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위 성명] 일상이 N번방이었다

by 사회변혁노동자당 posted Apr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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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조주빈은 악마고 N번방은 끔찍하지만 성차별은 없다는 남성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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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위원회 성명] 일상이 N번방이었다
-조주빈은 악마고 N번방은 끔찍하지만 성차별은 없다는 남성들에게-

   뉴스에서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를 악마나 괴물로 규정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가 아닌 남성들은 자신과 철저히 분리하며 분노한다. 텔레그램 성착취방 가입자는 황급히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자신의 행위를 변명할 방법을 찾는다. 반면 여성들은 불안하다. 내 주변에 있지 않을까 텔레그램에 가입해서 이름을 찾아본다. 관련 기억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된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감정에 휩싸인다. 

◆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전례 없이’ 잔혹한 사건이 아니다
   그들을 악마로 규정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만 도려내면 여성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해진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성범죄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며, 이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여성이 얼마나 심각한 성폭력을 당해오고 있었는지.’일 뿐이다. N번방 사건을 보고 “세상에 이런 일이”만 연신 내뱉고 있다면 집중하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수많은 일상적 성폭력 중 끔찍한 사건들의 모음집일 뿐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불법촬영,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성폭력, 위력에 의한 성폭력 등과 관련이 깊다. 텔레그램 성착취방에 공유된 불법촬영물은 공유 공간만 텔레그램이었을 뿐,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불법촬영들과 다를 바 없으며,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이루어지는 지인에 대한 성폭력은 ‘지인능욕방’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유사하다. 성인의 아동에 대한 성폭력, 스승의 제자에 대한 성폭력, 상사의 부하에 대한 성폭력과 같은 수많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어떻게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조종했는지 가늠하게 한다. 이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들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성차별적 구조가 있기에 텔레그램 성착취도 있다
   일상적인 성폭력 사건들은 일상의 성차별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한국사회의 남성들에게 음란물의 존재란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며, 성 착취물을 이른바 ‘야동’으로 소비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것을 유쾌하게 여기는 남성문화가 존재한다. 성 착취물이 아니더라도 음란물에서 여성은 남성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취급되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들 또한 성적 호기심과 욕구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 시켜왔기 때문에,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대하는 성차별적 구조는 이번 사건의 중요한 원인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일상과 연결 지을 용기, 직면할 용기, 싸울 용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이례적 사건으로 규정하며 일상과 분리하려는 시도는 즉시 중단되어야한다. 이 사건의 자양분이 일상의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직면하자. 괴물이나 악마의 악행이라며 외면하지 말고 나와 연결된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자. 문제의 진상과 마주할 때, 그제야 우리는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함께 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0.04.03.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