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진해운 사태, ‘물류대란 정상화’ 요구에 노동자 살리기는 없다

by 사회변혁노동자당 posted Sep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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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또 하나의 절망 공기업이 아닌, 노동자 민중 통제하의 국유화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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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 ‘물류대란 정상화’ 요구에 노동자 살리기는 없다 
- 또 하나의 절망 공기업이 아닌, 노동자 민중 통제하의 국유화가 대안이다  
 

8월 31일, ‘누가 돈을 내서 부실을 책임질 것이냐’를 두고 수개월 책임공방 끝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는 책임을 회피하다 급기야 막대한 피해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9월 6일에야 일부 책임을 지는 흉내를 냈다. 이마저도 그간 얻어간 이윤 일부를 갚는 것에 불과하다. 조 단위의 유동성이 필요한 한진해운에 사재 400억을 포함 고작 1천 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양호는 한국 재벌들과는 다른 별종이 아니며, 노동자 민중에게 돌아갈 피해를 책임지고자 한 것도 아니다. 그저 물류업이라는 특성상, 다른 국내외 대기업과 정부의 압박으로 책임의 극히 일부를 부담하게 된 것뿐이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으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물류업, 특히 해운업은 사실상 전체 기업을 위한 용역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항진해운은 일종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간산업이다. 한진해운이 빠르고 정확하게 화물을 운송해주지 않으면 기업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본다. 따라서, 정부와 총자본이야말로 한진해운의 빠른 ‘정상화’를 원한다. 설령 그것이 ‘누가 재정적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다툼으로 늦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적 개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런 이유다. 조선일보도, 한겨레도, 문재인도 한목소리로 이를 주장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물류서비스를 재개하라!’ 자본가들, 특히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 경쟁에 국가가 개입하면 망한다’고 야단을 떨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모든 자본과 언론은 입을 모아 ‘정부가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야기하는 공적개입과 국유화는 진보적 조치가 아니다. 지금의 철도나 발전부문처럼 기업의 이윤을 위해 국가가 돈을 대고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물류대란을 초래해 수출기업에 타격을 입히고 대외신인도를 추락시켰다’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결코 진보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전체 자본의 입장에 선 주장일 뿐이다. 여기에 세계적 경쟁으로부터 ‘한국 해운업 살리기’, ‘부산항 살리기’ 등 산업을 살리자는 자본가들의 주장에 노동자가 휘둘리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역시 한진해운 사태에 개입해 어설프게나마 관련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다. 실상 대주주건 소액주주건, 주주는 자신이 소유한 주식에 대해서만 법적 책임을 진다. 그것이 자본주의고, 주식회사다. 책임을 피하고 도망간 대주주, 조양호를 붙잡아 재정책임의 일부를 지운 것은 사실 법적으로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조양호의 사재출연은, 한진해운에 대한 처리가 이미 시장원리를 넘어서고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물을 수 있다 ― 기업의 경영을 자본가들만 해야하는가가? 그 목적은 오직 이윤창출에 있어야만 하는가? 박근혜 정권이 한진해운에 개입할 수 있다면, 노동자 현장위원회나 민중이 그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가? 사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필요를 위해 기업의 경영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국유화는 필요하다. 적어도 현재, 국유화라는 길 외에는 없다. 그러나 어떤 국유화인지, 누구를 위한 국유화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는 판매창구 봉쇄에 대한 자본가들의 난동을 달래고자, ‘한국경제 중추신경 마비’를 피하고자 한진해운을 국유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서울지하철, 또 다른 대우조선과 마찬가지로, 겉은 ‘국가소유’지만 실은 자본 이윤논리가 판치는 노동자 절망기업을 양산하기 위해 국유화를 주장함이 아니다.   
 
조선·해운업을 시작으로, 기업구조조정은 산업 전반에서 진행될 것이다. 바로 지금, 한진해운 노동자들을 생각한다. 또한, 법정관리와 분할매각, 폐업과 청산으로 고통받을 무수한 노동자를 생각한다. ‘한국경제 정상화’와 ‘업종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 대상업종 노동자들에게 다른 모든 대안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는 현실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국유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자 민중의 통제 하에서, 오직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본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자본에 지우기 위한 국유화를 주장한다.  
 
기업구조조정은 자본의 원리와 노동자 민중의 원리가 충돌하는 대결의 장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위기는 자본의 실패, 이윤을 위한 생산의 실패다. 생산의 목적을 사회적 필요충족으로, 그 주체를 노동자 민중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한진해운 노동자들과 항만 노동자들은 물론, 전체 노동자 민중을 위한 길이다.  
 

2016년 9월 9일 
사회변혁노동자당


http://rp.jinbo.net/statement/27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