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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의 문제점과 대응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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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 결정



10월 17일과 18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정책대대에 이른바 사회적 대화 기구로서의 노사정위원회의 후신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의 참여 건이 의결안건으로 제출된다. 9월 28일 중집에서 정책대대 안건 심의와 상정 건을 둘러싸고 심각한 논쟁이 진행되었으며, 결국 경사노위 참여 건은 안건 내용 심의를 10월 10일로 예정한 임시 중집에서 다시 진행하기로 하고 위원장 직권으로 정책대대에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10월 10일 중집 논의 결과에 따라 안건 상정 자체가 재고될 여지는 있지만, 현재의 논의 지형 상 정책대대 의결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민주노총은 8월 16일 중집에서 이미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정부의 신뢰회복 조치 압박을 위한 노정교섭을 병행하는 것으로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5월 말 최임법 개악에 따른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 선언을 뒤집는 것이었으며, 최임법 개악 이후 그 어떤 전향적인 정책변화나 정부 조치도 없는 상황 속에 노정 교섭, 협의의 정세적 불가피성을 강변하는 입장 변화였다.


8월 16일 중집은 물론 뒤이은 8월 22일 중앙위에서도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들이 표출되었다. 무엇보다도 양대 개악 이후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상의 변화가 없으며 나아가 추가적인 개악의도까지 감지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을 앞두고 현장 조직화에 교란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점, 교섭과 투쟁의 병행이라는 방향 자체가 구체화되지 못한 채 교섭 성사에 치우치고 투쟁과의 유기적 결합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의 우려였다. 지금 이 시점에서의 사회적 대화 복귀는 섣부르며, 노정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신뢰회복 조치를 위한 노정교섭 병행이라는 단서만 붙인 채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경사노위 참여를 의결안건으로 다루겠다는 정책대대는 안건 심의 등 포함 중집 논의를 다시 거친다는 전제 하에 한 달 가량 미뤄졌다. 정부의 입장 변화를 포함한 정세적 조건의 변화에 대한 기대(?) 또는 압박 요구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의 의미와 한계


민주노총 집행부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통해 어떻게 문재인 정권의 입장 변화, 정책 변화 등의 신뢰회복조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노정 직접 교섭을 병행한다고는 하나, 교섭 자체는 물론, 어떻게 정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것인지 해명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실제적으로 담보되는 것 없이 노사정대표자회의 논의만 진행되게 되는 것이다.


경사노위 자체에 대한 참여는 정책대대 연기와 함께 결정이 일정하게 유보되기는 하였지만, 이로써 이름만 남아있던,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 경사노위와 혼재되어 이야기되던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하고, 사실상은 경사노위의 부문 위원회이지만, 노사정대표자회의의 부문 위원회이기도 한 제반 협의단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당초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 기구 재편을 위한 논의라 좁혀 규정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하였지만, 그 자체가 사회적 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제반 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 협의가 진행되면서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위상 자체가 확대되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경사노위 출범 확정과 함께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지만 굳이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를 결정했던 것은 경사노위 참여로 가는 물꼬, 부문 위원회 참여를 통한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상 경사노위 참여 문제는 최종적인 법적 틀거리 만들기, 정부 노동정책의 모양 만들기만 남은 셈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사노위가 갖는 법적, 실체적 의미는 민주노총의 참여 문제를 중대한 조직적 쟁점으로 부상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의 문제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설정되었다. 민주노총의 참여 결정이 미뤄지면서 공식 출범도 미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쌍차 문제에서 보듯이 이미 정부의 노사정 대화체로서의 자기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재벌 손잡기와 조직노동 길들이기가 유연안정성으로 만나는 곳이 바로 경사노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경사노위의 출범과 민주노총의 참여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형식적 완결 지점이 될 것이다.


