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가와 지방정부의 이윤논리가 또 한 번의 참변을 낳았다

by 사회변혁노동자당 posted May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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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구의역 청년노동자 사망사고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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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지방정부의 이윤논리가 또 한 번의 참변을 낳았다
- 구의역 청년노동자 사망사고에 부쳐


국가와 지방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19세 노동자가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2015년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 중 일어난 사망사고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사고가 재발했다. 최근 4년 새 일어난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3건이 전부 외주업체 노동자였다. 이번 사고로 숨진 청년노동자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서울메트로는 경정비업무를 외주화했고, 담당 업체를 최저가 입찰로 정해왔다. 안전 업무를 가장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메트로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관철되어온 구조조정의 방식이었다.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를 자의적으로 구분하고, 이른바 ‘비핵심업무’를 외주화한다. 점점 더 많은 부문이 ‘비핵심업무’로 분류되고, 기존에 정규직이 일하던 공간은 온통 비정규직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외주화된 부분의 관리는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낸 인력업체가 맡는다. 원청은 이렇게 전체 비용을 줄이고, 하청업체는 인건비를 착취한다. 


이른바 ‘사람장사’, 곧 인건비 중간착취로 연명하는 하청업체에 안전업무를 위한 기술과 자원이 있을 리 만무하며, 또한 적정인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한 개 업체가 서울메트로 98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수리를 맡았고, 일 평균 고장 신고도 30여 건을 웃돌았다. 고인이 속해있던 하청업체에서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A조(07시30분~16시30분) 8명, B조(13시~22시) 6명에 불과했다. 이 역에서 저 역으로 옮겨 다니며 끼니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기에, 사망한 노동자의 가방 속에는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2015년 강남역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가 수립한 ‘특별안전대책’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열차 진입 등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인 1조 편성을 내놓았지만, 정비업무 자체가 외주화된 상황에서 이런 수칙이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했다.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서울메트로는 빈발하는 스크린도어 사고의 대책으로 ‘외주업체의 자회사 전환’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서울메트로의 대책은 노동자들의 간접고용을 현행유지하겠다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업무지시와 감독에 있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서울메트로가 안전업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한, 위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복할 뿐이고 언젠가 더욱 큰 형태로 터져 나올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발생한 3건의 사망사고는 전부 지하철 2호선에서 일어났다. 반면, 정비업무를 정규직으로 고용한 서울도시철도(5·6·7·8 호선)에서는 같은 기간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5678 서울 도시철도’는 안전 문제가 없는가? 아니다. 서울메트로가 비용절감 논리로 경정비 업무를 외주화하고 같은 맥락에 따라 위험천만한 1인 승무제를 시범도입한 것이 2008년이다. 노동조합의 반대가 없었다면 전면도입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는 개통 당시인 1995년부터 1인 승무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터널 속의 어둠뿐인 기관사들에게 2인 승무는 지속가능한 노동과 대중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정비업무를 외주화한 서울메트로에서 정비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개통 이후 1인 승무제를 시행해온 도시철도에서 기관사들의 공황장애와 자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윤 논리가 지하철 노동자와 시민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고 있다.  


죽음을 낳는 이윤 논리에 저항해야 한다. 2014년부터 개정 시행된 도시철도법은 전동차의 내구연한 규정을 아예 삭제했고, 정비인력을 감축하는 한편 전동차 검수주기마저 늘렸다(경정비 2개월에서 3개월로, 중정비 4년에서 6년으로 연장). 서울지하철노조는 인력 충원을 지속해서 요구해왔지만, 서울메트로 사측은 비용절감을 앞세워 노조의 요구를 묵살해왔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에도, 2014년 세월호 참사에도, 국가는 여전히 자본의 효율성 논리를 흉내 내고 있다. 이 논리는 대중교통은 물론 치안 및 소방업무까지 모든 영역에 관철되고 있다. 죽음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 국가와 지방정부, 서울메트로는 참사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다음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모든 외주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고 안전업무 규제완화를 철회하라!
서울메트로 1인 승무제 도입시도를 철회하고 서울도시철도를 2인 승무제로 전환하라!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모든 경비감축, 민영화 시도를 중단하라!



2016년 5월 31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