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사업의 코어는 대학구조조정이다!
대학을 기업의 하청업체로 만드는 코어사업 중단하라
3월 17일, 교육부는 코어사업(인문역량 강화사업)에 참여하는 16개 대학을 발표하였다. 코어 사업은 인문학 발전계획을 제출한 대학들 중 20여개의 대학을 선정하여 각각 5~4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대학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의 위상을 강화하고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인문학을 육성하기 위해 코어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대학의 인문학 연구‧교육 활성화를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코어 사업은 이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코어 사업에는 기초 학문 지원이라는 순수해 보이는 외피 아래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불순한 의도가 그 핵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어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학의 인문학이 ‘산업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데에 있다. 이 말인즉슨 인문계열 학과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의 성격과 내용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인문학을 돈벌이에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으로 대체해버리는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인문학의 발전은 연구자와 학생들이 다른데 정신 팔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여건을 만들어줄 때 가능한 것이지, 코어사업과 같이 산학협력 MOU를 체결하면 가산점을 주고 돈 얼마를 더 쥐어준다고 해서 가능한 게 아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려대는 코어사업의 일환으로 인문대학 정규교과과정에 인턴십을 포함하도록 한다고 한다. 고려대의 사례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인문학’이 대학에 가져올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부터 각 대학에서는 ‘대학구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정원 감축과 단과대‧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코어사업이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반발하자 각 대학에서는 코어사업이 대학 구조조정이 아닌 인문학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코어사업 지원 대상자 선정시 이미 정원 감축을 하였거나 향후 정원 감축 계획을 제출한 대학들은 가산점을 부여한다. 작년에 완료된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대학의 정원 감축을 통해 돈이 안 되는 학과들을 직접적으로 통폐합하는 것이었다면, 코어 사업은 직접적으로 돈이 안 되는 학문인 인문학의 내용과 교육과정을 개편하여 돈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둘은 결국 대학이 취업기관이 되어야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위한 서로 다른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가 대학에 기대하는 대학과 학문의 비판적 역할은 바로 자율성으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대학은 점차 자본의 논리에 침투당하고 있다. 아니, 대학은 이미 자본의 일익이 되어 가고 있다. 코어 사업을 막아내고 대학 구조조정을 저지하는 대학생들의 투쟁은 대학의 역할을 되돌려내는 의미를 지닌다. 현재 각 대학에서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는 대학생들의 분투에 함께하자.
3월 17일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