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근로기준법 개정없는 가사노동자법은 전체 가사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다

by 사회변혁노동자당 posted Mar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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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개정없는 가사노동자법은 전체 가사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다   

 

국회 안팎으로 가사노동자법 논쟁이 뜨겁다. 21대 국회에 정부안과 정의당 강은미의원안, 민주당 이수진안에 최근 국민의힘 임이자의원안까지 4개안이 발의되어있고, 정부여당은 3월내 통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70년간 근로기준법예외조항 때문에 노동법적용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가사노동자들에 대해 더 이상 무권리상태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고 이끌어낸 것은 가사노동자단체의 투쟁의 힘이었다. 호출형 노동자라는 이유로 근로시간을 특정하기 어렵다,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가정이라는 공간이 사적영역이라는 이유로 엄연히 존재하는 40만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어떠한 노동법적 보호조차 받을수 없는 사각지대에 머무르게 만든 건 남성중심의 법체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었다.

 

 

 

정부의 가사노동자법 제정 방향이 우려스럽다.

 

가사노동자의 노동법적용 문제가 본격적 법제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 반가우면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가사노동자법의 제정방향은 여러 면에서 우려스럽다. 이번 정부안에서 전제하고 있는 ‘인증받은 기관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라는 노동법 적용범주는 미인증기관의 노동자, 그리고 이용자와 직접계약 맺는 노동자의 노동권을 배제, 음성화 은폐할 우려가 있다. 가사사비스 제공기관의 근로계약체결 및 인증을 유인하는 효과 역시 미미한 가운데, 동일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고용기관에 따라 노동법적 규정의 대상이 되거나 배제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현행법상으로도 가사서비스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는 사실 이 법에 따른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당연히 근로기준법 제규정을 차등없이 적용받아야 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안에 따르면 업체와 정당한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마저 해당 법에 의해 근로기준법의 일부 적용을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가 수행하는 노동이 가사노동이라는 이유로 다른 노동자들보다 더 낮은 노동조건을 감내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현재 쟁점논의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고 평가되는 주15시간이상 최소노동시간규정 조차  정부안에서는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판단도 모호한 예외규정을 둠으로써, 최소노동시간규정이 가질수 있는 의미조차 희석시키고 있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게는 유급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과, 산정기준을 실 근로시간으로 제한해 노동시간으로 간주되는 대기시간이나 이동시간 등을 제외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가사서비스산업 활성화 요구에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저울질하지 말라.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법적용 논의 이면에는 홈스토리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처럼 가사서비스 수요 증가에 발맞춰 가사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요구하는 플랫폼사업자의 요구가 맞물려있다. 사회서비스 시장화전략과 대형플랫폼업체의 이해관계 속에 가사노동시장을 공식화하면서 가사노동자권리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지형은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인증된 제공기관이라 하더라도 역시 전형적인 간접고용으로서 중간착취의 우려는 여전하다. 가사노동자의 노동을 노무제공의 중개로 개념화하면서, 파견 용역의 중개를 확산하고 제도화해 불안정노동의 은폐를 확산할 것이 우려된다.

 

12일 국회공청회를 통해 재계의 반대 이유가 확인되었다. “가사근로자들에게 노조법이 적용될 경우 직·간접적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쟁의행위시 가사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하거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 황당한 건 정부의 답변이다. "가사근로자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존의 직업소개 방식으로 이뤄지는 시장이 적어도 절반 정도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사노동자법 제정 후에도 기존의 비공식적 시장은 계속 남아있다는 것, 결국 절반정도의 가사노동자들은 여전히도 무권리상태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근로기준법 ‘가사사용인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가사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보장해야한다는 의견부터 가사노동자의 단체행동과 비용상승을 우려하는 재계와 보수세력의 목소리까지, 가사노동자의 노동법적용을 둘러싼 지형은 복잡하다. 여성노동을 계속 비공식영역에 묶어두고 여성노동자의 무권리상태를 이용해 싼값에 활용하려는 이들과, 가사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이 이윤율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는 자본의 시스템은 견고하다. 이에 맞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노동의 권리를 쟁취하는 싸움에 함께 힘을 모아야할 때다.

 

정부의 가사노동자법은 기만이다. 근로기준법의 ‘가사사용인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가사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동일한 노동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근기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근기법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발생하게 되는 모순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부와 국회는 변화하는 고용구조속에서 보편적 노동권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노동법 재편방향을 세워나가야한다. 무권리상태를 이제는 끝내야한다는 가사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정부와 국회는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

 

2021.3.22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