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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7일 제소된 나이주의/성차별적 언어폭력 사건에 대해 처리 결과를 공개합니다.

나의주의/성차별적 언어폭력 사건 후속조치 결과,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입장서, 학생단위 사과문, 가해자 및 2차 가해자 사과문



<나이주의/성차별적 언어폭력 사건 후속조치 결과>

 

1) 개인에 대한 권고사항 후속조치 결과

 

(1) 사과문 제출 : 이호동, 오준규 사과문 전달 및 공개, 학생 3인 사과문 전달

 

(2) 교육프로그램 진행상황

 

이호동, 오준규 교육 프로그램 이수 완료(1회기당 3시간)

1회기 : 215일 청소년운동의 이해와 청소년인권감수성

2회기 : 222일 젠더와 폭력에 대한 이해/나의 위치성을 확인하기

3회기 : 226일 인권감수성 교육

4회기 : 37일 피해자 이해하기, 자기 성찰 하기

 

학생 4인 교육 : 226일 인감감수성 교육을 진행. 이후 피해자측의 교육중단 요청으로 중단함. 총회 이후 일정을 맞춰 나머지 교육을 진행할 예정.

 

최종 교육을 완료한 이후 교육완료보고서 제출할 예정.

 

2) 조직적 권고에 대한 후속조치 결과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회의단위에 보고하고 공개 : 중집, 전국위원회, 전체 회원게시판에 게시.

나이주의/성차별적 언어폭력 관련 회원 토론회 진행(31)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학생위원회 사과문 피해자측에 전달 및 공개

반성폭력 내규 마련 사업 : 여성사업팀에서 내규() 마련 논의를 통해 토론용 초안 마련. 총회 이후 토론용 초안을 중집에 제출하여 논의 예정. 중집에서 토론용 안 확정한 이후 전국 순회 토론 예정.

2총회에서 사전 교육 프로그램을 배치 : 나이주의/성차별과 관련한 회원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 이후 교육프로그램안을 마련하여 전조직적으로 교육 계획 마련 예정.

차이가 힘이 되는 연대 - 사회운동 이해를 위한 길라잡이 소책자 발간

: 여성, 청소년, 장애,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운동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양자료를 발간.

 

 

<나이주의/성차별적 언어폭력 사건에 대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입장서>

 

2013116, 청소년운동을 하는 여성동지가 나이주의/성차별적 언어폭력사건으로 민주노총에 사건을 제소한 이후 117일 이호동동지가 회원으로 있는 변혁모임에 이호동외 학생변혁모임 회원 4인을 해당사건으로 공식 제소했습니다. 이후 20131124일 학생변혁모임 오준규회원이 2차 가해로 제소된 바 있습니다. 변혁모임은 피해자와 만나 필요한 조치에 대해 의견을 듣고 사건 해결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119일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출범 이후 추진위 차원에서 사건을 연계해서 책임 있게 해결하기로 하고 진상조사를 진행했으며, 이후 중앙집행위원회 보고를 거쳐 1211일 피해자측에 진상조사결과보고서()을 전달했습니다. 이후 피해자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직적 논의를 거쳐 지난 12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진상조사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28일 전국위원회에서 진상조사보고서와 후속조치 이행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의 입장서와 교육이수계획 등을 피해자 측에 전달했으나, 제소 사건해결 과정에서 확대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2월부터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는 피해자 대리인과 제소 사건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고, 그 문제의식을 조직 내에서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1. 제소사건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에 대한 반성적 성찰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당시 변혁모임)2013117일에 제소 건을 접수했을 때 제소된 당사자도 대부분의 내용을 인정했고, 피해자도 추진위가 이 사건을 올바르게 해결할 것이라는 신뢰를 보였습니다. 신뢰에 기초해 사건의 비공개가 아니라 공동의 논의를 통한 공론화즉 운동적 토론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때문에 추진위는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제소 후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는 피해자로부터 신뢰를 상실하는 과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소 후 사건 해결과정 초기에 제소된 추진위 학생회원 중 일부로부터 이런 걸 제소해야 해, 너무하는 거 아냐라는 등의 사적 대화가 있었고, 피해자는 여러 경로로 그 내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페북의 친구관계를 끊는다거나, 집회현장 등에서 피해자를 대면하게 되었을 때 피하는 등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고립감 또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추진위는 그 당시 피해자 대리인으로부터 이런 행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받고, 추진위 학생동지들을 비롯한 회원들에게 이러한 행위가 절대 있어서는 안됨을 환기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고 피해자측의 불신이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 갔습니다.

