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체 얼마나 많은 철강노동자가 더 죽어야 하는가?
- 조사도, 재발방지대책도 없이 강행된 현대제철 당진공장 가동을 멈추어라!
지난 12월 13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28살 청년노동자가 협착사고로 사망했다. 2013년 무려 5명이 아르곤가스 누출로 사망한 공장, 1년 사이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만 3명인 현대제철에서 다시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12월 13일 사망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노동부 천안지청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기까지는 6일이나 걸렸다. 그것도 전면작업중지가 아니라 일부 유사설비에 한정한 부분작업중지 명령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은커녕 엄밀한 현장조사조차 없었다. 그리고 12월 20일 밤, 노동부는 그 어떤 안전대책도 없이 작업정지 명령을 해제했다.
노동부와 현대제철 사측에게 중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죽음을 방지할 대책수립이 아니라 그저 사고수습뿐이었다. 심지어, 사망사고가 일어난 12월 13일은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대한 정기근로감독이 3일째 진행 중이었었다. 현장에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근로감독관 2명,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 2명이 있었음에도, 이들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철수했다. 노동부에게는 사태의 진상을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할 의지가 애초에 없었다. 노동자가 다시 죽어 나가건 말건, 이들에게는 한시라도 빨리 철강생산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했을 뿐이다. 죽음의 공장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어떤 안전대책도 수립되지 않았기에, 또 다른 누군가가 쇳물에 빠져 죽고, 기계에 끼어서 죽고, 가스에 중독되어 죽을 수밖에 없다.
2017년 7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전이 확보되었는지 반드시 현장 근로자의 의견을 듣고 확인토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말뿐이다. 수없이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지만, 공장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돌아간다.
“회사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시키고 작업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작업을 재개한다. 작업자는 자신의 생명이나 건강에 긴급하고도 심각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그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지체 없이 이를 직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적절한 조치를 받도록 한다. 또한 이와 같이 행한 작업자에게 회사는 부당한 처우를 취하여서는 아니된다.”
현대제철 단체협약이 명시한 작업중지권이다. 사망사고 이후 필요한 안전조치가 하나도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어떤 위험요소도 제거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작업재개는 그 자체로 무효다. 현대제철 자본과 결탁해 작업재개를 종용한 노동부 관계자들을 파면하라.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라.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을 멈추어라!
2017년 12월 21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