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범죄를 장애인혐오로 덮으려는 '정신장애인 강제행정입원 강화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은, 명백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낳은 사건이다. 바로 자신이 피해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많은 사람이 강남역 10번 출구로 모여 여성 차별과 혐오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는 피의자의 정신병력만을 강조하며, 조현병에 의한 망상으로 결론 짓고 이른바 ‘묻지 마 범죄’로 사건을 종결시킴으로써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신장애인 강제행정입원 강화조치'를 범죄예방책으로 내놓으며 정신장애인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호도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신질환자 위험도를 판단하는 체크리스트를 11월까지 일선 경찰에 배포하고, 범죄 위험소지가 있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경찰의 현장 요청으로 지자체장이 입원을 결정할 수 있는 행정입원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도 정신장애인 강제입원율은 67.4%에 달한다. 그렇지 않아도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정신장애인들은 이제 본인은 물론 가족의 뜻과도 무관하게 강제 입원당하고, 퇴원을 원하더라도 거부당하는 무권리상태에 내몰리게 됐다.
경찰은 여성혐오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장애인 혐오를 부추겨 덮으려 한다. 악의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최악의 대책이다. 2011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보고서는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을 10% 미만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올해 2월에 발표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치료 중인 조현병 환자는 범죄와 폭력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근거도 없이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찍고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며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어찌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대책일 수 있는가. 포스트잇으로 추모의 뜻을 밝히며 촛불을 든 사람들이 원하는 바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중단일뿐, 또 다른 소수자 혐오가 아니다.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를 또 다른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대체하려는 국가의 시도를 반대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여성차별과 혐오의 산물로 규정한다. 정부가 강남역 사건과 같은 여성혐오 범죄를 종식하고자 한다면,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사회 도처의 가부장적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국가에 맞서 투쟁할 것이다.
2016년 6월 1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