 

가해묵인으로 제소된 학생 4인에 대한 자숙기간이 길어지게 되자, 사건의 본질에 대한 성찰보다는 사건의 신속한 해결이 지연되는 데 대한 불편함에 착목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토론과 필요한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로부터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이 부족한 채, 불신이 해소되고 있지 않음을 인지하고서도 교육이수 등 사건의 처리로 흘러간 점이 있었습니다. 즉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이 견지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312일 추진위는 피해자 대리인의 의견을 다시 청취하고, 진행하던 교육을 중단한 후 제소사건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중앙집행위원회와 학생단위의 토론을 다시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토론과정을 통해 그간 발생했던 문제들에 대한 반성적 공감대는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그동안 운동사회 내에서 발생한 제소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치유되기 보다는 오히려 고립되고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는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제소된 이호동, 학생4, 오준규의 언행에 성격 규정

 

이호동회원에 대한 제소사건에 대해 추진위원회는 본 사건을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그리고 운동사회에도 여전한 나이주의, 성별 위계 근거한 차별, 여성의 권리침해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희화화 등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건으로 보고 나이와 성별 위계에 근거한 차별적 언어폭력으로 규정했습니다.

 

함께 제소된 학생 4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2차 가해는 아니지만(피해자가 이들을 2차 가해로 제소한 것도 아님) 본인들의 의도와 상태가 어떻든지간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함께 문제제기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소자의 문제제기를 예민한 행동으로 만들고 고립시켜 가해를 동조하고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합니다.

 

2차가해로 제소된 오준규에 대해서는 일부 언행이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2차 가해성 발언이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오준규는 피해자와 함께 활동을 함께 해오던 사이였으며, 제소자는 사건을 제기할 것을 미리 이야기했고, 오준규는 사건 제소에 대해 공감하고 동의해왔으나 사건 해결과정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피해자에게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운동의 명운을 언급하며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한 점, 자신의 논거로 사용한 정파논리를 통해 피해자로 하여금 조직보위로 인한 위축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한 점, 사건의 해결방법에 대한 판단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2차가해성 발언을 했다고 판단합니다.

 

 

3. 조직과 관련 개인에 대한 권고사항 및 후속조치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차원에서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회의단위에 보고하고 공론화 하며, 사건의 재발 방지와 젠더 및 청소년 인권 감수성을 성찰하고 실천하는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추진위 사업 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관련 내규를 마련하겠습니다. 또한 전 회원을 대상으로 나이주의/성차별과 관련한 회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건 관련자에 대해서는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통해 다시 한 번 자기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공개토록 하겠습니다.

 

운동사회에서 만연한 나이주의와 성차별적 발언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큼 우리 주변에서 쉽게 회자되기도 하지만 낯설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운동진영에서 가부장성과 구조화된 성별 관계, 나이주의가 존재하는 한 각종 차별과 폭력 사건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그동안 운동진영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조직의 건강성을 키우기 위해 각종 내규를 마련하고 교육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추진위원회 또한 이번 사건 해결을 통해 피해자의 상처 치유와 권리 회복을 위해 조직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종 차별과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운동의 지향 속에서 함께 투쟁하는 조직이 되도록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함께 실천하겠습니다. 또한 그간 진행되어온 반성폭력, 반차별운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진행하고, 위계와 권력관계에 근거한 다양한 폭력을 문제제기하는 일상의 제기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성찰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성별위계/권위주의/가부장성과 성별 억압과 차별에 대한 되돌아보기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운동사회 수많은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들은 피해 그 자체 보다도 제소한 이후가 더 큰 문제가 되는 운동진영의 이런 구조 속에서 자신의 피해를 알려내고 해결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는 용기를 내기까지 너무도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주변의 지지와 공감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자신의 문제제기를 하기 위한 용기를 내었습니다.

사건 해결 과정을 통해 후속조치가 잘 이행되고, 운동사회에서 피해자의 문제제기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지지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노력할 때 피해자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해결되고 조직적 사과와 공론화 하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인권이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운동진영의 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4. 끝으로 진상 조사 초기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상황과 혼선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진행 경과를 빠르게 공유하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불신을 증폭시키고 불편함을 끼진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차원의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을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4529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나이주의/성차별적 언어폭력 사건에 대한 학생위원회 사과문>

 

