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공공부문 파업, 민주당을 믿고 무장해제할 수는 없다

by 사회변혁노동자당 posted Oct 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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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공공운수노조 지도부의 파업중재안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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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파업, 민주당을 믿고 무장해제할 수는 없다

- 공공운수노조 지도부의 파업중재안에 부쳐


오늘 오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등 파업지도부가 민주당을 방문해 중재요청안을 냈다. 중재안은 다음과 같다.


1)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 교섭을 통한 합의사항임을 인정하고 2017년 시행하려는 성과연봉제 정책을 유보한다.

2) 공공기관 노조는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총파업을 중단한다.

3)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 내 노정 당사자를 포함한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2017년 3월 말까지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 개혁과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이 중재안은 세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은 파업철회의 조건으로 성과연봉제 시행 유보를 제시했다. 그러나 시행 유보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도입시기만 약간 늦춘 채 파업을 종료시킬 뿐이다. 1996-97년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 때 당시 야당이었던 지금의 민주당은 정리해고와 파견제 시행 유보를 조건으로 타협을 제시했다. 그러나 총파업이 끝나고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정리해고와 파견제를 그대로 도입했고 지금까지 노동자들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었다. 성과연봉제는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하여 지난 20년간 역대 정부가 끈질기게 추진한 전략적 정책이다. 시행 유보를 조건으로 파업을 철회한다면 언제라도 정부는 재추진할 수 있다. 이번 추진과정에서 드러났듯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불법도 불사한다. 파업까지 끝난다면 더 거리낄 게 없다.


둘째, 중재안은 성과연봉제 폐기가 아니라 노사교섭과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여러 공공기관에서 전례없는 동시 총파업이 일어난 것은 노사교섭 차원에서 해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다시 노사교섭으로 돌리면 정부는 사업장별 각개격파를 노릴 게 뻔하다. 그동안 각 기관들은 교섭과정에서 성과연봉제가 정부 방침이라며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 등 서울시 지방공기업은 성과연봉제가 노사합의 사안이라는 점을 확인하며 파업을 중단했지만, 사측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행정자치부도 성과연봉제 미도입시 패널티를 주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총파업이 끝나고 노사 교섭으로 돌아가면 작년 임금피크제처럼 각개격파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셋째, 국회 내 논의기구는 성과연봉제를 막아낼 아무 힘도 가질 수 없다. 오늘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성과연봉제 자체가 아니라 일방적 도입과정만을 주로 문제삼았다.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걸기보다는 일단 대화테이블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미 언론은 노동조합이 성과연봉제 전면 폐기 요구에서 한 발 물러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성과연봉제는 그대로 둔 채 어떤 약속도 하지 못하는 대화기구만 열어놓고 파업을 중단하는 꼴이 된다. 2013년 철도 파업을 중단하며 국회 소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수서발 KTX 분할은 그대로 추진했던 것을 기억하자. 어제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은 국회 논의기구가 만들어지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사회적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등 성과연봉제 강행을 고수했다. 그런데 기재부장관이 국회 논의기구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은 갑자기 대화의사가 생긴 게 아니라, 이 기구에서 아무리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성과연봉제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중재안은 파업 전부터 민주당에서 제시한 방안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정부는 시행을 유보하고,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노동개악 양대지침을 앞세워 노동법,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모두 무시하며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할 수는 없다. 멀리는 정리해고와 파견제부터 가깝게는 세월호 특별법까지, 민주당과 야당에 의지했다가 쓰디쓴 배신을 맛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가 두려워하는 것은 국회도, 법도 아니며 오직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이다. 다음주에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가세하며 철도파업과 함께 물류를 멈추는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재가 아니라 파업의 강화다. 힘과 힘의 대결에서 스스로 물러선다면 남는 것은 상대의 역공 뿐이다.



2016년 10월 6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