촛불항쟁은 한국사회의 변화를 향한 엄청난 대중적 열망과 동력의 분출이었다.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재벌 개혁 등 민주노총이 제시해왔던 제 사회적 요구들이 촛불항쟁의 요구로 승인되고 수렴되어왔다. 촛불항쟁의 성과로 집권한 현 정부로서는 이러한 촛불항쟁의 요구를 실질적 개혁을 통해 실현하여야 하는 정치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상당 부분 형해화되고, 대폭 후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제로 천명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 최저임금 대폭 인상, 노동법 개정 및 ILO 협약 비준 약속 등 문재인 정부의 여러 노동정책은 외견상 이러한 촛불항쟁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조직노동의 사회적 대화 기제의 승인은 문재인 정부에게 실질적 개혁 실현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심지어 중단 또는 왜곡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었다. 결국 자본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노사정 대화틀은 실질적 개혁의 보류 또는 중단에 대한 면죄부를 제공해줄 수도 있고, 사회적 합의, 대화의 명분 하에 노동의 양보를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제인 것이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참여, 나아가 새로운 기구로의 재편이라고는 하지만 스스로 제안해 들어온 것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복덩이인 것이다.


사회적 대화 논의가 궤도에 오른 이상, 이미 노동적폐 청산도 노동권 보장 노동개혁도, 문재인 정권에게는 흥정을 위한 카드일 뿐인 상황이 되었으며, 사회적 대화기구는 그 완충장치이자 노사 양쪽을 길들이기 위한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① 플랫폼으로서의 활용론?

민주노총 집행부는 플랫폼으로서의 노사정 대화틀 활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노정교섭, 산별교섭의 물꼬를 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노사정 대표자회의 틀을 거쳐 법제도적으로 보장된 협의 틀로서의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를 통해 중층적 사회적 교섭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촛불항쟁을 목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운동, 대중투쟁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기저에 존재함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의 정국 구조 상,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정책 기조 상 독자적인 노정교섭, 산별교섭이 불가능하고, 투쟁을 통한 교섭 성사도, 요구 실현도 불투명하다고 한다면,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는 어떻게 가능한지가 해명되어야 한다. 최임 개악을 강행하고, 노동적폐 청산에 미지근한 이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는 민주노총의 요구에 따라 협의에 나설 것이며, 최임 개악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나이브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현재 역량으로 사회적 대화 외에 노정교섭이든 산별교섭이든 성사가 가능한가 라는 질문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교섭 성사가 관건이 아니라 요구의 실현이 관건이다. 민주노총의 현재 역량으로 사회적 대화, 노사정 협의틀을 통해서 요구의 실현이 가능한가 라고 물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역량으로 독자적인 노정교섭, 산별교섭 성사가 불가능하다면, 사회적 대화, 노사정 협의틀을 통한 요구의 실현 역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한 조건이라면 결국 양보와 타협 외의 선택지는 없으며, ‘열린 국면’이라는 ‘정세적 호조건’에 기대어, 그리고 문재인 정권의 선의에 기대어 일정한 개선을 얻어내겠다는 것임을 뜻할 뿐인 것이다. 핵심은 투쟁 역량의 담보이며, 현재 역량으로 교섭이든, 요구 실현이든 가능성이 낮다면, 역량을 담보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주요 고민 지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투쟁이요, 조직화인 것이다.


② 정세적 시급성, 불가피성?

민주노총 집행부는 또한 노동법 개정 및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정부 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고 이러한 논의에 민주노총이 개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노총이 좀 더 빨리 복귀 또는 참여했다면 보다 큰 개입과 활용이 가능했을 것이라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개편을 둘러싼 경사노위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참여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 개악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통 사회적 대화 없이는 개혁 쟁취든, 개악 저지든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지금이 그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지난 노사정대화 참여 재고 결정에 따른, 최임 개악 이후의 바뀐 정세나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법 개정과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하여, 지난 십여 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정책기조에도 드러나 있다. 내년인 2019년 ILO 100주년을 앞두고 ILO 핵심협약 비준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으며, 관련된 노동법 개정 논의가 노사정 협의체로서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정부, 대자본, 대정치권 교섭과 투쟁이 대폭 강화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경사노위 참여,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의 정당성을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교섭틀의 유무가 아니라 대중투쟁 역량을 얼마나 강위력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이다. 시급한 것은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가 아니라, 정세적 과제의 공유와 그에 기반한 투쟁역량의 조직화이다.


③ 편의적 활용과 투쟁의 병행?