지난 2013117,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학생위원회(이하 학생위)는 피해자로부터 나이주의, 성차별적 언어폭력 사건의 제소를 공식 접수했습니다. 가해자가 학생 회원인 것은 아니었으나 사건 당일, 학생위 회원 4인이 그 자리에 함께했으며, 그들 또한 이 사건을 함께 성찰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학생위는 사건을 접수한 뒤, 피해자를 존중하며 추진위 중앙과 함께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학생위원회 조직과 학생 회원들의 잘못이 있었고, 이로 인해 문제 해결이 더뎌지고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초기 사건 접수 단계에서 내부 소통의 문제로 담당자 아닌 사람이 피해자에게 연락을 했던 점, 제소된 학생 4인에게 피해자의 제소문을 공유했던 점은 피해자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사건 접수 이후 학생회원 1인이 피해자에게 조직 보위 논리를 앞세워 설득하려고 했던 점은 피해자에게 큰 압박이 되었을 것입니다. 학생위 일부 회원이 SNS에 간접적으로 사건 관련 언급을 하고, 피해자 및 대리인과 SNS 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분명 잘못된 행위였으며, 피해자 측에서도 학생위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건 해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생 회원 및 지인들로부터 직, 간접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언급들을 들었어야 했을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더불어 사건 해결이 더뎌지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지속적으로 집회 자리 등에서 마주하게 되었을 때도 학생 회원들의 태도에 소외감과 불쾌감을 느꼈을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

 

학생위는 나이주의/성차별적 언어폭력 사건을 접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운동 사회에도 만연한 나이주의 및 언어폭력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려는 태도가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태도가 앞서 언급한 잘못들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긴 시간동안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학생위 전체의 문제 인식과 태도, 그리고 사건 접수 이후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학생위는 남은 처리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며 이번 문제를 조직 내에서 진지하게 성찰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갈 것입니다.

 

 2014529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학생위원회()



사과문

 

이호동

 

 

상기 본인은 2013622() 코오롱 주점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청소년운동 활동가에게 상처를 주어 조직에 제소되었고, 경위서를 제출했으며, 반성과 성찰의 자세로 사과문을 제출합니다.

 

본 건은

첫째, 청소년 운동에 대한 인지부족으로 인해 여성청소년활동가의 감수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지 못했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활동명을 유머의 소재로 삼아 불쾌감을 주었습니다.

둘째, 연장자로서 연소자를 평등하게 대하지 못하고 나이에 의한 차별적 발언과 술 예절에 대한 훈계성 발언을 했습니다.

셋째, 불쾌감이 표시되었지만 분위기 반전을 위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황을 희화화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저는

첫째, 부적절한 발언으로 제소인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겠습니다.

둘째, 성 평등, 부문운동 교육을 이수하고 향후 관련 활동가들과의 관계맺기를 좀 더 사려깊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본 건의 운동적 반성과 성찰을 통해 지금보다 더 치열하고 헌신적으로 운동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과의 글

 

오준규

 

이 글을 쓰기에까지 많은 자기성찰을 거쳐 길게는 제 길지 않았던 생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피해호소인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사과의 뜻과 함께, 피해호소인이 부딪혔을 벽과 그 벽에 하나의 단단한 돌로 보탬이 된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동안 제 변명의 무기가 되었던 의도와는 무관히 저의 그런 역할을 구성했던 언행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돌아보며 사과의 글을 씁니다.

 

저는 성차별, 나이차별적인 언어폭력 사건에 대한 2차 가해를 가했습니다. 피해호소인이 사건 해결 절차를 결정할 권리를 위축시키고 권리의 실현에 결과적으로 방해를 가할 수 있는 언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소에 대한 저의 심경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피해호소인이 이야기들을 전해 듣는 결과를 낳아 추가적인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습니다.

 

돌아보면 처음에는 사건해결절차에 대한 저의 의견제시가 보다 상호간에 상처를 최소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믿었기에 그랬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의 성급한 판단이었으며 피해호소인의 의지와 선택에 반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저와 청소년해방운동을 함께하던 피해호소인을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부적절한 판단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존재조건과 운동적인 주체됨에 대한 의문을 받아버린 사건에 대해서, 당사자의 판단보다 타인의 보호의지가 앞선다는 것은 오만이었고 오판이었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기준으로 주체됨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에 직면하고, 당사자의 입장으로서는 제기할테면 해보라로 들렸을 발언까지 원가해자에게 듣고서 사건 제기를 결심한 피해호소인에게 저는 동지로서 버팀목이 되기보다는 벽이 되었습니다. 공감에의 노력을 한다고는 했으나 그것은 저 자신에의 과신이었고 저는 사건 해결 절차를 결정할 권리를 위축시켰습니다.

