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5월 광주의 정신은, 자본과 국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에 있다

by 사회변혁노동자당 posted May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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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5·18 광주 민중항쟁 36주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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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의 정신은, 자본과 국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에 있다

- 5·18 광주 민중항쟁 36주년에 부쳐


광주 민중항쟁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공식화되어 국가기념일이 된 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계엄군과 공수부대에 의해 살해당한 투사들과 시민들이 아무렇게나 매장되었던 망월동 묘역은 말끔한 신묘역으로 단장했고, 금남로와 전남도청 등 1980년 5월 민중의 피로 물들었던 항전의 공간은 이제 기념의 장소가 되었다. 5월이 되면 정치인들은 앞다퉈 광주를 찾아 망월동 묘지에 참배했고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의 공식 지정은 얄궂게도 1997년이다. 정리해고와 파견제를 전격 도입하는 노동법 개악에 맞서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인 해였고, IMF 위기로 수많은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쫓기게 된 해였다. 5·18은 ‘공식 기념일’로 점점 박제되었고, 항쟁의 정신을 현실에서 투쟁으로 이어가는 노동자 민중에 대한 탄압은 ‘민주정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말끔하게 조성된 망월동 신묘역 뒤편에 자리한 구묘역에는 노동 열사들의 무덤이 하나둘 생겨났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산화한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열사, ‘특수고용’의 굴레 속에 비정규직과 해고에 저항하며 자결한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 부당해고와 노동탄압에 맞서 목숨을 끊은 신성여객 진기승 열사... 2000년대 이후에도 정권과 자본에 맞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5년 전 오늘인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은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외치며 심야노동 철폐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행, 조합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와 징계해고, 어용노조를 앞세운 현장에서의 차별과 괴롭힘 등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온갖 만행을 저질렀고, 그 뒤에는 유성기업의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지시가 있었다.

결국, 2016년 3월 17일 한광호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경찰들은 영정을 짓밟고 분향소를 침탈했으며, 침낭까지 빼앗는 등 갖은 탄압을 가했고, 현대차가 양재동 본사에 배치한 용역깡패들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온갖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5월 18일 오늘, 또 한 명의 유성기업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고 김기종 조합원은 심야노동과 산업재해로 인한 육체적 고통, 직장폐쇄와 노조파괴로 인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어제부터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던 유성기업 노동자 27명이 오늘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었다. 민중항쟁의 영령들을 추모하는 5월 18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자본과 국가의 탄압 속에서 또 한 명의 동료 노동자를 떠나보냈다.


36년 전, 광주 시민들은 신군부의 공수부대가 진격해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청을 지키며 죽음의 공포와 맞섰다. 그리고 오늘, 노동자들은 동료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거대자본의 폭력에 맨몸으로 맞서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검은 정장을 입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에 있지 않다. 5월 광주의 정신은, 국가와 자본의 무차별적 폭력이라는 거대한 불의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있고, 그에 대한 연대에 있다.


2016년 5월 18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