플랫폼으로 활용하되, 수용 불가능한 개악을 강요할 때에는 뛰쳐나오면 그만이요, 그만큼의 명분으로 총력 투쟁을 조직하면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이미 법적 실체를 갖고 존재하게 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개악에 반대해 민주노총이 뛰쳐나온다고 한들 그 개악을 돌이킬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의 명분은 그만큼 대중적으로 동의될 수 있는가?


압도적인 이데올로기적, 물리적 우위에 서있는 정권과 자본 앞에서, 그것도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논의라는 절차까지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명분은 이미 자족적, 패배적 정당화의 기제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의결, 합의 등을 협의로 바꾸고, 기구의 구성, 운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적 대화기구가 갖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성격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 사회적 대화기구는 합의 유무와 무관하게, 정부가 의도하는 특정 의제의 제출과 ‘사회적 대화’ 진행과 성사만으로도 정치적 의미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며, 그 의제의 실현에 대한 민주노총의 이견과 반대는 사회적 대화기구 바깥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들로도 무력화시키려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시기의 사회적 대화기구의 경험들은 이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단 성사된 사회적 대화는 논의에 부쳐진 의제들을 정부로 하여금 언제든 관철시킬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또한 일자리위원회에서 용인되었던 것처럼, 조직노동의 대표성은 약화되고 있다. 양 노총의 추천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는 하지만, 청년, 여성, 비정규직의 별도 대표성이 인정되었다. 조직노동이 노사정의 노 모두를 대표하지 못하고 노의 일부일 수밖에 없음이 용인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민주노총이 홀로 뛰쳐나간다고 한들 이 사회적 대화기구 안팎의 포위망 속에 갇힌 꼴이 되어버릴 것이다.


문제는 대중투쟁!


노동의 요구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의 경로를 제시하여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그간 보여준 행태에 대한 명확한 분석, 그에 근거한 향후 노동정책의 전개 향방, 그에 따른 민주노총의 대응 방식으로서의 투쟁과 교섭 등일 것이다. 그러나 최임 개악을 비롯해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노동정책의 양태는 노동의 요구 실현을 위한 상대로서의 정부의 입장을 가늠하게 해준다. 정부의 이와 다른 행태와 입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득력있는 논거가 제시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이 향후에는 이와 달라질 것이라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출구전략이나 양보교섭, 무조건적인 대화 참여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김명환 집행부에서 주장하듯이,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고, 이는 일정하게 사회적 대화를 포함하여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의 유연한 접근을 함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촛불항쟁 이후 개혁 실현의 외형적 담지자로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기대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김명환 집행부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곧 사회적 대화, 경사노위 참여 자체를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이 승인한 것은, 그리고 기대한 것은 그간 억눌려 왔던 노동의 요구의 실현이며, 이를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이다. 즉 노동의 요구 실현 가능성이야말로 사회적 대화를 비롯한 ‘유연한 접근’의 전제 조건인 것이다. 김명환 집행부의 주장처럼, 사회적 대화 논의가 너무 정치화되어 있고 너무 정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집행부에게 사회적 대화가 너무 물신화되어 있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 참여 논의는 중단되어야 한다. 정책대대의 경사노위 참여 심의는 보류되어야 한다. 정부의 입장과 정책 향배가 확인되지 않은 채 경사노위 참여를 논의할 수 없다. 현 단계에서의 경사노위 논의 자체가, 최임 개악 저지를 위해 사상 최대의 6월 집회를 성사시켰던, 총파업까지 선언했던 민주노총의 위상을 축소시키고 정부의 입지를 강화해줄 뿐인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합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의 틀이 정부와 자본의 친자본 반노동 정책 추진을 정당화해준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압도적 지지를 통해 당선되었으니만큼 해볼 테면 해보고, 평가받으면 된다는 것 역시 책임있는 태도는 아니다. 그 어떤 집행부도 운동의 후퇴와 현장의 질곡을 책임질 수 없는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그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정치권의 대응 향배와는 별개로, 적폐청산과 노동권 보장은 촛불항쟁이 부여한 정세적 과제이며 기회다. 결국 문제는 대중투쟁이다. 소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촛불항쟁의 요구 미루기와 알리바이 만들기에 급급한 문재인 정권에 완충장치를 제공해줄 것인지, 그리고 공허한 문재인 대통령 치적 만들기에 동원될 것인지, 아니면 대중투쟁을 통해 적폐청산, 노동권 보장에 있어서 계기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결의의 조직화가 필요한 때다.