 

저는 사건 제기 당시, 피해호소인과 저의 해당 대화가 외양으로 보면 강압이나 압박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2차 가해 제기에 대해 당황했고 반감을 가졌었습니다. “내 의견에 대해 대화에도 응하고 통화도 걸어 오기도 했으며 의견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도 해놓고서 그걸 녹취해서 제기하나이런 생각으로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 대화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이나 사인을 보이지도 않고 순조롭게 대화하다가 갑자기 그만두더니 2차가해로 제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과, “이렇게 되면 내가 2차 가해를 가하지 않기 위해서는 예측가능한 주의를 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당시 대화의 외양에 대한 과신은 사실 저의 존재조건과 관계에서의 위계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저의 성찰 부족의 문제임을 이제야 발견합니다. 저는 적대계급 출신의 남성 활동가이며 사회적으로 법률적 자주성을 인정받느 비청소년의 위치에 있으며 동원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활동가로 회원들을 훈련시켜온 활동가조직의 회원으로서, 저의 입장을 비교적 말로 단호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경험 속에 살아왔습니다. 종종 그것이 타인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위계관계나 인간관계 때문에 저의 입장을 숨겨야 했다거나 제때 표현하지 못했거나 입장과는 다른 외양의 대화를 해야 했던 경험이 삶 속에 비교적 적었고 그 정도도 깊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의 그러한 위치에서 누리며 살아온 상대적 특권이, 그리고 그에 따라 부여되는 기대가, 운동사회의 모든 활동가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부적절한 착각 속에 대화에 임하였으며 그에 따라 부적절한 분노감을 가지고 이에 따라 피해호소인에게 간접적으로 추가적인 상처를 입혔습니다. 자신의 입장, 불편함, 분노를 해당 대화에서 곧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인간관계나 위계관계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점에 대해 저는 대단히 둔감했습니다. “적어도 운동사회 안에서라면 누구나 자기가 임한 대화의 외양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은 인간관계나 위계관계가 작용되었든 아니든 책임은 책임이다식의 생각이었습니다. 권력관계와 위계관계에 대해 심각한 인지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대화에서는 제 의견을 듣고 평등하게 토론하는 것처럼 하더니 이를 가해라고 제기했다는 저 자신 중심적인 판단만을 가지고 저의 피해감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건해결 과정과 저의 자기성찰에 대한 피해호소인의 불신을 가중시켰음을 뼈아프게 인정합니다.

 

또한 가해자의 운동생명을 피해호소인이 신경써야 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피해호소인의 사건 해결 절차를 결정할 권리를 위축시킨 점을 반성합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해호소인이 자발적으로 원할 경우 그럴 수 있는 지점에 불과했는데, 저는 피해호소인이 바라보았을 저의 위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다고 성급하게 믿으며 의견을 들이밀었습니다. 당시의 저를 객관화한다면 저는 피해호소인과 같은 조직에서 활동하는 동지였을 뿐 아니라 가해자가 공동대표로 있는 조직의 회원이기도 했음에도, 저는 저를 객관화하지도 피해호소인의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며 공감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저는 피해호소인과 같은 조직에서 활동하는 동지라는 지점만을 믿었으며 따라서 제소를 받고 나서는 부적절한 분노감과 피해감을 가졌습니다. 제가 전심을 다해 해보려던 청소년해방운동 조직의 마비에 가까운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졌던 점과, 그에 따라 남겨진 동지들에게 부담이 전가되었던 점도 저의 부적절한 분노감과 피해감을 만든 지점이었습니다. 그것은 피해호소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저는 그것을 사실상 피해호소인의 책임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형태로 주위 몇 지인에게 토로했으며, 피해호소인의 신상과 사건 내용을 제 입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것으로 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기계적인 저의 권리와 의무에 집착했습니다. 가령 저는 페이스북에서 작성한 몇 글이 문제가 되어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에서 저에게 페이스북 글 게시를 앞으로 당분간 하지 말 것을 권고하자, 이에 대해 분노하고 이것도 피해호소인의 책임인 것처럼 피해감을 키웠습니다. 가해지목인도 사건에 대한 심경을 토로할 권리는 있다는 것을, 피해호소인에게 간접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범위에까지 충분한 고민 없이 넓혀버렸습니다. 가해지목인의 입장으로서, 인권의 본질적인 부분이 침해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호소인의 치유와 신뢰회복을 위해 전력으로 노력해야 하는 책임을 잊어버리고 저의 권리에 집착하였으며 활동가답지 못한 자유주의적인 태도로 한동안 일관했습니다.

