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업팀 브리핑] '더러운 잠' 논쟁, 여성을 정치적 도구화하지 말라

by 사회변혁노동자당 posted Jan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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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사업팀 브리핑] '더러운 잠' 논쟁, 여성을 정치적 도구화하지 말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전시회 '곧 바이전'에 전시되었던 박근혜 누드풍자화 '더러운 잠'에 대한 여혐논쟁이 뜨겁다.

약자성을 수단으로 차용하는 풍자
정치권력에 대한 풍자가 그 해학적인 요소로 비판을 유쾌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풍자는 정치권력에 대한 민초들의 조롱이고 무기였으며 통쾌한 사이다였다. 풍자가 차용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며, 이번 사태에서 언급된 일부 정치인들의 바람처럼 풍자가 굳이 품위나 품격, 절제를 갖출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경계해야 할 것은 풍자가 사용하는 유머의 코드가 사회적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혐오, 또는 그들의 약자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의도와 무관하다 해도 표현의 소재로 차용된 수단이 특정 성별, 지역, 국적, 학력, 장애,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 대한 조롱과 멸시를 담고 있다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권력자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 역시 모멸감과 상처를 함께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작품은 박근혜의 "여성성"을 수단으로 삼아 조롱했고, 이 수단은 많은 여성에게 수치심과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표창원이 보이는 중립성의 허구
퇴진 정국에서 이미 수차례 박근혜의 "여성성"을 호출하는 방식의 비판이 "여성혐오"로 치열하게 문제 제기 되어왔다. 박근혜 비판의 핵심에 부패와 무능. 불통이 있었음을 박근혜의 여성성 호출 없이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창작물이 박근혜를 여성으로 조롱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광장의 문제 제기에 정치권은 무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표창원은 미리 작품을 접하고도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국회라는 상징적 공간에 해당 작품이 전시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이 풍자의 수단을 여성들이 느낄 불편함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여성혐오적 창작물에 대한 대중의 정서와 반응, 여성들의 상처에 둔감했다. 민주당이 빠르게 징계위를 구성해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번 국면에서 자칫 문재인이나 민주당의 지지감소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유독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여성관객의 불편함을 고려하지 않은 예술가와 해당 작품을 국회라는 공적 공간에 올려놓은 소수자 감수성 따윈 없는 민주당 의원에 의해 촉발된 논쟁은, 여성인권에는 털끝만큼도 관심 없으면서 여성인권을 내세워 또 다른 여성혐오의 가해자로 등장한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으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살리기에 나선 새누리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의 저열함은 새누리당 전국여성의원협의회가 표창원 비판 기자회견장에 등장시킨 피켓문구 "표창원 니 마누라도 벗겨주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표창원 당사자도 아닌 배우자에 대한 혐오와 모욕으로 되갚는 행위는 여성배우자를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보수진영의 더욱 뿌리 깊은 여성혐오에 기반하고 있다. 
여성단체에서 촉발한 박근혜 풍자화 '더러운잠' 논쟁은 이제 보수진영에서 정국을 역전시킬 묘수로 떠오르고 있는 듯하다. 보수진영은 여성단체의 여성혐오 논리에 숟가락을 얹으며, 여성인권을 위한 투사라도 된 양 표창원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논쟁은 표현의 자유 대 여성의 성희롱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형성하면서 왜곡된 정치지형을 형성해가는 듯하다.

표현의 자유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이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할 소중한 권리이다.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권력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역으로 보여준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해당 작품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할 비판의 자유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이는 국가 차원의 검열과 통제와는 다르다. 이는 공동체 내에서의 활발한 논쟁과 평가를 통해 의미가 재규정되는 것이며, 해당 작품을 훼손하거나 강제로 철거할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품을 훼손하고 전방위적 비난을 쏟아붓는 보수세력은 이번 논쟁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연일 외쳐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아 여성과 장애인, 특히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정당화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의 약자성을 소비하지 않는 방식의 풍자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대한 감수성을 공유해나가자. 박근혜 누드풍자화에 불편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예민하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해당 논쟁에서 파생된 다양한 시선들에 귀 기울이고 고민하자. 이 과정을 통해 사회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촌철살인의 풍자로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모두 함께 향유해갔으면 한다. 


2017년 1월 26일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