보론


이미 우리는 지난 시기의 경험을 통해 정권과 자본이 강요하는 사회적 대화, 사회적 합의의 본질과 그 폐해를 뼈저리게 겪어왔다. 1998년 정리해고제와 파견노동 도입이 그러했고, 2006년 비정규법 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 야합이 그러했다. 민주정부라는 기대가 만발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하였다. 사회적 대화틀이 구성되고 논의가 이루어졌고, 민주노총의 합의 수용 여부는 관건이 아니었다. 2009년 역시 민주노총이 초기 참여했지만 논의가 진행되면서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는 한국노총과 함께 복수노조, 전임자임금 문제 야합을 강행했다. 2018년은 다를 것인가?


우리는 2018년 벽두부터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을 목도한 바 있다. 역시 민주노총 패씽이 있었고, 민주노총은 완전한 개악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궤변으로 스스로를 기만했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개악. 산입범위 개악은 물론, 박근혜 정부도 밀어붙이지 못했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금지의 벽도 뒤흔들었다. 역시 노동은 배제되었다. 심지어는 노사정 논의틀에서 다루게 해달라는 애원(?)조차 간단히 무시되었다. 자본의 이익 보전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노사정 논의쯤은 거부해도 그만인, 자신의 공약쯤은 안지켜도 그만인 정부와, 그리고 그 정부가 이익을 지켜주고 싶어 안달인 자본과 함께, 또다시 노사정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넘어 법적 실체를 갖는 경사노위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경사노위의 노사정 중 ‘노’도 온전히 대표하지 못하는 위상으로, ‘교섭’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근기법 개악도, 최임법 개악도 노동을 배제한 채 밀어붙였던 정부에게, 촛불의 과제이자 자신의 공약으로서의 실질적 노동개혁은 노사정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편리한 완충장치를 제공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근기법, 최임법 개악에 이어 지난 9월 초 소위 공공병원 노사정TF를 통해 의견 일치(?)를 봤다는 공공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은, 향후 노사정 대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저임금 고착화와 임금 삭감이라고 하는, 임금유연화의 물꼬를 터준 이번 합의야말로, 문재인 정권이 의도하는 노사정 대화의 모델이 될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미 유연안정성 관철이 노사정 협의, 사회적 대화의 목적임을 드러냈던 문재인 정권에게 노동은 무엇을 내줄 것인가?


[첨부]

1. 사회적 대화 관련 경과

2.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비판



첨부 1. 사회적 대화 관련 경과


지난 시기 노사정 논의 현황

1998년 2월 노사정위원회 합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정리해고제 도입, 파견제 수용 등

민주노총 배석범 직대 체제 불신임

1998년 6월 민주노총(이갑용 집행부) 대대, 노사정위원회 전술적 활용 결정

1998년 12월 민주노총, 교원노조 법제화 등 합의 불이행, 정리해고 중심 구조조정 강행 등으로 노사정위원회 불참 선언

1999년 2월 민주노총 대대, 노사정위원회 탈퇴 결의

2004년 9월 노무현 정부, 비정규 관련 법 개악 입장 발표

2004년 9월 10일 민주노총(이수호 집행부) 대대,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 철회 없이는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 선언’

2005년 2월 1일 민주노총 대대, 사회적 교섭 참여의 건 관련 조합원 단상 점거 및 정족수 미달로 대대 유회

2005년 3월 민주노총 중집, 위원장 직권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국회 환노위 내 노사정대표자간담회) 참여 결정

2005년 6월 노사정대표자회의 노동계 탈퇴: 비정규 개악안 관련 수정안 논의 좌초

2005년 10월 이수호 집행부 사퇴

2005년 11월 국회 환노위 노사정협상 재개(민주노총 전재환 비대위 체제)

