정이 독단적이라는 노동자연대의 비판은 옳다. 특정 사건 처리에 대한 정치적 이견을 억누르고 담당자의 오류를 덮으려고, 여성노동자 운동을 비롯한 성차별 반대 운동에 헌신적으로 함께해 온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파기를 결정한 것은 민주노총 여성위가 해선 안 될 일이었다. 조 집행위원장은 “몇 달 간의 논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연대의 소책자가 발행된 바로 다음 날, 불과 하루 만에 연대 중단을 결정했다(민주노총 가맹 산하조직 대표자들에게 공지된 5월 16일 6차 여성위 회의결과). 이 점에서도 이 결정의 독단성이 드러난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마녀사냥과 책임 회피’를 참고하시오.)

심지어 여성국장은 이 사건과 무관한 어떤 연대체에서 노동자연대를 추방하려는 시도까지 벌였다. 물론 이 터무니없는 시도는 좌절됐다. 그러자 여성국장은 아예 이 연대체를 해산하려 했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운동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로, “독단적”이라고 비판 받아 마땅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같은 답변에서 이렇게도 주장했다. “[노동자연대가] 민주노총 여성위원들[이] … 특정인[민주노총 여성국장]의 주장을 아무 생각 없이 지지했다고 주장한 것에 분노한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연대의 입장을 오해한 것이다. 이 일과 관련한 노동자연대 운영위원회 성명 제목 ―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마녀사냥과 책임 회피’[강조는 인용자] ― 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노동자연대는 여성위의 결정에 대해선 여성위의 책임을 묻고 비판했다. 여성위원들이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한 적이 없다. 물론 전 울산본부장 사건 처리(특히 진술 강요 문제)나 노동자연대 배제 시도 등에서 여성국장이 주도하고 실행한 구체적 행위에 대해선 여성국장을 비판했다.

이론과 실천의 통일

《워커스》 측은 여성위 연대 중단과는 또 다른 건인 책 폐기 연서명에 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조 집행위원장은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는 점을 전제로 이렇게 답변했다. “학문적인 논쟁이었다면 … 발간하는 것이 맞겠”지만, 노동자연대가 “자신들과 관련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불러내는 방식이면 문제이다.”

우선, 책 폐기 연서명 제안자들이 언급한 사건의 실체는 성폭력이나 그 은폐와 전혀 무관하다. 원사건은 한 대학 동아리 수련모임 뒤풀이 자리에서 노동자연대 회원이 아닌 남학생(이하 이모)이 한 여학생(이하 H)에게 1분 미만의 ‘야한 동영상’을 보여 준 사건이다(‘동영상 사건’). 당시 노동자연대 신입회원이자 대학 신입생이었던 또 다른 남학생(이하 정모)은 아무 참견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했다. 정모와 H 쌍방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재판부는 “[정모가] 동영상을 함께 보여 준 공범이라는 H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이모의 동영상 보여 주기의 “강제성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도, “노동자연대 사건”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H는 온라인 상에서 정모를 “(동영상을 함께 보여 준) 공범”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더구나 그때까지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던 노동자연대 단체 자체도 “성폭력 2차가해 단체”로 매도됐다. 피해호소인 지지모임은 곧장 “노동자연대 성폭력 사건”, “영화 〈도가니〉 같은 사건”이라고 터무니없이 비약하며 온라인 공개 규탄을 하고 나섰다.(해당 게시물 바로가기) 그러기 전에 노동자연대에 진상조사나 대화 요청을 한 일은 일절 없었다. 그저 온라인에서 노동자연대를 강간범 비호 집단처럼 오해하게 만들어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행동한 것이다. 노동자연대가 이를 반박하자, 또다시 “2차가해”로 매도당했다. 따라서 책은 “피해자 중심주의”-“2차가해” 개념의 문제점을 생생히 보여 주는 한 사례로서 필자가 직접 경험한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이 사건을 다룬 것이다.

조 집행위원장은 앞에서는 본인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정직하게 밝히고 가정법으로 신중하게 말해 놓고도, 뒤에서는 갑자기 “법적인 절차로 [책 출판을] 중단시키는 방법”까지 거론했다. 이것은 이미 책의 내용이나 동영상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 보기도 전에 이미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조 집행위원장은 또한 책 출판을 법적으로 강제 중단시키는 것이 “논쟁을 중단시키는 의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폭력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진보진영 내에서 토론하자고 만든 책을 아예 폐기하라는 것이 출판과 논쟁의 자유 부정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피해호소인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고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된 사실에 근거해 쓴 것이므로 “추가 피해”와 “법적 절차”를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주의”-”2차가해” 논쟁을 그저 “학문적” 차원으로만 하는 것은 노동자연대의 관심사도, 이 책의 독자층의 관심사도 아니다. 실천과 괴리된 개념 논쟁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론과 실천의 통일을 지향하는 노동자연대는 이 개념들이 실제로 적용됐을 때 진보운동 내에서 여러 혼란과 역효과(특히 정죄와 분열, 위선적인 도덕주의 등)를 낳아 왔다는 실천적 문제 때문에 그 개념들의 사용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동자연대는 단지 몇 년 전 직접 부당한 사건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2000년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 시절부터 이미 “피해자 중심주의”-“2차가해” 개념이 진보운동에 낳을 역효과를 걱정하며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해 왔다(정진희, ‘운동권 내 성폭력 가해자 명단 발표, 어떻게 볼까?’, 《열린 주장과 대안》8호, 2001년 2월). 이번에 쓴 책은 그 오랜 고민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진보운동에 진정 도움이 되는 교훈을 이끌어 내기 위해 위 개념들이 문제가 된 실제 사례들을 살펴봐야만 했다. 그중 노동자연대가 겪은 사건이 한 사례로 들어간 것은 또 다른 이유에서도 우리로서는 필요한 일이었다.(그리고 앞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단체가 직접 겪었기에 그 진상을 정확히 알고 있으므로 확신 있게 다룰 수 있었다.) “피해자 중심주의”-“2차가해” 개념과 그 적용 문제를 다루면서 남의 얘기만 하고 정작 우리 단체가 직접 겪은 일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우리 사건에 대해서 침묵한다는 비난들을 퍼부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싫어서 당신들이 이러는 것 아닌가.

《워커스》는 우리에게 문제제기할 게 진정 이런 것밖에는 없는 것인가. 좌파적 노동운동 언론 《워커스》는 좀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우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가령 우리가 변혁당이 말하고 실천하는 구체적 ‘변혁’ 운동의 내용이 좌파개혁주의적인지 아니면 혁명적인지 분명하지 않고 애매모호하다는 점을 문제제기한 여러 구체적 경우들). 그리고 “피해자 중심주의”-“2차가해” 개념이 노동운동 내부를 저격해 불필요한 분열을 낳는다는 점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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