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개악의 들러리를 자처하지 마라
- 일부 노조 지도자의 청와대 노사화합행사 참여에 부쳐
12월 21일 어제 청와대는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 행사를 주최했다. 문재인 자신이 말했듯 이 자리의 목적은 노사정 대타협체제 구축이다. 이 행사에 민주노총 소속 보건의료노조 지도부, 공공운수노조 지도부와 산하 23개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가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조차 뒤집고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지금, 노동자가 더 양보하겠다며 정부 들러리를 자처한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노사정 대타협은 그 자체로 문제다. 겉으로는 마치 노동과 자본이 서로 양보하고 정부가 이를 중재하는 모양새지만, 실상은 정부와 자본이 하나 되어 이윤을 위해 노동의 양보를 강제한다. 정부와의 협조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라고 말한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 문재인이 노사정 대타협의 의제로 제시한 사안들을 보자. 최저임금1만원, 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정부 자신이 앞장서서 파기하는 사안들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 자본에 부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노동공약의 현재를 보자. 최저임금위원장이 직접 임금산입범위 확대를 통한 임금인상분 상쇄를 주장하고, 청와대 경제비서관은 기업들을 모아놓고 이 방안에 “적극 공감한다”라며 맞장구쳤다. 기업들은 이를 충실히 따라 현장에서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한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불법행정해석을 통한 장시간노동을 합법화하고, 휴일수당을 삭감하는 근로기준법 개악을 강행한다. 비정규직 대책은 기만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전환대상을 최소화하고 그조차 별도직군으로 배치해 임금·고용 차별을 고착시키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은 이 모든 공약파기를 사회적 합의로 포장해 정당화한다. 정부 대책에 분노한 최저임금 노동자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쟁에 나섰고,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개악에 맞서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 지도자들이 노동공약을 모조리 파기하는 정부와 나란히 서는 것은 대체 누구를 위함인가?
물론 행사에 참여한 노조 지도자들도 공약파기와 노동개악 시도를 잘 알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어제 성명에서 “우려와 걱정”으로 심사숙고했으나, 그럼에도 “공공상생연대기금 출범이 가지는 중요한 교훈을 사회적으로 되새기고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썼다. 공공상생연대기금은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강제실시하며 지급한 인센티브를 노조가 반납해 조성한 기금으로, 공공운수노조는 이를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나 장학복지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무엇인가? 청와대가 발표한 브리핑은 다음과 같다. “정부는 성과에 따른 보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노사 간에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도록 한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려 재검토한 것”, “공공부문에서 직무와 능력 등에 기초한 공정한 보수체계의 확립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
작년 공공부문 총파업으로 어쩔 수 없이 성과연봉제를 폐기했지만,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은 계속하겠다는 선전포고다.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진짜 교훈은 공공운수노조 지도자들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훨씬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돈은 노동자들이 내고, 정부는 힘들이지 않고 노사정 대타협을 얻는다. 그리고 이 대타협 속에 임금체계 개악을 그대로 진행한다.
어제 행사가 열린 시각,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은 한상균 위원장 석방·정치수배 해제·근로기준법 개악중단을 요구하며 민주당사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민주당은 이 요구에 침묵하며 농성장을 차단하고 있다. 어제, 노조 지도자들이 가야했을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이 농성장이어야 했다. 정부는 지난 7개월간 공약을 파기했고, 이제는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선전포고한 상대와 화합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발등을 찍을 뿐이다. 오직 노동자의 희생으로 IMF 구제금융을 극복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그 10년의 패배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화합과 협조의 환상을 깨고 노동개악 저지에 나서자.
2017년 12월 22일
사회변혁노동자당