2006년 2월 노무현 정부, 노사관계로드맵 입법화 천명: 복수노조, 전임자임금 문제 등

2006년 9월 민주노총(조준호 집행부)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

2006년 9월 11일 민주노총 궐석 상태에서 한국노총만 참여한 노사관계로드맵 노사정 야합

2006년 12월 노사관계로드맵, 비정규법 악법 국회 통과

2009년 10월 노사정대표자회의(국회 환노위 내) 민주노총(임성규 집행부) 참여: 복수노조, 전임자임금 문제

2009년 12월 4일 노사정대표자회의 논의 결렬 후 한국노총/경총/노동부간 야합(복수노조 시행 2년6월 유예, 전임자 임금 타임오프제), 이후 추미애 중재안 통과


2018년

1월 11일 노사정위원장, 노사정대표자회의 제안

1월 19일 민주노총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면담: 사회적 대화 및 산별/노정교섭 등 요구

1월 26일 민주노총 중집,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결정

1-1. 사회적 합의기구를 위한 논의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 논의임

1-2. 실질적 중앙 정례 노정협의, 실질적 산업·지역별 정례 노정협의, 초기업교섭(산별교섭) 등의 활성화를 통한 노사정 협의수준의 실질적 향상을 병행함

1-3. 노동시간단축 ‧ 최저임금 관련 개악이 일방 강행될 경우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재논의함

1월 31일 1차 노사정대표자회의

2월 6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회적 대화를 포함한 산별교섭 및 협의, 업종별 교섭 및 협의, 노정교섭 및 협의, 지역별 교섭 및 협의, 기업단위 경영참가 등 중층적 교섭 추진․전개’ 방침

2월 28일, 국회 본회의, 노동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 30인 미만 사업장 특별연장노동시간 적용, 휴일중복할증수당 폐지, 탄력근로시간제 관련 부칙조항 삽입, 노동시간 특례 5개 업종 존치, 1주 7일 명시 및 주 52시간 노동시간 적용과 관공서 공휴일 민간부문 도입(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2월 28일, 민주노총 중집, ‘근로기준법 개정 관련, 일부 개악이 있고 부실한 한계가 포함돼 있으나 전체 법안을 개악으로 볼 수는 없으며 불충분하다고 평가함’

4월 3일 2차 노사정대표자회의

-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새 기구 명칭으로

- 노사중심성을 기반으로 하되, 청년, 여성, 비정규직 및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참여주체 확대

- 3개 의제별 위원회(4차 산업혁명, 산업안전, 사회안전망) 구성, 노동기본권은 추후 논의

4월 19일 민주노총 중집,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 개입전략’ 확정

4월 23일 3차 노사정대표자회의: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

- 명칭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구성은 노동자대표 5명(한국노총, 민주노총,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사용자대표 5명(경총, 대한상의,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 정부대표 2명(기획재정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사회적 대화기구 대표 2명(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상임위원), 공익대표 4명 등 총 18명

- 비정규직위원회,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등 우선 설치

- 상무위는 운영위로 명칭 변경하고 노사정 위원으로만 구성

- 지역별 대화체제 활성화 지원

- 의제별 위원회(디지털 경제와 노동의 미래, 산업안전, 사회안전망 개선, 노사관계발전법제도관행개선위)

- 업종별 위원회(해운‧버스운송‧금융‧공공‧자동차‧조선‧민간서비스‧보건의료‧건설‧전자‧제조 등)

-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역할을 모색한다.

5월 17일 민주노총 중집, 노사정대표자회의 관련 대응 기조

- 의제별 위원회 참여

- 업종별 위원회 추가 제안 추진

- 특별위원회로 구조조정, 공공비정규직정규직전환 등 추진

5월 22일 민주노총, 최임법 개악에 대해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 공표

5월 28일 국회 본회의, 최임법 개정: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 훼손 등

6월 1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공포

7월 9일 민주노총 산별대표자회의, 7.2~5. 청와대 협의, 7.3. 문재인 대통령 면담 등 보고: 노정협의 결렬, 최임법 개악 원상회복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명확히 하도록 하여야 함, 사회적 대화 재개는 의결단위 논의 필요함 등

8월 16일 민주노총 중집,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와 함께 정부에 신뢰회복 조치를 위한 노-정 교섭을 병행 추진하기로 함.

9월 10일 공공병원 노사정TF, 공공병원의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 노사정 합의

9월 28일 민주노총 중집, 임시(정책)대대 의결안건 관련 경사노위 참여 건에 대해 자료 불충분, 시기적 적절성 문제제기로 인해 위원장 직권으로 안건 상정 공고하기로 함. 안건 내용은 임시 중집을 통해 심의하기로 함.

