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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827일자) 글입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틀렸다.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포스트모던 시대에 틀리다는 말은 그르다는 뜻이 아니라 다르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있다.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와 같이 대립이 명백한 경우에도 다름은 존중하되 옳고 그름으로 다투지는 말라는 뜻이리라. 한데, 이런 시대의 가르침을 어기고 지금 소득주도성장이냐 혁신성장이냐를 놓고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 엇박자가 단지 다름의 문제라면 문재인 대통령처럼 둘 다 존중하며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최선을 다하라는 덕담을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옳고 그름의 문제라면 둘 중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날카롭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진보개혁 세력이 지지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틀렸다. 이 정책은 첫째, ‘성장을 경제의 최고목표로 삼고 있는 점에서 틀렸다.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가계급의 입장에서는 성장 즉 자본축적이 경제의 최고목표다. 하지만 노동계급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현재와 같은 노동절약적 자본축적방식 아래서는 성장은 일자리를 줄이고 많은 노동자를, 특히 청년·여성·노인 같은 약자를 정체적 과잉인구로 전락시킨다. 또 한도가 없는 경제성장은 대량생산·대량소비로 자연생태를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각종 환경재앙을 일으킨다. 따라서 경제의 최고목표는 더 이상 자본주의적인 목표인 교환가치의 양적인 성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의 목적은 언제나 민중의 물질적 삶의 유지·향상이고, 생산력 발전의 현 단계에 조응하는 합리적 목표는 사용가치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 한도 없는 교환가치의 양적 증대가 아니라! -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돼야 하며, 자연생태의 지속가능을 위한 물자사용의 절약이 돼야 한다.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이고, 영어 economy의 말뜻은 절약이다. 경제의 목표는 자본의 논리인 성장이 아니라 경제라는 말의 원래의 뜻에 부합하게 위와 같이 재설정돼야 한다.

둘째, 경제성장은 실현가능하지 않다. 자본주의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합돼 있고 세계자본주의는 2008년 미국 발 금융공황 이래 심대한 장기 대불황을 겪고 있다. 그 대불황은 지난 10년간 이른바 선진자본주의 경제들에서 집중적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디폴트 위기, 터키 외환위기에서 보듯이 이른바 신흥시장 경제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웃을 희생시켜 자기를 살리겠다는 근린궁핍화정책인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감으로써 세계적 파국을 재촉하고 있다. 1930년대 대불황 당시의 데자뷰다.

세계경제가 이와 같이 대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속에서 한국만 유독 성장을 계속할 수는 없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2010년을 예외로 하고 2~3%의 저성장밖에 달성하지 못한 데는 그들의 정책이 잘못된 탓도 있지만 이런 세계자본주의 대불황 탓이 크다. 성장의 시대는 지나가고 저성장이나 제로성장이 뉴노멀인 시대인 것이다.

셋째, 이번 대불황 하에서는,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불황의 늪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 왜 그런가? 이번 대불황의 원인에는, 1930년대 대불황처럼 분배 악화에 따른 과잉생산·과소소비 즉 소비절벽이라는 수요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처럼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와 이로 인한 투자절벽이라는 공급측면이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케인스주의든 신자유주의든 효과를 내지 못한다. 불황탈출을 위해서는 소비증대와 더불어 투자를 늘리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할 텐데, 소비증대를 위해 분배를 개선하면 자본의 착취도가 낮아지고 이윤율이 떨어져서 공급 측에서 투자가 줄고, 자본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노동을 절감하고 임금을 낮추면 노동소득이 줄고 분배가 개악돼 수요 측에서 소비가 준다. 이렇게 되면 생산된 것들이 판매되지 못하고 자본가는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진퇴양난의 딜레마다. 이것이 지금 선진자본주의 경제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같이 분배를 개선함으로써 불황에서 탈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정책은 1930년대 대불황이 아닌 이번 대불황에서는 무용한 정책이며,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만약 케인스주의 처방대로 분배를 개선함으로써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에서 그런 처방을 대대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리 있겠는가. 그런 정책으로는 파국을 막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넷째, 소득주도성장론은 실천적으로도 틀렸다. 분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면 불로소득을 없애면서 이윤몫을 줄이고 임금몫을 늘려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점지대를 추구하며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는 재벌을 해체하고, 금리생활자와 임대업자 계층을 안락사시키며, 노동조합운동을 대대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론에는 그 어느 것도 없다. 재벌개혁이 있지만 그것은 LG·SK·롯데처럼 재벌을 해체하지는 않고 -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러므로 소득주도성장론은 이론적으로만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틀렸다.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은 최저임금 인상 정도인데, 그마저 자본의 전방위 공세에 밀려 포기했다. 그러자, 진보개혁세력은 문재인 정부에게 소득주도성장 노선에서 후퇴하지 말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애당초 이론적·실천적으로 잘못된 것을 지키려는 허망한 목소리일 뿐이다.

그러면 혁신성장론이 맞다는 얘기인가. 천만에! 혁신성장론은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축적방식에 4차산업혁명을 결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불황은 신자유주의와 정보화혁명- 4차산업혁명과 유사한 의 결합으로 재촉됐다. 따라서 혁신성장 정책은 대불황을 한층 더 심화시키면서, 더 큰 파국을 자초하는 자살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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