 

제 내면의 약자혐오를 뼈아프게 직시하고 비판합니다. 적대계급 출신의 고학력자 남성으로서 내면화한 노력주의 이데올로기는 제가 활동가가 된 이후에도 그 기준과 외양이 정치경제권력에서 발언권으로바뀌었을 뿐 그대로 남아있었음을 발견합니다. 사건의 제기를 피해호소인이 예민한 문제로 치부했던 자신을 비판합니다. 운동사회에서 평등과 자유가 완전하지 않았음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에 대한 과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제가 그 과신을 가지게 되었던 이유는 운동사회에 억압과 차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제가 억압과 차별에 별로 노출되지 않아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운동사회에 대한 환상은, 차별에 부딪힌 피해호소인이 보다 나은 방식으로 사건을 제기할 수 있을 텐데식의 폭력적인 장벽으로 제 스스로가 작동하는 데에 기여했습니다. 운동사회가 그럴 수 있는곳이라는 과신 때문이었습니다. 권리를 침해받은 이가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무기로써 선택해야 했던 자신이 약자임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누구보다도 당사자에게 큰 고통일 수 있음을 보지 못하고, 모두가 그리고 누구나가 저와 같이 입장을 그때그때 드러낼 수 있는 상대적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인 것처럼 대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당사자가 고통스럽게 선택해야 했던 약자임의 드러냄을 당시의 저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반감을 가졌음을 발견합니다.

 

모든 이가 자기 의견이나 불편함, 나아가 피해를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지금의 운동사회가 이미 그런 사회인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피해호소인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언동을 했습니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에서 진행한 교육과 이에 따른 자기성찰을 통하여 이제서야 그러한 저를 일부분이라도 직시하게 되었음을 시인합니다. 청소년인권감수성, 성인지, 그리고 반차별과 인권감수성에 대해 고민하며 지금까지는 글 속의 활자로 받아들이던 고민들을 일부나마 제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잣대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자이기에 저의 심신에 흐르는 적대계급 출신 인텔리의 자유주의적 감수성을 시인하는 것도, 공감 노력의 부족을 시인하는 것도, 저의 언행의 2차가해성을 시인하는 것도 뼈아픕니다. 그러나 친밀했던 동지이자 친구였던 이에게 상실감을 느꼈고 사건 제기가 축소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부딪혔을 피해호소인의 고통에 비하면 그것은 작은 아픔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과신과 오만 그리고 성찰의 부족으로 인하여 피해호소인의 사건 해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위축시킨 폭력과, 부적절한 분노감 그리고 피해감에 기하여 피해호소인에게 추가적인 상처를 준 제 자신을 비판하며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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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5 Knock Knock. Who's There? Rightful Owner! Syrian Army Reportedly Reclaims Long Lost Oil Field 반제반독점민주전선 2019.11.07 1128
2294 [공동성명] 이재명 성남시장과 지지자들은 경기장차연 활동가에 대한 매도 및 인권침해를 중단하라! 사회변혁노동자당 2016.11.04 1107
2293 [소책자] 양보로 강도를 막을 수는 없다 - GM철수설에 대한 노동자의 자세 file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2.13 1075
2292 전기전자통신공학 개론 [1] file 철의노동자 2018.11.10 1054
2291 이른바 시장 문제에 관하여 file 노동동맹 2018.03.25 1051
2290 Middle East Nightmare: Could Israeli Strikes in Syria Trigger War With Russia? 노동총동맹 2019.04.07 1020
2289 Op 'Troika of Tyranny'? Pompeo Warns of More Regime Changes in Latin America 농민협회 2019.02.23 1018
2288 [최저임금 급등] 농민 소득증대 발목·인력난 심화·상권 침체 ‘삼중고’ 南朝鮮勞動運動評議會 2019.06.05 1015
2287 [웹자보/카드뉴스] 200401 재벌사회화 민중가압류 운동 인증샷 데이 file 송준호 2020.04.07 986
2286 중 수입중단에 농산물값 하락..미 농가 '벼랑끝' 내몰려 전국민주노동자협의회 2019.08.13 910
2285 [웹자보] 200407 응답하라 #0411 file 송준호 2020.04.07 904
2284 북한은 사회주의 공화국이 아니다. 본능으로 돌아가는 유사국가 일 뿐이다 [10] file 공산당 2016.04.09 877
2283 성명 - 쌀값이 서민의 삶을 위협하는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쌀값 걱정 그만하고 공공수급제 도입에 앞장서라 [8] 농민협회 2019.02.24 875
2282 '조각' 들어가는 470조 예산.. [2] 철의노동자 2018.11.04 860
2281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6] file 전민련 2019.02.12 859
2280 [웹자보/현수막] 노해투_공동주최토론회 file 평일 2020.05.19 853
2279 베네수엘라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워크숍 자료 file 겨울잠 2019.04.22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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