10월 2일 민주노총, 10,17-18. 임시(정책대대) 의결안건1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건’ 공고



첨부 2. 문재인 정부 주요 노동정책 내용과 평가

- 2018.8.18. 변혁당 정치캠프 자료 (이승철,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평가와 민주노조의 길” 중 발췌)


1. 주요 노동정책 평가


1) 노동적폐 청산


- 노동적폐 청산 작업은 이전 정부인 박근혜의 흔적을 일부 지우는 데에서 그쳤을 뿐, 근본적인 노동기본권 보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단체협약 시정지도 지침 등 광범위한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러나 상징성은 양대지침보다 약한) 잘못된 노동행정에 대한 개선은 불발됐으며 △삼성그룹-유성기업 등 대표적인 노조파괴 사업주-대리인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고, △노조활동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 지속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및 노조 불인정 등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 노동적폐 청산에 대한 의지 박약을 드러낸 정점은 전교조 법외노조 유지 입장 발표였다. 청와대는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정부의 직권 취소는 불가함을 공식화하고 있다. 노동부 산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9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방안으로 ‘즉시 직권으로 취소할 것’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조기 삭제하여 해결할 것’을 구체적으로 권고했으나,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은 거부입장을 발표했다.


2) 최저임금


- 최저임금위원회는 새 정부 첫 해인 지난해 2017. 7. 15. 전원회의에서 2018년 적용 최저임금을 7,350원(주 40시간 기준 월급 1,573,77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노총의 1만원 요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최저임금법 시행(198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액(시급 기준 1,060원 인상)이라는 점에서 2015년부터 시작된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1만원’ 요구가 사회적-정책적 정당성 획득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아울러 최저임금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의 전국적 노동쟁점으로,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이 과연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의 역할도 가지고 있었다.


- 그러나 최저임금은 정부정책의 후퇴를 드러내는 대표적 영역으로 변화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기화로 그 후속조치를 빙자해 △제도에 있어서는 국회에서 여야 합동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개악안을 강행했고 △임금수준에 있어서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을 유포한 뒤 대통령의 공약파기 공식화 선언(7월16일)까지 완료한 상태다.


- 문제는 최저임금을 향한 정부와 자본의 공세가 여기에서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반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관철 이후에도 △주휴수당 산입범위 포함 △업종별 차등적용 등을 주장하며 공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3) 공공부문 비정규직 영역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은 2017. 7. 20.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며 본격 시작됐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의 정규직화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정규직화 △정규직 전환 제외자 처우개선 등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정책이었다.


-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표적인 용두사미 정책으로 귀결됐다. 1단계 정규직화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전체 정규직화 대상 42만명 중 고작 16.45%인 6만 9,251명만이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사실상 용역업체로 운영될 우려가 높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도 허용된 상태다. 정규직화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절차와 형식이다. 정부는 정규직화 추진 논의기구를 구성하며 △사용자와 사업장 내 유관 노조(원청노조), 공익위원(노사추천)의 참가를 기본으로 하되 △당사자(비정규직 노조)의 참여는 봉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정부에게 정규직 전환 결정에 대한 면죄부와 동시에 제도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반면 비정규직 당사자는 대규모 정규직 전환 탈락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원칙적 정책요구 이외의 대응을 난감하게 하는 효과를 불러왔으며, 정규직 전환 부진의 책임은 정규직노조에게 돌릴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통해 “노사 교섭을 통한 정규직화 추진은 불가”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히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구멍이 뚫린 ‘자회사 방식을 통한 정규직화’는 민간부문의 간접고용 유지에 숨통을 틔워준 격이 됐다. SK브로드밴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4) 노동시간 영역


- 2018.2.27.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주당 최장 노동시간과 휴일근무 중복할증, 노동시간 특례업종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근기법 개정은 ‘1주일은 7일이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규정을 법으로 확인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5개로 일부 축소-조정하는 대신, △주 52시간 최장노동시간 차별적용(사업장 규모에 따라 2021년 7월까지 순차 적용) △30인 미만 사업장 8시간 특별연장노동 허용 △휴일노동 중복할증 폐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의 개악내용을 담고 있다.


- 이번 근기법 개악의 핵심적인 의미는 법안의 내용보다 정부의 태도 변화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을 통해 ‘주 68시간 최장노동시간을 허용하는 노동부 행정해석(1주는 5일이라는 기괴한 해석)을 폐기할 것’을 수차례에 걸쳐 확인해 왔으며, 당선 이후에도 이와 같은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근기법 개악 과정에서 이와 같은 기존의 행정해석 폐기 입장은 완전히 뒤집히고 법개악으로 귀결됐다. 입법부가 법개악을 완수하자 이번엔 행정부가 나섰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을 올해 말까지 6개월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제도 시행을 앞둔 6월19일 경총이 요구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


- 근기법 개정 과정에서 노동계를 상대로 보인 정부와 국회의 태도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개악입법안과 관련해 민주노총과 단 한차례의 협의도 없이 일방강행 처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사정 사회적 대화 관련 논의는 물론 노정관계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정협의가 진행되는 시기였던 당시에 정부여당이 보인 이와 같은 태도는, 향후 노사-노정간 쟁점이 발생할 경우 과연 정부여당이 민주노조운동을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지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가 된다.


- 법개악 이후에도 장시간 노동 유지를 위한 정부-자본의 공세는 지속되고 있다. 법시행일이었던 7월1일을 전후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특별연장근로 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근로기준법상 특별 연장근로 인가는 자연재해와 사회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으면 근로시간 상한 주 시간 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이 범위를 완화할 경우, 주당 노동시간 상한 제한 자체가 무력화된다.


5) 구조조정


- 한국GM은 2018. 2. 12. 한국정부에 군산공장 5월 폐쇄를 통보하고, 다음 날인 2. 13. 금속노조 한국GM지부 등에 이를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 구조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결국 4.23. △기본급 동결 △상여급 미지급 △연 1천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 절감에 노사가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이에 앞서 STX조선해양은 지회가 무급휴직과 임금 삭감으로 산업은행이 제시한 고정비 40% 감축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제시한 끝에 ‘5년간 무급휴직 6개월씩’을 핵심으로 노사합의했으며. 금호타이어는 지회가 해외매각을 수용하며 일단락됐다.


- 상반기 줄을 이어 몰아쳤던 구조조정 현안에 대한 정부 태도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 금속노조는 군산공장 폐쇄결정 직후 △30만 일자리 유지를 위한 노정교섭 실시 및 총고용 보장 △투명경영-경영정상화-신차개발 등을 통한 한국GM 체질개선 △외투기업 규제대책 마련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일자리 관련 정책 마련 등을 촉구했으나, 이렇다 할 정부 차원의 긍정적 응대나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정부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없이 지원금 투입의 조건으로 대량해고를 시사하는 내용의 한국GM과의 합의를 발표하는가 하면, 경영실태조사 노조참여 등 기초적인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았다. 최소한 구조조정 영역에 있어서는 과거 정부와 단 한 치의 차이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 오히려 악화됐다. 위 구조조정-해외매각 사업장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다. 정부는 노사정위원장을 내세워 금속노조의 의결구조를 무시하고 현장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노사정위원장이 구조조정 완수를 위한 행동대장이 된 셈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노사정위원장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움직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2. 총평: 반복되는 용두사미, 후퇴하는 노동존중사회


- △전교조 법외노조 방조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문재인 정부 초기 추진됐던 대표적 노동정책의 공통점은, 애초 수립했던 정책목표와 방향이 정책실행 과정에서 표류하게 된다는 점이다.


- 특히 이와 같은 후퇴는 단순히 양적 축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책의 본질적인 내용을 상실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 이처럼 개별정책이 도미노처럼 후퇴하는 것은 하나의 경향을 형성한다. 즉 새정부 초기 야심차게 내놓았던 이른바 ‘노동존중사회’가 큰 폭의 후퇴를 넘어 사실상 폐기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여기에 트럼프발 통상압박과 지속적인 저성장 경제 국면, 중국의 내수주도 경제전환 본격화 등의 여건 변화는 문재인 정부가 친자본 위주의 보다 손쉬운 선택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점차 확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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